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6일 만에 나가고 외국인 노동자도 도망친다는 이곳··· 현실판 ‘좋좋소’의 눈물 [오늘도 출근, K직딩 이야기]
그러나 직원을 어렵게 구한 기쁨도 잠시, 해당 직원은 입사한 지 6일 만에 회사를 나가겠다고 통보했다. 도저히 다니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새로 입사한 직원을 위해 만전을 기울이던 회사 측은 허탈함에 빠졌다. 대체자는 더 구해지지도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인근 중견기업을 다니다 퇴직한 50대 직원을 겨우 설득해 자리에 앉혀야만 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젊은 세대가 임금이 낮고, 근무 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탓이다. 그나마 젊은 인력이 구해지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30세대는 물론, 40대 직원도 구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기껏 뽑은 직원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나마 부족한 노동력을 채워주던 외국인 노동자 유입도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입국이 제한됐을 때 신규 인력이 유입되지 않았다. 지방 중소기업 관계자는 “고강도 노동이 심한 탓에 외국인 노동자들도 지방 중소기업을 꺼리기 시작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중소기업 인력난은 숫자로 나타난다. 잡코리아가 지난해 신입 직원을 채용한 중소기업 160개사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조기 퇴사 현황’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7.5%의 응답자가 ‘입사한 지 1년 안에 퇴사한 직원이 있다’고 답했다. 채용한 신입 사원 중 조기 퇴사한 직원의 비율은 평균 17.1%였다. 이들 신입 사원의 퇴사 시기는 ‘입사 후 3개월 이내’가 56.4%로 절반을 넘었다. 신입 사원 조기 퇴사자 2명 중 1명은 입사 후 3개월 이내에 퇴사한 것이다.
젊은 인력이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이유는 고강도 업무량·낮은 연봉·강압적인 기업 문화 3가지의 영향이 크다. 잡코리아 조사 결과 조기 퇴사 사유 1위는 ‘실제 업무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였다. 응답률 45.7%로 가장 높았다. ‘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라는 이유도 41.4%로 다음으로 높았다. 이어 ▲다른 기업에 취업했다(36.4%) ▲기업 문화가 맞지 않는다(22.9%) ▲연봉이 낮다(17.9%) ▲업무량이 많다(15.7%) 순이었다.
중소기업은 인력이 적은 탓에 한 명이 여러 업무를 맡는 사례가 많다. 이러다 보니 본인이 본래 하고 싶었던 직무 외에 다른 직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업무 강도는 높아지고, 원치 않던 업무를 해야 하는 탓에 흥미는 떨어진다.
업무량은 많은데 연봉은 낮다. 중소기업이 연봉을 안 주는 게 아니다. 대기업이 올리는 속도가 더 빠른 탓에 임금 격차가 발생한다. 대기업이 임금을 올리면, 고임금이 발생하고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고물가 현상까지 발생한다. 높아진 물가를 현재 연봉으로 감당하기 힘든 중소기업 직원들의 이탈은 더 빨라지 게 된다.
수평적인 대기업에 비해, 수직적인 위계 구조가 강하다는 점 역시 퇴사 사유 중 하나다. 불합리한 문화를 선호하지 않는 젊은 세대가 ‘이탈’을 결심하는 것이다. 후진적인 기업 문화만큼 부족한 복지 제도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블라인드 등 게시물에는 ‘직장 거지 배틀하자’라는 게시물이 올라오며 화제를 모았다. 글 작성자는 “우리 회사는 커피 믹스 마실 때마다 이름을 적어야 한다. 손님이 오면 사장이 이름을 장부에 적고 수량을 맞춰본다”고 말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우리는 수정테이프 다 쓰면 다 쓴 거 보여주고 리필받는다” “책상은 3개인데 사원은 4명이라서 책상 중간 칸막이 다 빼고 의자만 추가해 사용한다” “사원 수 20명인 중소기업인데 종이컵에 이름 적고 온종일 그것만 써야 한다” 등 댓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중기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이 자괴감을 느낄 정도로 복지 문화가 좋지 않은 기업은 젊은 신입 사원이 안 온다고 투덜거릴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신입 직원 이탈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라는 잡코리아의 설문에 ‘채용 시 직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답변이 41.9%(응답률)로 가장 높았다. 이어 ▲연봉 외에 인센티브 등 다양한 보상을 도입해야 한다(38.8%) ▲복지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31.9%) ▲채용할 때 조직 문화와 복지 제도에 대해 공유돼야 한다(24.4%)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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