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손 잡는 인뱅… 이번엔 진짜 ‘메기’ 될까

신재희 2023. 3. 2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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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경제] 당국 ‘은행권 과점 깨기’ 첫 카드는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은행권 과점 깨기’의 핵심 주체로 낙점했다. 이와 함께 경쟁 촉진자로서 인터넷은행이 어떻게 하면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심에 들어갔다.

인터넷은행은 2017년 처음 도입 당시 혁신과 포용을 외치며 시장 혁신을 일으킬 ‘메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디지털 혁신 측면에서 인터넷 은행이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혁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파트2’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은 지난 22일 열린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이들의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인터넷 은행은 지금까지 급격한 외형성장에 치중한 측면이 있다”며 “꾸준한 자본확충을 통한 건전성 제고, 대안신용평가의 고도화·혁신화, 중·저신용자 대출 활성화, 철저한 부실 관리 등 내실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뱅·지방은행 공동대출 출시 검토

금융위는 23일 인터넷은행의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 지방은행과의 공동 대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은행의 우수한 영업 능력과 신용평가모형을 바탕으로 대출 대상자를 선정하고, 재원은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이 분담하는 형태다.

고객이 인터넷은행 애플리케이션에서 대출을 신청하면,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이 각각 심사를 진행한다. 대출은 양쪽에서 모두 승인된 고객에게 사전 합의된 비율에 따라 실행된다. 고객 대응 업무는 인터넷은행이 지방은행으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한다.

인터넷은행은 적정 자본 비율 내에서 대출을 지속 공급해 성장 기반을 확대할 수 있고, 지방은행은 영업 채널을 다각화하고 양질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이 현재 해당 모델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은 정부 관계자들에게 해당 모델 관련 법적·제도적 제약 여부, 출시 가능성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외에도 인터넷은행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방카슈랑스 영업기준(25%룰)과 구속행위(일명 꺾기) 관련 규제 완화 등을 건의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관련 규제가 비대면 디지털 영업환경에 부합하지 않는다는데 공감대를 모았다. 다만 다크패턴(눈속임 설계) 등으로 소비자를 속이거나 유인하는 문제와 관련한 규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건의 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선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완화 선 그어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에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 6년간 인터넷은행이 급격한 외형 성장에 치중한 측면이 있다며, 은행권 내 경쟁 촉진과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등 본래 역할에 힘써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인터넷은행의 숙원이었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완화에는 사실상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실제 인터넷은행은 외형적으로 ‘폭풍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카카오뱅크의 가입자 수는 2042만명이며,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도 각각 849만명, 570만명이나 된다. 자산 규모 역시 2017년 말 7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79조5000억원으로 10배 이상 커졌다.


인터넷은행이 정체돼있던 금융권에 경쟁·혁신의 바람을 일으킨 ‘메기’인지, 아니면 ‘큰 미꾸라지’ 정도에 그쳤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철옹성같이 여겨지던 시중은행의 디지털 변화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중·저신용자를 포용하겠다던 미션은 달성 못했다는 비판이 크다. 특히 각사의 CSS(신용평가시스템)을 고도화해 차별화를 꾀하기보다는 시중은행처럼 ‘이자 장사’에만 집중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가장 높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잔액 기준)을 기록한 건 토스뱅크(40.4%)였지만 정작 자신들이 내세웠던 목표치인 42%에는 미달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목표치(25%)를 소폭 넘어선 25.4%, 25.1%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이들의 고신용자 대출 비중은 여전히 높다.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와 고신용자 모두에게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온다.

류두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터넷은행은 점포 운영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점을 이용해 사실상 수수료만 조금 깎아주는 식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했다”며 “인터넷은행이 혁신을 위한 노력보다는 기존 은행처럼 예대마진에 치우진 영업구조에 천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등 설립 취지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빅데이터 등 IT혁신을 통한 새로운 대안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고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도입취지이자 설립 당시 국민과의 약속이었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은행이 낮은 비용으로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 발굴해줄 것도 당부했다. 시중은행과 모든 영역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영국의 챌린저뱅크처럼 특화된 전문영역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에 ‘두번째’ 기대를 걸고 있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인터넷뱅크가 금융시장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는 운영 기간이 짧았던 측면도 있다”며 “과도한 외형 성장을 했다는 지적도 있으나, 전체 자산은 아직 국내 은행의 2%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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