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소멸되기 전에 혐오부터 멈춥시다

김동표 2023. 3. 2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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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수중 핵무기까지 완성하면서 지상·공중에 이어 바다에서도 핵 무력을 과시하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한국의 디지털 세상은 평화롭기만 하다.

남한이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공포보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살이 얼마나 쪘느니, 시계는 얼마짜리를 찼느니 하는 조롱과 비난이 지배적이다.

출산율이 1 이하인 나라는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뿐이다.

현 증가 속도를 유지한다면 향후 26년 안에 인구가 지금의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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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수중 핵무기까지 완성하면서 지상·공중에 이어 바다에서도 핵 무력을 과시하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한국의 디지털 세상은 평화롭기만 하다. 남한이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공포보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살이 얼마나 쪘느니, 시계는 얼마짜리를 찼느니 하는 조롱과 비난이 지배적이다. 수시로 쏴대는 ‘발사체’에 비해 이번 무기 개발은 그 심각성이 상당하다. 하지만 금융시장 또한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전쟁은 어쩌면 남북이 아니라, 남녀 간에 벌어지고 있다. ‘젠더’는 인터넷 세상에서 사시사철 식지 않는 핫이슈다. 젠더 소재의 기사는 언제나 읽힌다. 남성 화자가 여성을 혐오하는 내용의 커뮤니티 게시글, 여성이 그 혐오를 남성에게 미러링하는 글 모두 마찬가지다. 젠더 소재라면 어떤 글이든 한바탕 댓글 전쟁이 벌어진다. 그 다툼은 워낙 치열하고 자극적이라, 이슈를 먹고 사는 입장에서 쉬 외면하기 어렵다. 단단히 두르고 싶은 ‘저널리즘’의 원칙을 무장해제 시키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젠더 이슈가 가진 무서운 휘발성이다.

한국의 출산율이 바닥을 뚫고 지구 맨틀을 향해 가고 있다.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지난해 통계청 기준 0.78명을 기록했다. 출산율이 1 이하인 나라는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뿐이다. 현 추세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한 세대가 지날 때마다 인구가 3분의 1로 쪼그라든다. 지구촌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해 대두되는 국가소멸론은 과장이 아닌 셈이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정부는 소득·교육비·집값 등 다양한 요인을 지적하고 있다. 그 숫자들은 설득력이 있다. 동시에 남녀가 서로에게 겨눈 총구도 내려놓도록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과제다.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할 정치는 본연의 역할은 외면한 채, 오히려 남녀의 갈등 관계에 불을 끼얹어서 그 분노를 정치적 동력으로 이용해오고 있다.

당장에 가능한 사실상 유일한 방안은 이민이다. 지난주 또 다른 눈에 띄는 뉴스 중 하나는 캐나다의 인구 증가 뉴스였다. 통계 이래 처음으로 캐나다 인구가 1년 새 100만명 이상 늘었다는 소식이었다. 현 증가 속도를 유지한다면 향후 26년 안에 인구가 지금의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늘어난 인구의 96%가 이민자였다. 다만 한국에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민자 유입이 부동산값을 폭등시키고 치안 불안을 유발한다며? 그곳 시민들은 이민 정책에 반대하지 않아?" 한국에 6년째 거주 중인 캐나다인 영어 강사에게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야. 다만 그건 정부의 실책이야.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지." 캐나다 사회는 이민자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들의 분노가 향한 곳은 정부였다. 캐나다의 이민정책이 성공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정부도 이민에 대해 비교적 열린 자세를 유지하면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혐오는 전염된다. 젠더 갈등이 인종 갈등으로 비화하는 건 시간문제다. 이민이 됐든 뭐가 됐든 혐오의 정치학이 지배적인 정서로 남아있는 한, 그 어떤 시도조차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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