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초파리는 어떻게 살충제를 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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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이 어떻게 맛을 감지하고 구분해 안전한 음식을 섭취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깊이를 더하고 있다.
미국 연구팀이 동물 중 최초로 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가 알칼리성 맛을 감지하는 수용체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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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중 첫 발견, 그동안 신 맛 기전만 밝혀져
인간 등 척추동물도 알칼리성 맛 느낄 수 있는지 주목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이 어떻게 맛을 감지하고 구분해 안전한 음식을 섭취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깊이를 더하고 있다. 미국 연구팀이 동물 중 최초로 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가 알칼리성 맛을 감지하는 수용체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초파리가 어떻게 강알칼리성 물질을 감지해 독성있는 음식ㆍ살충제를 피할 수 있었는지 그 비밀이 드러난 것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모넬 케미컬 센스 센터(Monell Chemical Senses Center) 연구팀은 지난 2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대사학(Nature Metabolism)'에 이같은 연구 결과가 담긴 논문을 게재했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좁은 산도(수소이온농도·pH) 범위 내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어 염기성, 산성을 감지하는 능력은 생존에 필수다. pH는 수소이온농도를 뜻하며 1~14단계로 구분된다. 낮을수록 산성, 높을수록 알칼리성(염기성), 가운데(pH7)는 중성이다.
최근의 연구에서 동물들이 신맛, 즉 산성 물질을 감지하는 데 관여하는 수용체, 세포, 신경회로 등이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알칼리성 맛을 어떻게 감지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사람ㆍ고양이를 상대로 한 일부 연구에서 알칼리성 감각은 맛의 일종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증명된 것은 없다.
연구팀은 초파리들이 광범위한 맛을 감지한다는 선행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높은 pH영역, 즉 알칼리성 물질을 감지할 수 있는 수용체를 갖고 있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하나의 접시에 반쪽은 중성의 빨간색 젤리, 나머지 반쪽은 수산화나트륨을 섞어 알칼리화한 파란색 젤리를 바르고 초파리들에게 먹였다. 어떤 산도의 먹이를 선호하는지 조사하기 위한 장치다. 이 결과 연구팀은 초파리들이 알칼리성이 높을수록 잘 먹지 않고 중성인 젤리를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일부 초파리들은 두 젤리 간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이 초파리와 정상 초파리의 유전자를 분석해 비교한 결과 중성ㆍ알칼리성을 구분하지 못하는 초파리에 유전적 돌연변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포유류들의 혀에 해당하는 초파리의 길쭉한 주둥이와 발ㆍ더듬이의 끝에 있는 감각 신경 세포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세포 단위의 연구에서 이 유전자가 알칼리성 물질을 감지하는 수용체 단백질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수용체 단백질은 알칼리성 물질을 감지하게 되면 세포막의 채널을 열어 음전하(-)를 띈 염소 이온이 신경세포를 빠져나가게 해 뇌에 정보를 전달, 이 음식을 피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연구팀은 또 광유전학(optogenetics) 기술을 사용해 이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활성화시켰더니 초파리가 설탕 용액을 마시다가도 알칼리성을 감지한 것처럼 주둥이를 움츠리는 것을 확인했다. 이 유전자가 초파리의 알칼리성 물질 감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결과가 인간과 같은 척추 동물에게까지 직접 적용되지는 않는다. 척추동물은 이같이 알칼리성 물질 감지에 직접 관여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에밀리 리먼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초파리와 사람은 단맛, 쓴맛, 신맛 등 비슷한 미각을 느끼지만 수용체들은 다르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가 척추동물도 초파리와 비슷한 형태의 염기 수용체를 가졌는지, 강력한 알칼리성 맛을 감지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연구를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곤충들이 알을 어디에 낳을지 결정하거나 해충 방제를 위한 살충제 살포 등 환경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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