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써준 과제, 교수는 어떻게 평가할까 [쿠키청년기자단]

민수미 2023. 3. 2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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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과제부터 대회, 연구, 취업 준비까지. 챗GPT는 대학생 삶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  사진=양윤선 쿠키청년기자

“국민 여러분, 인천 연수구 국회의원 후보로서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어 영광입니다.”

갑작스러운 연설문 작성 요청에도 챗GPT는 당황하지 않았다. 700자 분량 글을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여 초 남짓. 본문 작성에 앞서 “국회의원 출마를 결심하신 것을 축하드린다”는 메시지를 건네는 여유도 잃지 않았다.

챗GPT에 2022년 2학기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수업 과제 대필을 지난 달 14일 부탁했다.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모의 출마하는 과제다. 기조 연설문, 정책 발표문, 공약 발표문, 토론 반박 질문까지 챗GPT만으로 자료를 완성했다. 

챗GPT는 몇 점짜리 답안을 작성했을까. 해당 수업을 담당했던 교수에게 평가를 부탁했다.

“문장 깔끔하지만, 구체적 지역 현안 담는 데 한계” 

“B 학점을 주겠습니다.” 

최광승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문장은 나쁘지 않다. 챗GPT로 작성한 사실을 모른 채 학생 발표를 듣는다면 좋은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장황하지 않고, 적당한 길이에서 문장이 잘 끊어지고, 비문이 거의 없다” 챗GPT의 문장력을 호평했다.

하지만 문제는 있었다. 구체적인 지역 현안이 담겨 있지 않았다. 최 교수는 “이 과제를 통해 학생들에게 요구했던 것은 출마 지역의 현황과 문제를 조사하고, 구체적 해결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었다며 “챗GPT의 답변은 인천 연수구 대신 어떤 지명을 넣어도 크게 문제 되지 않을 평이한 내용이었다”고 지적했다. 챗GPT는 지역 현안을 담은 공약 작성 요구에 인천 중구에 위치한 인천국제공항이 연수구에 있다는 거짓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 교수는 학생들의 챗GPT 활용에 찬성했다. 그는 “챗GPT가 대학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의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올바른 활용법을 제시해 사회가 새롭게 요구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올해 수업에 챗GPT 활용을 허용할 계획이다. 다만 챗GPT가 작성한 내용을 그대로 제출하는 것은 금지할 예정이다. “내용에 오류는 없는지 체크하고, 본인이 작성한 글에 대한 반박 질문 제작을 요청하는 등 챗GPT를 역으로 이용해 부족한 점을 보완한 후 과제를 제출하라고 안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AI 전문 회사 ‘OpenAI’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  사진=양윤선 쿠키청년기자

단순 금지령 아닌 ‘AI 활용 교육’ 시급 

대학가가 챗GPT 대응 방안을 고심하는 가운데, 챗GPT를 수업에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이번 학기 진행하는 AI 관련 수업에 ‘오픈 챗GPT 시험’을 도입했다. 학생들이 챗GPT를 활용해 시험 답안을 작성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정승익 서울사이버대학교 전자과 겸임교수는 ‘메타버스 현황과 미래’ 강의에서 챗GPT 사용을 의무화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도 챗GPT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미 외국어 강의에서 다양한 번역기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만큼, 챗GPT도 유용한 학습 보조 도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김보름 안양대학교 인문한국플러스 사업단 연구교수는 “AI 활용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며 “무엇을 어떻게 요구할 것인가 기민하게 파악해 활용한다면, 더 창조적이고 중요한 주제에 시간을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학은 AI로 대체 불가능한 학생들을 길러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전문적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AI 활용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학은 학생들의 실질적 이해 여부를 평가해야 하므로 구술시험, 현장 집단 토론 등 평가 방식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AI가 산출한 내용의 정확성 검토를 위해 원자료 확인의 중요성도 교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챗GPT 활용, 대학생들에게 물으니

학생들 역시 AI의 발전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심리학과에 재학 중인 주희원(여・가명)씨는 “학교에서 챗GPT 사용을 금지해도 몰래 쓸 방법은 많을 것”이라며 “차라리 챗GPT를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학생 김민준(가명)씨는 “챗GPT는 스스로 생각해 의견을 내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정보를 조합해 그럴싸해 보이는 답변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며 “챗GPT로 과제・시험 답안을 작성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충분히 답변할 수 있는 문제였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박지훈(가명)씨는 프로그램 개발에 챗GPT를 활용했다. 그는 “내가 표현하는 자연어에 오류나 의문이 있을 때 챗GPT를 통해 해답을 얻었다”며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갖고 있는 지식을 챗GPT에 충분히 학습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용자가 얻은 지식으로 챗GPT를 학습시켜 결과물을 얻는 과정이 향후 지식 활동의 새로운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윤선 쿠키청년기자 qorfh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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