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시간에 초점을 맞추다

곽경근 2023. 3. 27.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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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의 밤하늘 관측하고 기록하는 ‘운이덕천체관측소’
-별지기 4인방의 행복충전소

-신비의 우주, 눈으로 보고 담아내
-빛공해로 별 관측 점차 어려워져
-기자의 천체사진 촬영 입문기
구름도 쉬어가는 강원도 인제 기린면 북리 운이산 정상 너머로 서서히 하루 해가 저물고 있다. 산아래 해발 700m 지점, 넓은 둔덕 한 가운데 아담한 천체관측소가 자리하고 있다. 관측소 지붕이 자동으로 열리자 개인관측소 치고는 제법 많은 천체망원경들이 눈에 띈다. 어둠이 밝음을 서서히 잠식하면서 천체 사진가 정성훈 씨가 튼튼한 삼각대 위 기계 뭉치(적도의)에 달려있는 대형망원경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천체 촬영 입문에 도움을 주기로 한 천체 장비 전문업체 정남택 대표가 기자에게 천체 촬영 방법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운이덕천체관측소에서 별지기들이 태양망원경을 이용해 태양 끝에 불기둥처럼 솟아오르는 홍염과 흑점 등을 관찰하고 있다.

별지기 4인방의 ‘운이덕천체관측소’
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흔히 별을 보는 사람, 별을 찍는 사람, 별을 연구하는 사람, 별 관련된 기기를 만드는 네 부류로 나뉜다.
3년 전 겨울, 피부과 전문의와 건설사 중견간부, 중소기업 대표 등 각각 직업은 다르지만 심연의 밤하늘에 숨어 있는 별 무리 찾기(Deep Sky)를 좋아하는 네사람이 의기투합했다. 정기양(64), 김민회(57), 정남택(55), 정성훈(54) 씨 등 별지기 4인방은 그 동안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으면서 빛공해를 피해 최대한 밤하늘 별이 쏟아져 내리는 곳을 찾다가 최적의 선택지로 현재의 장소를 택했다.
운이덕 전경. 사진 앞쪽 가운데 건물이 운이덕천체관측소이다. 원래는 양배추 등 고냉지 채소를 재배했으나 최근 들어 태양광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줄었다.

원래 고랭지 양배추와 고추농사를 짓던 이곳은 현재 태양광이 자리를 차지해 사람들의 왕래가 적고 워낙 길이 험해 4륜 차량도 겨울이면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천제관측소는 현재 주변에 빛이 없는 것도 중요하지만 향후에도 주변 개발이 어려운 지역을 택해야 한다.
태양망원경에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태양을 선명하게 담아내고 있다.
일찌감치 운이산 정상아래 자리를 잡은 서범석(63)씨 부부는 관측소 지을 터를 흔쾌이 내주었고 2021년 12월 꿈에 그리던 천제관측소가 완공됐다. 이들은 2천여만의 거금을 들여 28인치 반사망원경(돕소니안)을 구입하고 개인 천체관측장비들을 설치했다. 개인천제관측소에 굴절망원경, 반사망원경 등 20여대의 크고 작은 천체관측장비들이 언제든 밤하늘을 살필 수 있으니 국내 어느 천체관측소 부럽지 않다.
별지기 김민회 씨는 “이 곳은 접근성이 떨어져 많은 분들에게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 “하지만 지역 주민과 학생들을 초청해 우주의 신비와 함께 빛공해 위해성을 알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남택(사진 우측), 정성훈 별지기가 망원경을 이용해 북극성을 찾은 후 인근에 위치한 극축을 찾고 있다.

