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쇼트시네마㉙] 경계와 의심을 향해 '씨유투머로우'

류지윤 2023. 3. 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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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부부는 도우미가 한국에 오래 거주하고 있지만 영주권을 받지 않아 중국에 자주 가야 하는 건 아닌지도 걱정이다.

그 순간, 스마트폰을 숨겨놓은 컵에 아이가 돌진하며 지금까지 모두 녹화되고 있었단 사실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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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승민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맞벌이 하는 부부는 가사 도우미 면접을 앞두고 있다. 남편은 최근 가사도우미가 말을 바꾸고 일을 그만둬버린 일을 떠올리며 이를 예방하고자 스마트폰을 숨겨 몰래 촬영한다.


면접을 보러 온 가사도우미가 등장하자 아내는 마땅치 않은 표정이다. 나이가 너무 어려 경험이 부족해 보인다. 또 땀을 굉장히 많이 흘린다. 몸에 어디가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도우미는 결혼을 일찍 해 사내 아이 둘을 키웠다고, 또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걸어 올라오느라 땀을 많이 흘리는 것 뿐이라고 방어한다.


부부는 도우미가 한국에 오래 거주하고 있지만 영주권을 받지 않아 중국에 자주 가야 하는 건 아닌지도 걱정이다.


부부는 이 도우미를 고용할까. 남편은 아이를 키운 경험과 영어를 가르쳤다는 도우미가 마음에 들었지만 아내는 여전히 고심 중이다. 도우미는 부부가 제시하는 까다로운 조건에 불만을 품지 않고 모두 받아들인다. 대신, 자신을 신뢰해 줬으면 좋겠다는 딱 한가지의 조건을 내건다. 도우미는 과거 자신이 일했던 가정집은 방까지 모두 CCTV를 설치해 상처를 받았던 기억이 있었다. 순간 부부는 "우리는 절대 그럴 일이 없다"라고 큰소리치지만 스마트폰 녹화가 걸리지는 않을까 뜨끔하다.


자고 있던 아이가 나오고 자연스럽게 도우미와 아이는 대화를 시작한다. 아이는 유치원에서 배운 영어를 늘어놓기 시작하고, 도우미는 유창한 영어로 받아친다.


부부는 영어를 잘하는 조선족 도우미를 고용하기로 결심했다. 그 순간, 스마트폰을 숨겨놓은 컵에 아이가 돌진하며 지금까지 모두 녹화되고 있었단 사실이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폰을 사수하려던 남편과 주전자에 물을 끓이던 아내, 아이의 동선이 꼬였고 도우미는 몸을 던져 아이 대신 뜨거운 물에 데이고 말았다.


부부와 도우미 관계는 사회의 상하 구조를 연상시킨다. 아내는 파출부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불리한 근무조건을 당연하다는 듯이 내민다. 도우미가 자신을 믿어달라는 고백, 아이를 키워온 경험, 건강한 신체를 어필했을 땐 마땅치 않아 했던 이들은 영어 실력을 확인하자마자 믿음을 가진다.


가정부는 부부의 이중적인 면모를 보고 집을 떠나려고 한다. 부부는 도우미가 내일 출근하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한다. 갑을 관계가 순식간에 뒤바뀌어 버린다. 아이는 짧은 시간 따뜻한 마음을 보여준 도우미에게 "see you tomorrow"라고 인사한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도우미의 얼굴로 끝이 난다. 도우미는 이들 부부의 집으로 출근할까. 타인을 끊임없이 검열하고 경계하는 모습이 아이의 순수한 인사로 낯 뜨거워진다.


이 작품은 김신록, 양현민, 양조아가 출연해 짧은 순간 실감 나는 연기로 몰입도를 확 끌어올린다. 한정된 공간에서 세 배우의 케미스트리와 에너지가 일상의 평온함과 스릴러 같은 긴장감을 교차하게 만든다. 배우진보다 눈길을 끄는 레딧은 감독이다. 'D.P', '지옥' 등을 제작한 클라이맥스스튜디오 변승민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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