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온두라스 수교…중남미 세 키우고 대만 고립시키는 ‘일거양득’

권지혜 2023. 3. 2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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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총통 중미 방문 앞두고
온두라스 “대만과 단교, 中과 수교” 발표
대만 “中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
친강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과 에두아르도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무장관이 2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台) 국빈관에서 열린 양국 수교 기념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온두라스 외무부는 이날 80년 이상 유지해온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수교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대만의 수교국은 13개 나라로 줄었다. AFP연합뉴스

중미의 최빈국인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이로써 미국의 앞마당으로 불리는 중남미 지역 33개국 중 대만 수교국은 과테말라, 벨리즈 등 7개 나라만 남았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과 인프라 투자를 앞세워 중남미에서의 영향력을 넓히는 동시에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에두아르도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무장관은 2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台) 국빈관에서 회담을 갖고 ‘중국과 온두라스의 외교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측은 이날부터 대사급 외교 관계를 맺고 상호 주권 존중과 영토 보전, 내정 불간섭, 평등 호혜 등의 원칙에 기초해 우호 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했다. 온두라스는 “세계에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고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이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고 중국은 이런 입장을 높이 평가했다. 중남미를 포함해 전 세계 대만 수교국은 13개로 줄었다.

온두라스 외무부도 이날 성명을 내 “오늘 자로 대만에 외교 관계 단절을 통보했다”며 “대만과 더 이상 공식적인 관계나 접촉이 없을 것임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온두라스는 지난 14일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의 수교 방침을 공개한 뒤 대만과 단교 절차를 밟았다.

2017년 파나마가 중국과 수교하기 전까지 중미 지역은 코스타리카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대만 수교국이었다. 반면 남미는 파라과이를 뺀 모든 나라가 중국과 수교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자원 부국인 남미 국가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했지만 인구가 적고 자원도 빈약한 중미 지역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 미·중 경쟁이 격화되자 중미 지역에도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중미 국가들의 최대 숙원은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인데 중국이 그 필요를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AP 통신은 미국평화연구소(USIP) 자료를 인용해 2005~2020년 중국이 라틴아메리카에 투자한 금액이 1300억 달러(170조원)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전 대만 총통(국민당·2008~2016년 재임)이 2015년 11월 싱가포르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 마 전 총통은 오는 27일 전·현직 대만 총통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AP연합뉴스

중국과 온두라스의 수교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중미 순방을 앞두고 이뤄졌다. 차이 총통은 오는 29일부터 9박 10일 일정으로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한다. 이 기간 미 뉴욕과 LA를 경유해 정부 고위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중국은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을 주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27일부터 본토를 방문하는 마잉주 전 대만 총통에 대해 국가원수급 경호와 대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 전 총통은 친중 성향의 국민당 소속으로 그가 집권한 8년 동안 양안 관계는 화해 분위기를 유지했다.

대만은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온두라스가 대규모 자금을 요구했다”며 “그들이 원한 것은 돈”이라고 말했다. 그는 온두라스가 대만에 병원과 댐 건설, 부채 상환 등에 필요한 24억5000만 달러(3조1800억원)의 원조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온두라스의 단교 발표와 차이 총통의 중미 방문이 서로 관련돼 있다는 의심이 든다”며 “대만은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날 중국 방문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는 “룰라 대통령이 인플루엔자A로 인한 세균성 및 바이러스성 기관지 폐렴 진단을 받았다”며 “의료진은 바이러스 전파 주기가 끝날 때까지 중국 방문 일정을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기업인 240명을 대동하고 중국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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