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조선소에 봄이 왔다…기지개 켜는 울산조선소

김민영 2023. 3. 2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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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이 바다에 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한낮 최고기온 20도에 이르는 날씨를 업고 봄기운이 흐드러졌다. 만발한 벚꽃 사이로 정문 건물에 붙은 ‘우리가 잘 되는 것이 나라가 잘 되는 것이다.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우리가 잘 될 수 있는 길이다’라는 문구가 도드라졌다.

도크(dock)와 작업장에서 근로자, 중장비가 쉴새 없이 움직였다. 드디어 조선소에도 봄이 찾아 왔다.

지난 22일 울산시 동구 방어진순환도로 1000에 자리한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찾았다. 2010년대 내내 이어진 불황의 긴 터널을 벗어나 수주 호황을 맞은 울산조선소는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이날 현대중공업은 2015년 이후 8년여 만에 기자들에게 조선소를 개방했다.

지난 22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 갑판에서 바라본 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 제공

17만4000㎥급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에 올랐다. 길이 299m에 높이 35.5m, 너비 46.4m에 이르는 웅장한 크기에 압도됐다. 바다에 떠 있는 배를 수직으로 세우면 63빌딩(249.6m)보다 높다고 한다. 작업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갑판에 오르는 데에만 약 1분이 걸렸다. 선수 갑판에서 아래를 바라보니 아파트 14층 높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배를 만드는 작업은 87% 정도 진행됐다. 상반기 안에 선주에게 인도할 예정이다. 이만수 책임매니저는 “2020년 12월 수주했고 설계 작업을 거쳐 2021년 12월에 스틸(철판) 커팅을 시작했다. 다음 달 해상 시운전을 거쳐 5월 말 출항 예정이다. 건조 완료까지 2년6개월이 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 모습. 현대중공업 제공

배 중간에 4개의 화물창이 보였다. LNG는 영하 163도까지 내려가야 액화한다. 일정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화물창은 이중 방벽으로 이뤄져 있다. 이영덕 현대중공업 상무는 “4개 화물창에 들어가는 LNG 규모면, 한국 전체 인구가 하루 반나절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조선업체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기술이 ‘화물창 기술’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수주 호황은 LNG선이 주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이달 현재 수주잔량 155척 중 LNG선만 53척에 달한다. 창사 이래 건조한 선박 2272척 가운데 LNG선이 95척인 걸 감안하면 최근 수주 물량의 상당수가 LNG선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난 22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 조타실 모습. 현대중공업 제공

갑판에서 좁은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조타실을 찾았다. 계단 오르는 데 또 1분이 걸렸다. 자율운항 시스템을 탑재한 최신식 조타실이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자율운항 기술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선원이 있더라도 자율운항을 이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사고 위험도 줄어든다”고 전했다.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조선소를 한 바퀴 돌았다. 여의도 면적 3배에 이르는 조선소의 일부를 둘러보는 데에만 20분 이상 걸렸다. 가장 먼저 울산조선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1도크(100만t급)를 찾았다. 알파벳 T자 모양으로 생겨 T도크라고 불린다. 직선 길이만 1㎞에 이른다. 1도크에선 LNG선 2대와 액화석유가스(LPG)선 2대를 동시에 건조하고 있다.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 제공

도크는 건조작업을 할 때 물 없는 ‘드라이 도크’ 상태다. 울산조선소엔 도크 10개가 있고 현재 총 가동 중이다. 선체를 완성하면 도크에 물을 넣어 배를 띄운 뒤 수문을 열어 안벽으로 끌어내는 진수 과정을 거친다.

조선소의 봄기운은 도크뿐 아니라 곳곳에 넘쳐났다. 철판 야적장에선 큰 자석이 붙어 있는 ‘마그네틱 크레인’이 두꺼운 후판을 운송해 녹과 이물질을 제거한 뒤 페인트를 칠해 선각공장으로 옮겼다. 철판을 자르고 휘고 용접하는 선각공장에선 배의 겉 부분에 해당하는 작은 단위의 블록을 만들고 있었다. 대형선박 1척을 만드는 데 250~400개 블록이 필요하다. 블록을 운반하는 특수차량인 트랜스포터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 제공

10대의 골리앗 크레인도 분주하게 선박 구조물을 날랐다. 대형 골리앗 크레인이 한 번에 들 수 있는 최대 중량은 1290t이다. 높이는 109m로 아파트 36층에 이른다.

부족한 건 노동력이다. 협력사 직원을 포함해 2만9200여명이 일하고 있지만 턱없이 모자란다. 계약을 따와도 건조작업이 지연돼 손해가 날 수 있는 상황이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800명인 협력사 외국인 인력을 2800명까지 늘리려고 한다. 직접 채용도 올해 200~300명쯤 해 회사를 튼튼하게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울산=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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