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진옥동호 '출항'…소비자 중심경영 선언
국민연금·ISS, 사모펀드·채용비리 사태 질타
진옥동 '취임일성' 소비자경영·내부통제 강화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신임 회장이 23일 3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다만 진 회장의 선임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기까지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사모펀드 사태를 이유로 반대에 나서는 등 순탄치 만은 않았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신한금융 사외이사 전원의 재선임을 반대했다. 임기를 시작한 진 회장에게 신한금융의 체질개선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엄중한 요구가 나오는 상황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본사에서 제22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진옥동 사내이사 선임안을 가결했다. 정상혁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안 및 곽수근, 배훈, 성재호, 이용국, 이윤재, 진현덕, 최재붕 사외이사 재선임안도 함께 주총을 통과했다.
진 회장은 전북 임실군 출신으로 덕수상고를 졸업한 인물이다. 기업은행을 거쳐 1986년 신한은행에 입행했으며, 2010년 퇴임한 라응찬 전 회장 이후 신한금융에서 12년 만에 나온 두 번째 고졸 회장이다. 신한은행 일본 현지 법인인 SBJ은행 설립을 주도하는 등 일본에서만 18년 근무한 일본통으로 꼽힌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진 회장의 신한은행장 재임 시절 역량을 높게 평가하며 그의 산임안에 찬성 의견을 내놓았다. 한 주주는 “신규 선임된 진옥동 이사 후보는 지난 4년간 신한은행을 이끌면서 고객 중심의 선두은행으로 우뚝 서고 더욱더 굳건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했다”며 안건 가결 의사를 밝혔다. 앞서 성재호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의 “진 행장은 은행장으로서 경영능력을 검증받았다”는 평가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주주 목소리, 사모펀드 사태 책임 있다
다만 신한금융의 지분 7.69%를 보유한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시각은 달랐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16일 제3차 위원회에서 신한금융지주 진옥동 선임 안건과 관련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낳은 라임펀드를 2769억원어치 판매했다. 금융위원회는 신한은행의 라임펀드 판매 과정에서 부당권유 등 불완전판매, 투자광고 규정 위반 등 자본시장법 위반행위가 있다고 보고 업무 일부 정지 및 과태료 57억1000만원을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진 회장(당시 은행장)은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당초 ‘문책경고’가 사전 통보됐으나 소비자 보호 노력 등이 반영되면서 징계 수위가 내려갔다.
국민연금은 이를 바탕으로 진 회장의 선임에 반대의사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이사선임 건과 관련해 제재이력, 제재내용, 제재관련 취소소송·효력정지 등 진행경과, 발생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원들 간 논의를 거쳐 찬성·반대·중립·기권을 결정한다.
여기에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이와 관련해 신한금융 8명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결 행사를 권고했다. 신한금융의 현 사외이사진은 지배구조와 위험 관리에서 실패를 드러냈다고 봤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한 진옥동 체제의 신한금융을 향해 주주들의 내부통제 및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진 회장은 이를 인식한 듯 이날 인사말에서 “주주와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신한의 성장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진옥동, 소비자경영으로 정면 돌파
진 회장은 이러한 주주들의 요구를 소비자중심 경영으로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날 취임사를 통해 “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하며 가장 먼저, 신한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다”면서 “자신 있게 대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고객 자긍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한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고객의 자랑이 될 수 있다면 우리의 존재 이유는 명확해 진다”면서 “창업과 성장의 기반이 되었던 고객중심의 가치를 고객 자긍심으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신한의 모습 속에 고객 관점에 어긋나는 기준은 없는 지 다시 한 번 면밀히 살피고, 우리와 함께하는 모든 분들이 ‘신한’을 자랑으로 여기실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진 회장은 금융사고 재발을 막기위한 철저한 내부통제를 강조했다. 그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찰과 조직 전반에 흐르는 내부통제의 실천은 단순히 프로세스의 일부가 아닌 우리 회사가 존재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며 “사회적 기준보다 더 엄격한 도덕적 기준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며,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강력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완성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임기를 마친 조용병 전 회장은 진 회장을 향해 “든든한 후임자”라며 “신한금융은 ‘고객중심’과 ‘금융보국’이라는 창업 정신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변화와 도약으로 ‘선한 영향력 1위’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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