 마침내 밤하늘 별을 담다
“좋은 천체사진을 얻기 위해서 달빛이 가장 적은 그믐시기에 촬영을 한다. 하늘도 맑고 습기도 적고 장시간 카메라를 세워 놓아야해서 바람도 불지 않아야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정성훈 작가는 말한다. 주변마을과 도로에서 올라오는 빛(광해)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다행히 기자가 방문한 그믐이 가까운 19일 밤은 이 모든 조건을 어느정도 갖춰 주었다.
운이덕천체관측소에서 본 밤하늘, 타 지역에 비해 빛공해가 적어 하늘의 별들이 지붕너머까지 가득하다.

장비세팅을 마치고 저녁식사 후 문 밖으로 나서자 검푸른 하늘 위에 북극성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천체 촬영에는 해외에서도 천체사진가들이 갖고 싶어하는 슈퍼마운트 카본삼각대 위에 레인보우 아스트로 제품의 적도의가 올려져 있었다. 적도의에 기자의 300mm렌즈에 니콘 D5 카메라 바디를 단단히 장착하니 최고의 조합이 이루어졌다. 정성훈·정남택 두 천체전문가가 적도의와 연결된 노트북의 앱을 설명하면서 촬영방법과 기계작동법에 대해 상세히 알려준다.
밤하늘의 깊은 모습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한 모습. 별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적도의'를 이용하면 오랜 시간 별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천체사진은 적도의와 카메라, 천체망원경의 성능에 따라 색감과 세부적 디테일이 달라진다.

천체마운트인 적도의(equatorial telescope, 赤道儀)는 지상에서 지구 밖의 우주 물체, 즉 행성, 항성, 성운, 성단, 은하 등을 관측하기 위한 초정밀 지향 장치이다. 적도의는 극축을 중심으로 회전하게 만든 기계인데 카시오페이아 자리와 큰곰자리 사이에 북극성의 위치를 찾은 후 근처에 있는 극축을 찾는게 첫 번째 순서이다. 극측을 찾은 후 본인이 촬영하고 싶은 관측대상을 적도의에 입력시키면 된다. 적도의 세팅이 끝나면 카메라파인더를 통해 원하는 별에 촛점을 맞추고 노출을 조정한다. 천체촬영 초보인 기자는 하늘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우면서 사진효과도 좋은 오리온자리를 촬영키로 했다. 노트북에 오리온성운을 가르키는 ‘M42’를 입력하자 적도의가 서서히 움직이면서 원하는 별자리를 찾아간다. 그냥 보기만해도 신기할 따름이다.
정성훈 천체사진가가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적도의의 이상유무를 점검하고 있다.

정성훈 사진가는 ‘TMB 115 굴절망원경(f 7.0)’에 6D mark2 카메라 바디를 장착해 본인이 좋아하는 천체 대상에 세팅을 한다. 두 대의 카메라가 연신 밤하늘 별들의 시간을 기록하는 동안 관측소에 모인 사람들은 ‘20인치 돕소니안 반사망원경’으로 가깝게 보이는 별부터 평소에 보기 어려운 다양한 별들을 관찰했다.

별지기 정남택 씨는 일일이 은하계의 별자리들을 관측할 수 있게 천체망원경의 위치를 조정해 주면서 “별을 보는 건 인간이 계산 할 수 없는 시간여행을 떠나는 일”이라며 “지금 보이는 저 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별 일 수도 있다. 그 만큼 하늘의 시간과 공간은 무한하고 우리는 티끌보다도 한없이 작은 존재”라고 말했다.
우주(宇宙, universe· cosmos)의 주요 구성 요소는 은하· 별· 성단과 구름과 가스로 구성된 성운 등이며 작은 요소로는 태양계와 수백만 개의 은하 속에 있는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 위성· 혜성· 유성체들이다. 또한 이러한 시공간 사이는 암흑 물질들로 차 있지만 이같이 우주의 수많은 구성 요소들 중에 우리가 알고 있는 건 겨우 태양계 뿐이다.
북한산과 서울 서부를 바라보며 담은 별자리 일주 풍경. 늦은 밤이기에 은하수가 하늘을 가득 채워야 함에도 매우 적은 수의 별들만 보여지고 있다. 사진에는 별 이외에도 많은 빛이 있다. 군부대의 등, 도로에는 전조등과 가로등, 도심에는 헤아릴 수 없는 인공빛들이 함께 산란광을 일으키며 별들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인공빛의 지혜로운 사용으로 언젠가는 서울 하늘에서도 은하수를 되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16-35렌즈 + 6D, 10초, ISO400, F4.0, 123매 이어붙임)

