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 첫 공판... 검찰 "사람이 먼저다" 언급하며 문 정부 비판

김종훈 2023. 3. 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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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박지원 등 혐의 전면 부인... "국방부·국정원 수백명이 사건 알아, 은폐 없었다"

[김종훈, 이희훈 기자]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서해 피격'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자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이래진씨가 항의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서해피격 공무원 사건 과련 재판이 열리는 24일 오전 서울 서촉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유가족 이래진씨(왼쪽)가 입장문을 읽고 있다.
ⓒ 이희훈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대법정,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 요지를 설명하던 검찰은 대뜸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당시 사용했던 슬로건 '사람이 먼저다'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국민을 방임한 결과, 이대준씨는 결국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했다"라고 문재인 정부를 콕 집어 비판했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다. 이대준씨는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40대 가장이었다. 이씨가 발견됐다는 보고에도 당시 (문재인) 정부는 구조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국민을 구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방임해 결국 북한군에 의해 피격되고 사망했다. '사람이 먼저다'란 말이 생각나는 장면이다."

이어 검찰은 "(정부가) 월북 조작을 위해 이대준씨에게 가정불화가 있다고 발표하고, 이씨 사망 사실 숨긴 채 유족에게 사회주의를 신봉했는지 묻기도 했다. 유족을 월북자 가족으로 낙인찍었다"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방임했다"는 검찰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문재인 정부가 이씨의 사망 후 자진월북으로 조작해 유족에게 2차 가해를 안겼다는 점을 부각했다. 

지난해 12월 검찰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고 관련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혐의을 적용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노은채 전 국정원 비서실장을 기소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서훈 전 실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발생 당시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 및 해경청장에게 사건 은폐를 목적으로 보안유지 조치를 지시해 이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대준씨의 피격 사망 사실을 숨긴 상태에서 해경으로 하여금 실종 상태에서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하고, 사망 사실이 드러난 후에는 이씨가 자진월북한 것처럼 국방부·국가정보원·해양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보고서나 보도자료에 허위 내용을 쓰게 했다는 혐의도 있다.

서욱 전 장관은 직원들에게 서 전 실장의 보안유지 지시를 이행하게 하고, 이대준씨와 관련된 여러 첩보 등을 삭제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씨가 자진월북한 것이라는 취지로 관련자들에게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거나 허위 발표자료 등을 작성해 배부한 혐의도 있다.

김홍희 전 청장은 이씨의 월북 가능성 및 판단 등에 대한 허위 발표자료 등을 작성·배부해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족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허위 내용의 정보공개 결정통지서 작성해 교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원장과 노 전 비서실장은 이씨 피살 사건 발생 다음날인 2020년 9월 23일 국정원 직원들에게 관련 첩보 및 보고서를 삭제하게 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재인 정부 참모들, 혐의 전면 부인

이날 공판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욱 전 장관,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5인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훈 전 실장의 변호인은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은폐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밝혀달라"며 "검찰이 사건 은폐와 월북 조작을 말하는데, 서 전 실장은 이대준씨가 피격으로 사망한 사실을 은폐하지도 않았고 은폐할 수도 없었다. (이건) 이미 국정원과 국방부 안보실 수백 명이 아는 사실이었고 대통령에게 보고도 했는데 은폐하려는 마음을 먹는다는 게 가당키나 한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SI(군의 특별취급 정보) 삭제는 소위 말하는 배포선 조정의 일환으로 보안 조치 차원으로 취한 거다. 공소장에도 나왔듯 SI 원본은 현재도 존재한다. (현재 상황은) 복사본을 100부를 만들었다가 70부를 지운 것과 같다. 이를 두고 '은폐했다'고 말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은 서 전 실장을 포함한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을 설명하면서 "2020년 9월 23일 새벽 1시께 1차 안보관계장관회의가 개최되었고, 서훈과 박지원, 서욱 등이 참가해 피살사건 발생 후 피격 사실 은폐를 결정하고 철저한 보안유지 조치를 지시하였다"라고 밝혔다.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서해 피격'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서욱 전 장관의 변호인도 "검사 주장과 달리 서욱 피고인은 첩보 자료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장관으로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을 뿐 첩보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의 '월북몰이 보고서 작성' 혐의에 대해서도 "이대준씨가 월북하려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서 전 장관이 인식한 상태에서 정보분석 보고서 작성 및 변경을 지시한 점이 입증돼야 한다"면서 "서 전 장관은 (당시) 월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타 승선원과 달리 이대준씨는 혼자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 당시 CCTV 사각지점에서 신발이 발견됐다. 북 인원에게 이대준씨가 발견됐을 당시 소형 부유물에 의지하고 있었다. 북 인원에게 이씨는 '월북'이라고 답변했다. 이러한 내용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서 전 장관은 국방부 장관으로서 최선을 다했다."

박 전 원장 변호인도 "박지원 피고인이 장관회의에 참석할 지위에는 있었지만 의사 결정을 할 지위에 있지는 않았던 만큼, 다른 피고인들과 보안 유지 여부를 공모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김홍희 전 청장과 노은채 전 비서실장 측 변호인 역시 "피고인들과 공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법정에 직접 출석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피고인 5인은 "변호인 의견과 같은 입장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서해 피격'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자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이래진씨가 항의를 하고 있다.
ⓒ 이희훈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서해 피격'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자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이래진씨가 항의를 하고 있다.
ⓒ 이희훈
 
한편 이날 공판 전 고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는 박지원 전 원장이 법원으로 들어서자 박 전 원장을 향해 달려들며 격하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이 넘어지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관련 기사: [오마이포토] 재판 출석길, 서해피격 유족 항의 받은 박지원 https://omn.kr/237zm ).

취재진을 만난 이씨는 "지난 4년 동안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진상을 밝히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고,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가 국가로서 무엇을 했는지, 국민을 탄압한 진실을 밝혀내는 데 의미가 있다. 동생을 월북으로 낙인찍어 무엇을 얻으려했는지 우리는 명확하게 알아야 하고 밝혀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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