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목회자들도 거리로 "윤석열 대통령, 그만 내려오라" ['굴욕 외교' 반대 시국선언]

김보성 2023. 3. 2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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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사제단 이어 24일 부산기독단체연대도 첫 '퇴진' 시국기도회

[김보성 kimbsv1@ohmynews.com]

 부산기독단체연대가 24일 궂은 날씨에도 부산시 동구 항일거리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기도회를 열고 있다.
ⓒ 김보성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부산에서 개신교 단체가 주관하는 첫 시국기도회가 개최됐다. 거리로 나온 목회자들은 "이제 왕(王) 놀이는 끝났다. 그만 자리에서 내려오라"라며 대통령 퇴진을 압박했다. 한일정상회담과 강제동원 해법 논란을 둘러싼 종교인들의 거리 시국행동은 전주에서 열린 천주교 시국미사에 이어 부산이 두 번째다.

"살고 싶으냐? 악을 버리고 선을 행하여라."(아모스 5:14)

부산의 체감온도가 7도까지 떨어진 24일.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 부산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등 부산기독단체연대 소속 목사 등 50여 명이 강제징용노동자상, 평화의소녀상이 자리한 동구 항일거리로 모였다. 개신교인들은 비까지 내리는 궂은 날씨도 아랑곳없이 대통령을 향해 "대일 굴종외교에 당혹감과 참담함을 느낀다"라며 공개적 '레드카드'를 날렸다.

앞서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우리 정부가 이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래를 위한 결단이었다"라는 내용의 대국민 메시지를 내놨지만, 이들은 이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개신교인들은 "(정작) 일본의 사과는 없고, 대통령실의 '일본인 마음을 얻었다'라는 답변만 남았다"라며 성토를 쏟아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헌법을 무시하고, 민주주의의 원칙을 유린했으며, 순국선열들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었고, 일제강점기 피해자와 희생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줬다. 국익 봉사는커녕 국민 자존심을 무참히 뭉갰다"라고 대통령의 자화자찬을 혹평했다.
 
 부산기독단체연대가 24일 궂은 날씨에도 부산시 동구 항일거리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기도회를 열고 있다.
ⓒ 김보성
 
 부산기독단체연대가 24일 궂은 날씨에도 부산시 동구 항일거리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기도회를 열고 있다.
ⓒ 김보성
 

국민과 국가를 대표하는 역할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이 나라와 우리 헌법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라며 최근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구국의 결단' 발언을 빗대 "오직 스스로 물러나는 것만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마지막 '구국의 결단'이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제 그만 내려오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두 손에 꼭 쥔 이들은 "퇴진만이 떨어진 국격을 회복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며, 잘못된 한일관계를 바로잡고, 강제동원 노동자들과 '위안부' 피해자들, 그리고 상처받은 국민을 위로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기도했다.

목사들은 설교를 통해 거리로 나온 이유를 직접 말하기도 했다. 부산 샘터교회 박철 원로 목사는 누가복음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꺼내 대통령의 현재 모습을 설명했다. 그는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이 내 아픔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이 울 때 나도 같이 울며, 그들이 부르짖을 때 같이 부르짖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정의와 공의의 핵심이자 예수님의 마음이지만, 윤 대통령에게는 이를 행할 능력도 공감 능력도 없다"라며 "경제나 국제정세 등 여러 리스크가 있지만, 무엇보다 대통령 리스크야 말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최대의 위험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 심판을 기도하겠다"라고 목소릴 높였다.

기도회 인도자로 나선 부산목정평 의장인 김경태 목사도 "윤석열 정부가 모든 것을 뒤집으려 한다"며 탄식했다. 김 목사는 "정의를 뒤집고, 평화를 뒤집고, 국격을 뒤집고, 국민의 삶도 뒤집어 놓더니 이제는 삼권분립의 헌법마저 뒤집고 민족정신과 국가의 정체성도 뒤집으며 마지막 남은 국민의 자존심마저도 뒤집어 놓고 있다"라고 개탄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사귐이, 대일 굴욕과 민족파괴의 무리에 맞서 이 땅의 민주주의와 민족정신을 지켜내고자 외치며 기도하는 일에 나선 깨어있는 기독인들과 민주 시민들과 교회와 단체들 위에 항상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아멘."

1시간 20분 가까이 진행된 이 날 행사는 축복기도로 마무리됐지만, 이들은 앞으로도 추가 행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부산기독단체연대 관계자는 "실내가 아닌 거리로 나와 하는 기도회는 박근혜 정부 탄핵 이후 사실상 처음"이라며 "기도회를 다시 언제할지 논의를 하고 있다"라고 계속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다음은 이날 부산기독단체연대가 발표한 시국선언의 전문이다.
 
