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다시 돌아왔다"...수십억대 작품 거래 쏟아진 '아트바젤'
수 십억원 대 작품 판매 줄줄이
이우환 하종현 이배 인기 확인
정영주 김보희 김근태도 판매 호조
"처음엔 분위기가 차분해 보여 걱정됐다. 하지만 기우였다. 중국·싱가포르·필리핀 '큰손'들이 줄줄이 부스를 찾아왔다. 판매 상황도 매우 만족스럽다. " (국내 갤러리 관계자)
"아트바젤 행사뿐만 아니라 도시가 얼마나 활기차게 변했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중국 본토와 한국에서 온 컬렉터를 정말 많이 만났다. '홍콩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세계에 증명한 자리였다고 본다." (로렌스 반 하겐 LVH갤러리 대표)
지난 20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VIP 프리뷰로 개막한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 2023'이 6일 간의 장정을 마치고 25일 성료했다. 올해는 32개국 177개 갤러리가 참여했으며 한국에서는 국제갤러리, 리안갤러리, 조현갤러리, 학고재 등 12곳이 참가했다.
2013년 시작된 아트바젤 홍콩은 매년 8만여 명이 찾고 1조원 규모의 미술품이 거래되는 곳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 행사는 대폭 축소되는 등 파행을 겪어왔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이번 행사엔 총 8만6000명이 찾아 아시아 아트 허브 도시로서 홍콩의 저력을 과시했다. 아트바젤 홍콩 측은 26일 "70여개 국가와 지역에서 유명한 개인 컬렉터는 물론 도쿄 모리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런던 테이트 등 100여 개 이상의 미술 기관장이 홍콩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수십 억원 대 작품 '불티'
퍼거스 맥카프리 갤러리에선 일본 추상화가 카즈오 시라가(1924~2008)의 1991년 회화가 500만 달러(65억원)에 판매됐다. 시라가는 제2차 세계대전 후 결성한 일본 아방가르드 그룹의 핵심 멤버이자 행위 예술가다. 미국 추상주의 화가 잭슨 폴록의 영향을 받은 그는 캔버스 위에 뒹굴며 붓이 아닌 몸으로 그림을 완성했다.
하우저앤워스에선 조지 콘도(65)가 피카소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라벤더 색상 회화('Purple Compression', 2011)가 홍콩과 LA에 기반을 둔 개인 컬렉터에 475만 달러(62억원)에 팔려나갔다. 또 LA 출신의 흑인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62)의 대형 추상화('A Straight Line')도 350만 달러(46억원)의 팔려 세계 무대에서 치솟고 있는 인기를 입증했다. 브래드포드의 또 다른 그림은 앞서 지난 9월 프리즈 서울에서 180만 달러( 24억7000만원), 지난달 열린 프리즈 LA에서 350만 달러에 판매된 바 있다.
중국 컬렉터들의 구매력은 남달랐다. 데이비드 즈위너의 엘리자베스 페이튼(57)이 그린 초상화( 'Truffaut', 2005)는 중국에 있는 한 미술관에 220만 달러(28억 6000만원)에 판매됐으며, 조던 울프슨의 '붉은 조각'(2016-2022)이 중국 상하이 롱 뮤지엄에 90만 달러(12억원)에 판매됐다.
한편 올해는 아시아 예술의 정체성이 강하게 드러난 것도 큰 특징이다. 실제로 올해 행사엔 아시아 지역 갤러리가 전체의 2/3 비중으로 커졌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예술 작품을 폭넓게 소개함으로써 유럽과 미국에서 열리는 아트바젤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을 과감하게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우환 인기 잇는 한국 작가들
이우환, 박서보, 하종현, 이배, 이불 등 한국 화가들의 작품도 국내외 갤러리 부스에서 선보였다. 파리 메누르 부스 가운데 자리했던 이우환의 '대화'(2014)는 100만 유로(14억), 페이스에서 100만 달러 (13억원)에 팔렸다
하종현(88) 화백의 인기도 눈에 띄었다. 파리 알민 레쉬에선 하 화백의 '접합' 신작이 20만~22만 달러(3억원가량), 국제갤러리에서 60만 달러(7억8000만원)에 판매됐다.
이불(59)의 작품도 리만머핀에서 19만 달러(2억5000만원), 타데우스 로팍에서 30만 유로( 4억원)에 판매됐다. 조현에선 박서보(92) 작품을 함해 이배(66) 대형 회화 8점, 김종학(86) 수채화 15점, 아크릴화 12점, 학고재에선 정영주(54)의 판잣집 풍경화 4점도 첫날 모두 판매됐다. 한편 국제에선 이승조(1941~1990) 화백의 1987년 그림이 약 4억 원에 판매돼 눈길을 끌었다.
눈부신 'M+뮤지엄 효과'
22일 한국 기자들과 만난 정도련 M+뮤지엄 부관장은 "M+뮤지엄은 그냥 미술관이 아니다. 건축과 디자인, 시각매체 전체를 다루는 미술관 이상의 미술관을 지향한다"며 "이곳엔 홍콩을 아트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중앙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팬데믹 이전의 뜨거운 열기에 비해 서구권 대형 컬렉터들의 존재감이 미미했다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한 해외 갤러리스트는 "옛날 쟁쟁한 갤러리들이 지키고 있던 페더 빌딩엔 가고시안 갤러리만 남았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프리즈 서울이 보여준 열기만 못했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홍콩=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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