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국기’ 지정 5년… 대립의 광화문, 화합의 場 만들 것”

송경모 2023. 3. 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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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초대석] 이동섭 국기원장
이동섭 국기원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국기원에서 ‘2023 국기 태권도 한마음대축제’ 행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5일 열리는 이 행사에선 2만명의 태권도인이 도복을 입고 한 자리에 모여 태극 1장을 시연할 계획이다. 이한결 기자


“전 세계 태권도 인구가 2억명입니다. 태권도로 외국에 한국어가 퍼졌고 중동에선 사범들이 민간 외교관으로 활약했죠. 일개 스포츠를 넘어선 산업이자 외교이며 ‘원조 한류’인 셈입니다. 무엇보다도, 자랑스러운 한국 민족의 문화유산이고요.”

이동섭(67) 국기원장은 자신의 호(號)를 ‘국태’(國跆)라고 소개했다. 나라 국에 태권도의 첫 글자 밟을 태를 붙였다고 했다. 무도인으로 공직과 정계를 두루 거쳐온 그의 삶이 함축돼 묻어났다. 태권도가 법적인 ‘국기’(國技) 지위를 얻은 지 5년, 국민일보는 관련 행사 준비에 여념 없는 이 원장을 23일 서울 강남구 국기원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태권도 사랑이 남다르다.

“10살 때 태권도를 접했다. 당시엔 허약해 또래들에게 얻어맞고 오기 일쑤였다. 아버지가 ‘맞고 오지 말라’며 처음 도장에 보낸 게 인연이 됐다. 그 뒤로 줄곧 태권도와 함께했다. 무도인 특채로 공직에 들어서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검찰청 강력부 등지에서 20년간 근무했다. 그동안 쭉 태권도인으로 살았고, 죽어서도 변함없을 것이다.”

-정치 경력에서도 태권도를 빼놓을 수 없다.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국회의원 태권도연맹을 만들었다. 국회 본관에 200평짜리 태권도장을 만들고 거기에서 훈련을 시켰다. 여러 태권도인의 바람을 담아 2018년엔 태권도를 국기로 공식 지정하는 데 성공했다.”

-그 전엔 국기가 아니었다는 건가.

“관습적으로만 국기로 여겨지고 있었다. 실제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1년 3월 20일에 김운용 초대 국기원장에게 ‘국기 태권도’ 휘호를 내렸지만, 이후로도 47년 동안 태권도를 국기로 명시한 법은 없었다.”

-국기 지정에 어떤 의의가 있나.

“태권도는 여러 방면에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왔다. 국기원에서 단증을 받는 나라만도 203개국이다. 이 많은 나라에서 한국어로 태권도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접한다. 방탄소년단(BTS) 훨씬 이전 세대부터 원조 한류를 이끌어 온 것이다. 그만큼 주변국도 호시탐탐 눈독을 들였다. 일본에선 가라테의 아류라 깎아내렸고, 중국에선 달마 대사가 창시했다는 주장을 했다. 법으로 국기를 명시함으로써 이런 왜곡이 일어나지 않게 못 박고자 했다.”

사진=이한결 기자


-법 개정이 순탄치는 않았을 듯한데.

“처음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6개월 동안 태권도 얘길 하고 다녔다. 일부 의원들은 ‘뭐 저런 이상한 사람이 당선됐느냐’며 조소했다. 그래도 끈질기게 설득했다. 결국엔 다들 태권도에 담긴 철학과 정신에 매료됐고, 228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국기 지정 5주년을 기념해 행사를 연다던데.

“2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한다. 행사 명칭은 ‘2023 국기 태권도 한마음 대축제’다. 2만명의 태권도인이 도복을 입고 한 자리에 모여 태극 1장을 시연할 계획이다. 이는 앞선 2018년 국회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태권도 평화의 함성’ 행사에서 기록했던 8212명을 크게 뛰어넘는 규모다. 기네스 세계기록에도 최대 규모 단체시연으로 등재될 예정이다. 동시에 210여 개국에 퍼져 있는 1만4000개 도장에서도 같은 시간대에 맞춰 시연하게 된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태권도의 가치는 무엇인가.

“태권도는 심신과 인격을 수련하는 운동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인성 교육 수단이기도 하다.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정신이 곧 태권도 정신이다. 태권도를 통해 미래 세대가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함양하길 바란다.”

-기념행사 명칭을 ‘한마음 대축제’로 한 것도 이와 관련 있나.

“그렇다. 행사를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하는 데에도 뜻이 담겨 있다. 아주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 공간이기 때문이다. 여·야가 대립하고, 시민사회단체가 집회를 여는가 하면 국가대표 스포츠팀 응원전 같은 행사 땐 온 국민이 한데 어우러진다. 대립의 공간이자 화합의 장인 셈이다. 남과 북, 좌와 우가 양극단에서 맞서는 현실을 태권도로 흔들어보고 싶다. 또 행사에 참여하는 어린아이들에게 역사적 순간을 함께했다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다. 코로나19로 한껏 움츠러들었던 여러 체육관과 도장들이 다시 살아나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향후 계획은.

“팬데믹 때문에 세계태권도한마당 대회를 3년간 유치하지 못했다. 이를 오는 7월 세계 60개국에서 1만여 명이 참여하는 규모로 경기도 성남에서 진행하려 한다. 11월엔 국기원 총회를 거쳐 국제회의를 준비할 생각이다. 숙원사업인 제2 국기원 건립에도 속도를 내겠다. 현 국기원 건물은 1972년에 지어졌다. 벌써 50년이 넘게 지났으니 아주 낡았다. 이미 오세훈 서울시장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25일 기념행사 자리에서 오 시장이 직접 장소를 발표할 것으로 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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