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무어의 법칙’ 만든 실리콘밸리 전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인텔의 공동 창립자이자 ‘반도체 성능이 2년마다 2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무어의 법칙을 만든 고든 무어가 별세했다. 94세.
뉴욕타임스(NYT) 등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무어가 미국 하와이 자택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세상을 더 낫게 만들고 항상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훌륭한 과학자이자 뛰어난 사업가였다”고 그를 추모했다.
무어는 실리콘밸리 연구원이던 36세에 ‘무어의 법칙’을 발표했다. 1965년 과학저널 ‘일렉트로닉스’에 “반도체 칩에 집적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반도체 소자) 수가 매년 두 배로 증가해 컴퓨터의 데이터 처리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논문을 기고하면서다. PC가 나오기 10년 전 반도체 집적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제조 원가가 줄어 컴퓨터·자동차·가전제품 등 일상생활에 반도체가 활용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당시엔 허무맹랑한 추측으로 치부됐지만 캘리포니아 공대 교수인 카버 미드가 ‘법칙’으로 명명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무어는 75년 속도를 1년에서 2년으로 수정했지만 그의 예측은 이후 30년간 현실이 됐다. NYT는 “무어의 법칙 덕분에 전 세계인이 제트기부터 노트북·체중계·토스터 등 반도체가 포함된 모든 물건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어는 1968년 로버트 노이스와 ‘인텔’을 설립해 세상을 또다시 놀라게 했다. 단돈 500달러(약 65만원)로 실리콘밸리 산타클라라에 차린 회사를 역사상 가장 성공한 반도체 기업으로 키워냈기 때문이다. 그가 1997년까지 대표이사(CEO)와 회장을 지내는 동안 인텔은 80년대 NEC·도시바·히타치 등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일본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겼고, 90년대 후반 세계 컴퓨터의 80%에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탑재됐다.
그는 퇴임 후 2001년 인텔 주식 1억7500만 주를 기부해 부인과 함께 ‘고든&베티 무어’ 재단을 세웠다. 화학·물리학 박사 학위를 준 모교 캘리포니아 공대에 6억 달러를 기부하는 등 누적 기부금만 51억 달러(약 6조 6300억원)에 이른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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