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환대의 해석학으로 나아가는 성경 읽기” 읽다 살다

우성규 2023. 3. 2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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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그리스도인] ⑨ 우리 시대 성도 5인의 성경 읽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교회는 함께 성경을 읽는 공동체다. 목회자뿐만 아니라 성도들도 성경을 깊이 있게 읽고 이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초대교회 당시엔 사제 집단과 평신도 집단의 구분이 없었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만인사제설을 외치며 “성경이 없는 교황보다 성경으로 무장된 평범한 성도들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책 읽는 그리스도인 아홉 번째 이야기는 성경을 통해 사랑과 환대의 해석학으로 나아가는 일반 성도 5인의 성경 읽기를 다룬다. 책 ‘읽다 살다’(잉클링즈)의 주인공들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로 섬기는 정병오 오디세이학교 교사는 ‘로봇 정병오 선생님’으로 불린다. 2019년 암 수술과 3년의 항암 치료 과정에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묵상 글을 써서 SNS에 공유했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 출간된 기독출판 신간들을 한국교회 누구보다 깊이 있게 읽고 해마다 연말이면 ‘국민일보 올해의 책’에 장문의 추천 평을 전해 온다. 한 줄 평을 부탁하는데 한 페이지 평을 보내오는 열정의 독서가이다. 정 대표는 ‘읽다 살다’ 책에서 20대부터 50대까지 30년간 이어온 아침 말씀 묵상에 대해 “제가 특별하게 두각을 나타내진 않더라도 꾸준하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겸양의 표현이다.


정 대표는 “목회자로의 부르심 못지않게 중요한 성도로의 부르심이 있다”고 밝혔다. 주님이 목회자를 통해 교회에 주시는 말씀이 있지만, 그것 못지않게 성도들도 매일의 삶에서 각자에게 주시는 말씀을 들을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주일에 들은 말씀과 각자가 들을 말씀을 가지고 삶의 현장에 적용하는 한편 주일에 공동체에서 이를 나눌 수 있다고 전한다. 그는 “그럴 때 비로소 교회가 풍성해지고, 삶 속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교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성경 묵상과 관련해 성서유니온 윤종하 초대 총무의 영향을 받았다는 정 대표는 현재 오디세이학교의 기숙형 교육과정이 개설된 인천 강화군 근무를 자원해 섬기고 있다. 더 시골로, 더 변두리로, 더 적은 사람을 만나고 있는 그는 “하나님은 제게 더 작고 더 낮은 곳으로 가라고 하신다”면서 “후배들이 잘하도록 돕는 역할에 머물며 변두리에서 마당 쓰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한욱 안과 전문의는 전북 고창에서 개원의로 일한다. 2008년부터 의료봉사 NGO인 비전케어에 참여해 운영이사로 활동 중이다. 정 전문의 역시 연간 70~80권의 기독서적을 읽는 독서광이다. 그는 성경을 해석할 때 사랑과 환대를 중심에 둘 것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한다.

“레티 M 러셀은 책 ‘공정한 환대’에서 환대란 세상을 치유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차이를 넘어 낯선 자들과 연대함으로써 하나님의 환영을 실천하는 일이며, 이야말로 성경 메시지의 근본이자 기독교 영성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지금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누군가를 혐오하고 정죄할 권한을 가진 심판자로 세워진 것이 아닙니다. 증언과 고난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환대를 전하는 증인으로 부름을 받았다고 믿습니다.”

권일한 교사는 “강원도 시골에서 자라 시골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됐다”고 소개한다. 2018년 교보교육대상 ‘참사랑 육성 부문’ 대상을 받은 그는 “아이들과 글을 쓰는 현장이 곧 교회”라고 말한다. 대관령 등 세 개 분교에서 보낸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바닷가 분교에 모여 글을 쓰는 데 15명 학생 중 12명이 엄마가 없다. 아이들은 글을 쓰다 울고, 선생님은 글을 읽다 울면서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권 교사는 “하나님 앞에서 진짜 나로 살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성경 읽기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과 송인수 교육의봄 대표 역시 시민단체 활동가이자 일반 성도로서 성경을 스스로 읽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송 대표는 “그리스도인에게 직업이란 자기의 안전을 획득하고 돈벌이를 하는 수단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고통에 응답하는 행위”라며 “아브라함 헤셸의 예언자에 관한 해석대로, 소리 없이 우는 사람들의 울음소리를 듣는 예언자들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책은 생생한 그리스도인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하는 ‘삼사오 기획단’ 임석용 김지섭 온상원씨가 인터뷰를 맡았다. 지난달에는 서울 신용산교회에 모여 북콘서트도 열었다.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는 5인 성도들의 성경 읽기와 관련해 “제도교회의 각종 지표들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신실한 성경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희망의 징조임이 분명하다”고 평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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