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韓-美 금리 차… 증시 자금 유출 또는 유지?

이홍석 2023. 3. 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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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22년여만…외인 이탈 우려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 실종시 투심 위축
불확실성 증대 속 내달 금통위 결정 영향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 코스닥지수, 원·달러 환율 종가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 양국간 기준금리 차가 22년여 만에 역대 최대로 벌어지면서 국내 증시에 악재가 될 지 주목된다.


특히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이 여전히 훈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 양국간 기준금리 격차가 22년여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지면서 국내 증시에서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미국 연준은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 금리를 현재보다 0.25%포인트 올린 4.75~5.00%로 결정했다. 이로써 연준의 기준금리는 지난 2007년 이후 다시 최고 수준을 기록하게 됐고 한국과의 기준금리 차는 기존 1.25%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는 연준이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아닌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선택하면서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전일 종가 대비 7.52포인트(0.31%) 상승한 2424.48에, 코스닥지수는 전일 종가 대비 1.24포인트(0.15%) 떨어진 812.19로 마쳤다.


양 지수가 희비가 엇갈렸지만 금리 인상 기조가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하며 뉴욕 증시에 비해 선방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30.49포인트(1.63%) 떨어진 3만2030.1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65.90포인트(1.65%) 하락한 3936.9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90.15포인트(1.60%) 내린 1만1669.96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지수가 아닌 흐름으로 보면 국내 증시도 하루 종일 등락을 거듭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개장하자마자 2400선이 붕괴되기도 했지만 이내 회복한 뒤 2400선 위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장을 마쳤다. 장 초반 약세를 딛고 상승세를 구가하던 코스닥지수도 장 막판 급락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날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양국간 금리 격차는 지난 2000년 5~10월(1.50% 포인트)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 역전 폭을 기록하게 됐다. 양국간 기준금리 격차 확대로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증시 자금의 해외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워싱턴DC·AP=뉴시스

특히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시장이 그렇게 예상한다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며 “경제 방향이 불확실해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일축해 투자 심리도 다시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윤소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큰 폭은 아니지만 실업률과 물가에 대한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는 점은 연준이 여전히 더디게 둔화하는 고용시장과 물가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금융불안보다 물가 안정을 더욱 중시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당장 금리 인하를 예상한 것은 아니더라도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작용해 왔다는 점에서 파월의 이러한 발언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며 증시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내달 11일로 예정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결정에 따라 향후 증시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3월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나타내는 표)를 통해 미국 최종 기준금리는 5.25%로 굳어지는 분위기로 금통위의 추가 금리 인상 부담이 낮아진 측면이 있다.


이날 FOMC 회의 이후 나타난 달러화 약세도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29.4원 하락한 1278.3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월 14일(1269.4원) 이후 한 달 여 만에 가장 낮았고 일일 낙폭 기준으로는 지난해 11월11일(59.1원) 이후 가장 컸다.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면 위험자산 회피 심리로 인해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결국 국내 주식을 매도해 원화를 달러로 환산해야 하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달러로 환산시 금액이 줄어드는 등 수익성 측면에서 불리해지는 만큼 환율 안정은 증시 자금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 1회 추가 인상을 시사하고 금리 인하를 배제했지만 성장률 전망을 하향하면서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면서도 “긴축에 대한 경계심이 완화되는 것은 주식 시장에는 긍정적이나 ‘숫자’에 대한 신뢰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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