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 30도 공포' 12개 토네이도 불렀나…쑥대밭 된 美시골마을 [영상]
강력한 토네이도가 24일(현지시간) 밤 미국 동남부 미시시피·앨라배마주(州)를 덮쳐 최소 26명이 숨졌고, 일부 시골 마을은 대부분 집이 무너져 쑥대밭이 됐다. 초봄에도 기온이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등 이상기후로 인해 초특급 토네이도가 만들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토네이도는 평야나 바다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바람의 일종인 고속 소용돌이다.
25일 뉴욕타임스(NYT)·NBC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밤 최소 12개의 토네이도가 미시시피·앨라배마주를 강타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미시시피 비상관리국(MEMA)이 밝혔다. 미시시피주에서만 25명이 사망했는데, 그중 샤키 카운티 시골 마을 롤링포크의 사망자만 최소 13명으로 기록됐다.
인구 2000명인 롤링포크의 집은 대부분 무너졌다. 자동차는 전복되고, 나무는 뿌리째 뽑혔다. 엘드리지 워커 롤링포크 시장은 “우리 마을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롤링포크와 가까운 시골 마을인 험프리스 카운티의 실버시티(인구 300명)도 쑥대밭이 됐다. 비상대응 관계자인 로이스 스티드는 “거의 완전히 폐허가 돼 실버시티가 지도에서 거의 지워졌다”고 했다.
롤링포크에 사는 앤드류 데나드(28)는 NBC방송에 “저녁 8시쯤 현관문을 열었는데 강한 바람과 함께 화물 열차가 지나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면서 “세 아이와 함께 화장실에 대피해 살았지만, 거대한 나무 판자가 지붕을 뚫고 들어오는 등 집이 망가졌다”고 했다.
롤링포크와 실버시티는 취약계층이 많고, 주로 허술한 이동식 주택에 거주해 피해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어두워진 오후 8시쯤 토네이도가 마을을 강타하면서 경고 알림을 제대로 못 보거나 토네이도 방향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해 피해를 더욱 키웠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미시시피 지역 모습이 가슴을 찢어지게 한다”며 “복구에 필요한 지원 제공에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토네이도는 미시시피 잭슨에서 북동쪽으로 약 96㎞ 떨어진 곳에서 발생해 북쪽으로 향하면서 작은 시골 마을을 휩쓸었다. 골프공 크기의 우박도 쏟아지는 등 약 274㎞ 구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오클라호마대 레이더 연구팀 일원인 새뮤얼 에머슨은 이번 토네이도가 잔해를 약 9㎞ 상공까지 날렸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초강력 토네이도가 이상기후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토네이도는 온도 차가 심한 대규모의 공기가 맞부딪히면서 생성되는데, 이 지역은 최근 이른 봄 같지 않게 기온이 높았다. 지난 한 달 동안 남동부 기온은 예년보다 평균 3~6도가 높았다. 지난 24일 미시시피주의 일부 지역은 29도를 기록했다. 미시시피주의 3월 평균 기온은 10~20도 정도다.
더욱이 미시시피주 남쪽에 있는 멕시코만의 수온은 평균보다 약 2.7도 높아 토네이도에 더 따뜻하고 많은 습기를 제공했다. 이로 인해 1시간 넘게 상당한 구간에 피해를 주는 빠른 토네이도를 생성했을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 NBC는 “기후변화와 토네이도 빈도 증가를 직접적으로 연관 짓는 연구는 아직 부족하지만, 학계에선 온난화로 인해 토네이도 위력이 더욱 세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미 국립기상청(NWS)의 초기 평가에 따르면 이번 토네이도는 EF4등급이었다. EF4등급은 시속 267~322㎞에 달한다. 대부분의 집이 무너지고 나무가 뽑히고 자동차는 산산조각이 나는 수준이다. 아주 잘 지어진 건물이나 지하로 대피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토네이도의 위력을 가늠하는 등급은 EF0~EF5로 분류되는데, 숫자가 올라갈수록 강력한 토네이도를 의미한다.
워커 애슐리 노던일리노이대 기상학 교수는 “이번 토네이도는 가장 치명적인 토네이도에 우박을 만들어내는 형태인 슈퍼셀(supercell)”이라고 설명했다. 슈퍼셀은 대기 중의 찬 제트기류가 지상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끌어 올리면서 토네이도를 일으키는 초대형 폭풍우로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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