천체사진가 정성훈의 작품과 관측지에서의 매너
정 작가는 아름다운 별, 별구름(성운), 별무리(성단) 그리고 새로운 천문현상을 눈으로 관측하며 기록하고 천체망원경과 촬영장비를 통해 사진으로 담아낸다. 정 작가는 처음 별을 보러 가시는 분들에게 관측지 현장에서 아래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부한다. 별지기들은 장비 성능보다 어두운 하늘이 더 중요하고 생각한다.
강릉 가족여행에서 담은 숙소 밖 별 풍경, 강릉 해변가의 광해로 인해 눈에 보이지 않던 별이 사진 속에는 나타났다.

천문이벤트 중의 하나는 갑작스런 혜성의 출현이다. 관측 번개를 통해 대부도 어느 휴게소에서 인천하늘 위의 네오와이즈 혜성을 담았다.맨눈에 보이는 혜성은 감동 그 자체이다. 언젠가 혜성 하나 찾아 자기 이름을 달고 싶어하는 것은 아마추어 천문가의 위시리스트이기도 하다. (100mm 망원렌즈, 삼각대, 2s, ISO1600, F8) 
우리 은하수 중심부를 장식하는 아름다운 성운들 (M8.M20,M21)여름날 늦은 저녁, ​남쪽 하늘에 있는 궁수자리와 전갈자리 사이를 쌍안경으로 보면 우리 은하 중심 주변의 아름다운 성운과 성단에 감탄사를 자아 내곤 한다. 사진은 그 중 궁수자리의 대표적인 성운인 M8과 M20을 중심으로 담아 본 것이다. 우측의 붉은 빛이 강한 M8은 대표적인 산개성단으로 석호성운(lagoon nebula)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76mm 굴절망원경(0.8배 리듀서) + 적도의 + 6D, 10분40초, ISO6400 8장]

겨울철 오리온자리는 화려하게 밤하늘을 장식한다. 오리온의 벨트 아래 있는 별 세개 중 가운데 있는 별은 작은 망원경으로 봐도 성운임을 알수 있을 정도로 큰 성운이다. 메시에 카달로그에서 42,43번으로 불리는 오리온 대성운이다. [F7 TMB115 굴절망원경(0.8배 리듀서) + 적도의 + 6D]
문경과 예천 그리고 단양이 만나는 어느 고개길에서 바라본 나무와 황금빛 하늘이다. 서울에서부터 먼길을 달려가 밤하늘을 대했지만 이 사진 담은 이후 계속 구름이 들어와 이날의 A컷은 구름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관측지 도착 풍경이었다.

1.차량으로 관측지 진입 시 전조등은안개등 정도만 사용해야 한다.
2.관측지에 도착하면 승용차 안팎의 밝은 등은 빠른 시간 내에 끄고 LED등이나 후레쉬 사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3.안시(눈으로 별을 보는)를 하는 관측자는 특히나 미세한 광원에도 민감하다. 별보기 좋은 관측지에 가면 붉은색 렌턴을 흔하게 볼 수 있다.
4.아이들과 같이 오는 경우 장비 주변은 충분히 주의하여 다니도록 해야한다. 혹시 장비로 별을 보고 계신 분이 있으면 보여달라고 하면 대부분 응하니 가볍게 부탁해보자. 운 좋으면 즉석 강연도 받을 수 있다.
5.천체망원경은 눈으로만 보고 손대지 않는게 원칙이다.
6.관측지에서 마지막은 사용 후 뒷정리이다.

인제=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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