 부산기독단체연대가 24일 궂은 날씨에도 부산시 동구 항일거리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기도회를 열고 있다.
ⓒ 김보성
 
<윤석열 대통령, "놀이는 끝났다. 이제 그만 내려오라!">

"살고 싶으냐? 악을 버리고 선을 행하여라. 너희의 말대로 만군의 하느님 야훼께서 너희와 함께 계시리라."(아모스 5:14)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굴종외교에 당혹감과 참담함을 느끼며, 대통령께 충언한다. 우리 국민은 일본을 향해 큰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우리 땅을 강제병합하고 침탈하고 유린하였으며, 독립투사들을 탄압하였고 전장에 총알받이로 내몰았으며, 강제동원(징용)노동자로 전쟁위안부로 치욕스러운 삶을 살게 했던 과거에 대해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는 것이다.

제국주의의 야욕에 피해자가 된 36년의 치욕스러운 역사였지만 과거사에 대해 말끔하게 정리하고 미래를 위한 가까운 이웃이요 동반자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우리 국민의 보편적인 감정이다. 외교에 나서는 대통령이 국민을 대표해서 가져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번 일본의 기시다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해 마치 제국주의 침략자의 군홧발처럼 우리를 처참히 짓밟아 버렸다. 3.1절 기념사를 통해 "우리가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한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이미 당신은 우리 순국선열들의 독립과 평화의 정신을 짓밟아 버렸다.

'제 3자 변제안'이라는 일본에 요구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우리 기업들이 해결하게 하자는 제안을 하고, 일본 총리 앞에서 발표했다. 이는 제국주의의 야욕에 강제로 동원되고 끌려가서 전쟁의 총알받이가 되고 전쟁물자 생산을 위한 강제동원 노동자들이 되었으며, 전쟁 중 군인들을 위한 일본군'위안부'가 되어 청춘을 희생당하고 생명을 잃고 모진 고초들을 당했으며, 아직도 고통 받는 피해자들과 희생자들의 울부짖음마저 짓밟아 버린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삼권분립이 엄연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마음대로 뒤집고 처참하게 짓밟아 버린 것이다.

또한 당신은 국민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짓밟아 버렸다. 일본 언론들은 연일 기시다 총리가 '독도를 언급했다' '위안부문제 합의 이행을 언급했다' 등을 앞다투어 보도한다. 거기에 우리 정부는 '그런 일 없다' '언급이 적절치 않다' '한국 정부 말을 안 믿고 일본 말만 믿는다'라고만 한다. 그리고는 공항에서 식당에서 일본인들에게 박수받았다고 자화자찬을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면 최소한 '독도는 건들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제동원 노동자와 '위안부' 문제는 가해자인 일본에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임으로 어찌할 수 없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문제임으로 절대 안 된다' 등의 주장을 했다는 답변이 있었어야 했다. 이것은 대한민국 국민이 기대하고 있는 최소한의 자존심인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사과는 없고 대통령실의 '일본인의 마음을 얻었다'라는 답변뿐이다. 대통령은 일본인의 마음을 얻어서 일본에 사시겠다는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과거사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시각이 엄연한 이 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무엇보다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 해야하는 것이 외교의 기본이지 않은가?

윤석열 대통령, 이제 왕(王) 놀이는 끝났다. 그만 자리에서 내려오라. 당신은 대한민국의 헌법을 무시하고 민주주의의 원칙을 유린했으며 순국선열들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었고 일제강점기 피해자와 희생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었다. 또한 당신은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봉사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의 자존심을 무참하게 뭉개버렸다. 이에 우리는 당신이 이 나라와 우리 헌법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선언한다.

매국적인 굴종외교를 펼친 당신으로 인해 더 큰 상처를 안은 피해자와 희생자들, 그리고 국민에게 통한의 사과를 하고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기를 바란다. 오직 스스로 물러나는 것만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마지막 '구국의 결단'이 될 것이다.

우리 부산의 기독 시민들은 오직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만이 떨어진 국격을 회복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며 잘못된 한일관계를 바로잡고 강제동원 노동자들과 종군위안부 피해자들, 그리고 상처받은 국민을 위로하는 유일한 길이라 믿는다.

이에 우리는 오늘 '시국기도회'를 갖고 우리의 간절함을 하늘에 아뢰고 이 같은 입장을 밝히는 바이며, 앞으로 모든 양심 있는 세력들과 함께 연대하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기도하며 투쟁해 나갈 것임을 강력히 천명하는 바이다.

2023년 3월 24일 부산지역 기독시민사회단체연대
(부산교회개혁연대,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 부산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부산예수살기, 그들과함께교회, 로뎀나무교회, 빛과소금교회, 성산중앙교회, 새날교회, 샘터교회, 세광교회, 평화마을교회, 풀꽃강물교회, 한사랑교회)

[관련기사] 사제들의 레드카드 "오늘이 윤석열 퇴진의 서곡이 될 것" https://omn.kr/2360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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