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컴백, 56년 만에 사명 바꿨다…롯데 식품·유통 재정비

백일현 2023. 3. 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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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열린 롯데제과 정기주주총회 모습. 1967년 설립 이후 56년 동안 유지했던 사명을 롯데웰푸드(LOTTE WELLFOOD)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새로운 사명은 4월 1일부로 적용된다. 사진 롯데제과


롯데그룹 식품·유통 계열사들이 사명 변경, 오너경영인 복귀 등을 통해 사업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23일 롯데제과는 서울 양평동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1967년 설립 이래 56년 동안 써왔던 사명을 ‘롯데웰푸드’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새로운 사명은 4월 1일부터 적용된다.

롯데제과 측은 “그동안 제과 기업에 한정됐던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전문가·언어학자들의 확장성 등에 대한 평가도 거쳤다고 덧붙였다.

롯데웰푸드 CI. 사진 롯데제과


롯데제과는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세운 롯데그룹의 모태다. 앞서 지난해 7월 롯데푸드를 합병하면서 매출 4조원의 종합식품회사로 거듭났다. 향후 간편식·육가공·유가공뿐 아니라 케어푸드, 기능성 식품, 비건 푸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20% 수준인 해외 사업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5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지난 1월에는 인도 자회사 ‘하브모어’에 약 7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인사 정책에도 변화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말 설립 이래 처음으로 외부 인사인 이창엽 전 한국코카콜라 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신속한 의사 결정 위해 복귀”


롯데칠성음료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날 열린 이 회사 정기주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내이사로 복귀하고, 대표이사를 맡으면서다. 신 회장은 2017년 롯데칠성 사내이사가 됐고, 2019년 재선임됐으나 같은 해 12월 사임한 바 있다. 신 회장이 그동안 이사회에 참여 중인 기업은 롯데지주·롯데제과·롯데케미칼·캐논코리아 등이었다.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제56기 롯데칠성음료 정기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 관계자는 신 회장의 복귀에 대해 “책임경영 강화와 글로벌 투자, 인수합병(M&A), 사업 확장 등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8417억원, 2228억원이었다. 각각 전년 대비 13.4%, 22.3% 늘어나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롯데쇼핑은 약 1조원을 투자해 영국 온라인 유통 기업인 오카도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부산 강서 약 4만㎡ 부지에 ‘오카도스마트 플랫폼(OSP)’이 적용된 첫 번째 자동화 물류센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이 최근 유통 계열사 관련 일정에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를 적극 참여시키는 것도 눈에 띈다. 지난 20일 방한한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을 서울 잠실 롯데 에비뉴엘에서 맞을 때도 신 상무와 함께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이 20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 에비뉴엘을 방문해 신동빈 롯데 회장과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를 만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업계에선 롯데의 이 같은 광폭 행보를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본다. 지난해 롯데는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 상황을 겪었고, 최근엔 신세계·쿠팡 등 경쟁자의 도전에 맞서 그룹의 뿌리인 유통 경쟁력을 키울 필요성이 커졌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롯데칠성 복귀 등은 신사업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겠다는 뜻 아니겠냐”며 “그동안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를 중시하던 데서 유럽, 미국 등으로 글로벌 진출을 보다 활발히 하자는 기조로 바뀐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경영 환경이 안정적이었던 지난 10년과 달리 이제 상시적 위기(Permacrisis)의 시대가 됐다”며 “새롭게 도전하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돼 기업가치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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