[논단]재정준칙은 세우면서, 왜 복지 목표는 없는가

2023. 3. 2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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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놓고 논란이 전개되고 있다.

국가채무에 가중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정준칙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여당이나, 문재인 정부가 방만한 재정지출을 했다는 책임을 낙인하기 위한 여당의 재정준칙 도입을 반대한다는 민주당이나 공히 민생과는 어긋나 있다.

그러나 재정준칙은 장기적으로 재정지출을 제약하기 때문에 복지지출의 획기적인 개선을 어렵게 한다.

재정준칙만 세우지 말고, 복지 목표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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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놓고 논란이 전개되고 있다. 국가채무에 가중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정준칙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여당이나, 문재인 정부가 방만한 재정지출을 했다는 책임을 낙인하기 위한 여당의 재정준칙 도입을 반대한다는 민주당이나 공히 민생과는 어긋나 있다.

재정준칙은 재정운용 목표를 수치로 명시하여 법제화함으로써 재정정책에 지속적인 제약을 두는 제도로, 국가 채무 누적이 다음 세대에 넘겨지는 상환 부담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따라서 재정준칙 그 자체로는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재정준칙을 제정하기 이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가 있다.

2021년 기준 우리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96% 수준이지만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서 5.9로 OECD 평균 6.7점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38개국 중 끝에서 세 번째에 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2022년)은 14.9%로 OECD 국가 평균 21.1%에 크게 뒤질 뿐만 아니라 끝에서 다섯 번째에 있다.

좀 더 불편한 진실을 살펴보자. 65세 이상 고령자의 43%는 노후준비가 없고 노후준비의 27.4%를 국민연금에 의존하고 있으나, 노령연금 수령자의 53%는 월 40만원 이하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고령층 소득에서 차지하는 공적 연금 소득 비중은 29.7%인 반면에 일본은 63%에 달한다. 반면에 근로소득 비중은 우리나라가 42.8%로 일본의 30.5%보다 현저하게 높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이 34.9%라는 사실은 늙어도 쉴 수 없는 고령층의 고단한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3~2026년 동안 관리재정수지는 GDP 대비 적자율을 2.6~2.2%, 2026년 국가채무비율은 52.5%로 계획하고 있다. 이 계획의 타당성을 검토한 국회 예산정책처의 중기재정 전망을 보면, 2023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증가율로 정부 의무지출은 4.7%, 복지 분야 지출은 6.6%로 잡고 있다. 이 지출계획은 미래 세대에 국가채무를 떠넘기는 부담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세운 최선의 계획일 것이다. 그러나 재정준칙은 장기적으로 재정지출을 제약하기 때문에 복지지출의 획기적인 개선을 어렵게 한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 세대의 복지지출 증대를 위해 미래 세대에 부담을 넘기지 않는 동시에 국민들의 복지 향상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기 위해서는 현 세대 간의 부담과 지출의 재조정, 즉 부가세를 인상하고 재정지출을 재조정하는 대대적인 세제 개편과 재정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과연 우리 국민들이 OECD 평균 수준의 복지 혜택을 받는 것은 불가능한가? 왜 정부는 국가채무비율 목표를 세우면서도 복지지출비율 목표는 세우지 않는가? 우리나라는 이미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성장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럴수록 국민의 삶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재정준칙만 세우지 말고, 복지 목표도 세워야 한다. 국민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경제성장도 의미가 없다. 다음 세대에 삶의 질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재정준칙을 세우고 지킨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부와 국회는 입만 열면 민생을 들먹이는 헛발질 그만하고, 더 늦기 전에 진정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희망을 주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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