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는 왜 ‘아재 술’ 위스키에 꽂혔나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2023. 3. 2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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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레터]
버터 없는 버터 맥주’ ‘위스키 없는 하이볼’ 유통가 시끌
‘소비’ 넘어 하나의 ‘문화’ 된 MZ 위스키 사랑 어디까지…
최근 편의점에서 장난 아니게 팔려 나갔다는 뵈르비어(뵈르는 프랑스어로 ‘버터’라는 뜻). 일명 ‘버터 맥주’입니다. ‘맥주에 버터를 넣었나?’ 하기 십상이지만, 실제로는 일반 맥주보다 2.5일 정도 짧게 발효시키면 버터 향이 나는 점에 착안해 붙인 이름이라네요. 그런데 최근 식약처가 이 버터 맥주 제조사에 1달간 제조정지 처분을 내리고, 심지어 맥주를 판매한 편의점을 형사고발했다네요. 뭐가 문제였냐고요? 버터가 들어 있지 않은데도 마치 ‘버터’가 들어 있는 양 떡하니 ‘버터 맥주’라는 이름을 쓴 것은 허위광고이며 소비자 기만이라는 게 식약처 주장입니다. 맥주 캔에 ‘뵈르’라는 글씨가 크게 쓰여 있는 데다 편의점 광고판에 ‘버터 베이스의 ○○○ 풍미’라고 적혀 있는 만큼 소비자가 혼동할 수 있다는 논리였죠. 제조업체는 ‘뵈르’는 글자라기보다는 브랜드 상표 그림이라고 항변했지만 식약처는 끄덕도 않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말이 돼?” 하는 독자분도 많을 겁니다. 그럼 죠스바에는 죠스가 들어 있고, 수박바에는 수박이 들어 있어야 하나? 물론 붕어빵에도 붕어는 없고 고래밥에도 고래는 없죠. 제조사 측은 불어인 ‘뵈르’를 한국인 소비자가 버터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끝까지 소명하겠다고 밝혔다니, 이 사안이 어떻게 진행될지 심히 궁금합니다.

편의점 업계는 버터 맥주 불똥이 하이볼 캔으로 튈지도 모른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죠. MZ세대의 때아닌 ‘위스키 열풍’에 이어 일어난 ‘하이볼 열풍’으로 인해 편의점들은 앞다퉈 하이볼 캔을 내어놓고 있습니다. ‘어프어프 하이볼’ ‘숙성도 하이볼’ ‘연태토닉 하이볼’ 등등…. 그런데 말입니다~ 이 하이볼들이 진짜 하이볼이 아니라네요. 하이볼은 위스키에 토닉워터나 탄산수 등을 섞어 만드는 칵테일입니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RTD(Ready to Drink) 하이볼은 대부분 위스키가 한 방울도 들어 있지 않고 주정이 베이스라는군요. 연태토닉 하이볼에 연태고량주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요.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제품들을 만드는 업체가 ‘버터 맥주’를 만든 바로 그 업체라는 사실입니다.

그럼 진짜 위스키를 넣으면 될 것 아니냐고요? 조만간 위스키를 베이스로 한 하이볼이 줄줄이 나올 예정이랍니다. 위스키가 한 방울도 들어 있지 않은 하이볼 캔에도 열광한 MZ세대들이 진짜 위스키가 들어간 하이볼 캔에는 더욱 열광하려나요? 그 양상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신성한(?) 레터에서 무슨 주구장창 술 얘기만 하고 있냐고요? ‘아재 술’로 여겨져온 위스키에 열광하는 MZ세대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니(스페셜리포트: 2030이 부르는 ‘위스키 찬가’) 이번 주 내내 머릿속이 술로 가득 차 있다고 하면, 이 역시 허위사실 공표이려나요?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1호 (2023.03.22~2023.03.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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