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간단한 '혈액 검사'로 조기 발견… 진행 속도 늦춘다

이해나 기자 2023. 3. 2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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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 묻다]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현국 교수

 

치매에 걸리면 가족을 못 알아볼 뿐 아니라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져, 적지 않은 노인들이 치매를 '암보다 무서운 병'이라 말한다. 하지만 고령화로 인해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 수는 2023년 1월 기준 96만명에 달한다. 치매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가장 흔한 것이 알츠하이머병(전체 치매의 약 70%)이다. 치매는 아직 완치약이 없지만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현국 교수에게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증상, 조기 진단법 등에 대해 물었다.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현국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알츠하이머병이 호발하는 연령대는?
알츠하이머병은 95% 이상이 65세 이후에 발생한다. 그 전에 발생하는 치매는 '초로기 치매'라고 하는데, 대체적으로 예후가 더 나쁘다. 즉, 알츠하이머병의 5% 정도가 독특한 유전자 변이 등에 의해 이른 나이에 발생하는데, 직접 봤던 가장 어린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37세였다.

-알츠하이머병과 그밖의 치매 차이점?
알츠하이머병은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물질이 뇌에 쌓여 생긴다. 전형적인 특징은 내측 측두엽부터 손상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지 못하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최근의 기억부터 사라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기 행동이 억제되지 않는 행동 문제는 비교적 늦게 나타난다. 반면 전두엽이 찌그러지면서 발생하는 전두측두 치매(전두엽·측두엽 손상으로 발생)는 기억력은 비교적 잘 보존되는 반면 행동이 억제되지 않고, 표정이 없어진다. 루이소체 치매(뇌를 파괴하는 알파신뉴클레인 단백질에 의해 발생)는 의식 혼탁, 환시, 운동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치매 종류별로 처음 이상이 생기는 뇌 부위가 달라서 증상도 다른 양상으로 발생한다.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 중요한 이유?
알츠하이머병에도 단계가 있다. 뇌에 베타아밀로이드가 축적된 상태지만 별다른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 '전임상 알츠하이머병', 인지기능만 떨어진 '경도인지장애', 여러 기능 손상이 나타나는 '치매' 단계다. 전임상 알츠하이머병 10~15년, 경도인지장애 1~5년을 거치고 그 뒤로는 치매 단계로 지내게 된다.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에 치료를 시작하면 3~4년 정도 인지기능 향상을 꾀할 수 있다. 최근 개발된 주사제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1년 6개월 주사하면 치매 진행을 5.8개월 늦출 수 있다고 보고됐다.

-알츠하이머병 검사 어떻게 진행되나?
가장 많이 시행하는 것이 치매척도 검사 'MMSE(Mini-mental state Examination)'다. 계산능력, 기억력 등을 확인하는 질문들을 환자에게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치매가 의심된다면 뇌 변화를 직접 보기 위해 아밀로이드 페트, 뇌 MRI, 포도당 페트 등 영상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상 검사는 가격이 고가이고, 페트는 특히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더 비싼 편이다. 최근에는 '올리고머화 베타아밀로이드 검사'와 같은 간단한 혈액 검사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 있는 방식도 나와 주목받는다.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현국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올리고머화 베타아밀로이드 검사 원리는?
베타아밀로이드의 올리고머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베타아밀로이드가 모이면 올리고머가 되고, 올리고머가 모여 딱딱한 플라크가 된다. 즉, 베타아밀로이드가 뭉치면 최종적으로 플라크가 되는데 그 중간 단계가 올리고머다. 이 세 단계 중 올리고머 단계가 독성이 가장 커 신경을 심하게 파괴한다. 신경과 신경을 연결하는 시냅스를 파괴하며 뇌 퇴행성 변화의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한다. 뇌 영상 검사는 베타아밀로이드가 플라크가 됐을 때부터 확인 가능하다. 즉, 올리고머 단계를 잡아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올리고머화 베타아밀로이드 검사는 베타아밀로이드가 플라크로 변하기 전 중간 단계에 미리 모니터하고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피만 뽑고 가면 되기 때문에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검사 결과는 세 구간으로 나눠 확인 가능하다. 올리고머화 정도가 0.77ng/mL 이하면 저위험, 0.78~0.92ng/mL는 경계, 0.93ng/mL 이상은 고위험에 속한다고 분류한다. 고위험일 때는 페트 검사를 추가적으로 실시하고, 알츠하이머병 진행 단계에 맞게 치료를 시작한다.

-알츠하이머병 예방 가능한가?
완벽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통상적으로 위험 요소를 통제하면 30% 정도의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당뇨, 고혈압 등 일반적인 성인병 예방법과 유사하다. 규칙적인 운동, 금연, 건강한 식단 실천, 체중 관리 등을 하는 것이다. 즉,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는 게 중요한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활습관을 '얼마나 지속하느냐'가 핵심이다. 실제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어떤 건강 습관이든 좋으니 하나를 정해서 꾸준히 할 것을 권고한다.

-치매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조언?
과거과 달리 치매를 ‘관리하는’ 시대가 됐다. 치매 진행을 늦추는 다양한 치료제들이 나와있고, 앞으로도 계속 개발될 것이다. 대개 두려움 때문에 치매 검사를 받지 않는데, 조기 발견이 중요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을 권장한다. 치매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한 번쯤 검사를 받아서 뇌의 건강 상태가 어떤지 체크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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