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깜깜이 배당’ 없앴다…주총서 주주권리 강화안 통과
현대자동차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깜깜이 배당’을 없애고 기말 배당금을 인상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주 권리 강화안을 대거 통과시켰다. 23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배당 절차 개선과 이사 정원 확대 등을 포함하는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이 가결됐다.
현대차는 ‘매 결산기말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 또는 질권자에게 배당을 지급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정관 내용을 ‘이사회 결의로 배당을 받을 주주를 확정하기 위한 기준일을 정할 수 있고, 기준일은 2주 전 공고해야 한다’로 변경해 투자자가 배당액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했다.
기말 배당금 50% 인상하고 이사회 확대
그동안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은 연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정한 뒤 다음 해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확정해 ‘깜깜이 배당’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배당 절차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현대차는 이날 주총에서 기말 배당금을 지난해 대비 50% 올린 6000원으로 책정하는 안건도 승인받았다. 주주 환원 강화를 위해 자사주 중 발행 주식 수의 1%에 해당하는 주식도 소각했다.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 정원을 11명에서 13명으로 늘리는 안도 통과했다.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고, 사내이사는 5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사외이사 1명의 임기 만료와 정관 변경에 따른 사외이사 1명 추가로 사외이사는 전년보다 1명 늘어난 7명이 됐다.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는 장승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고금리와 경기 침체에 따른 자동차 수요 둔화와 원자재 수급 불안으로 올해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며 수요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 대응과 전동화 톱티어 브랜드 달성, 미래사업 준비와 내부역량 강화,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관리체계 강화 등을 4대 전략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장재훈 사장 “올해 SW 중심 전환”
그는 수요자 우위 시장 전환 대응과 관련해 “생산·판매 최적화와 물류 시간 단축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시기에 제공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전동화 전환에 대해서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회사 전반 시스템을 전환해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 출시와 전기차 현지 생산 체계 강화, 신흥시장 전동화 지배력 확대도 세부 전략으로 내세웠다. 장 사장은 미래 전략과 관련해서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통해 제조혁신 기술을 고도화하고 로보틱스·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글로벌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지난해 북미에서 발생한 협력업체의 부당 노동 문제와 관련해 제3자 진단, 해당 업체와의 지분 관계 청산 등으로 강력하게 대응했다고 강조하면서 “현대차는 부당 노동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ESG 관리체계 강화를 통해 잠재적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날 ‘현대차 디자인 헤리티지와 디자인 방향성’을 주제로 주주 대상 설명회도 열었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부사장)은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차종별로 역할을 부여하는 ‘현대룩’ 디자인 전략을 소개했다. 이날 총회장 입구에는 1974년 공개됐던 현대차의 콘셉트카 ‘포니 쿠페’를 계승한 수소 하이브리드 기반 롤링랩(움직이는 연구소) ‘N 비전 74’가 전시돼 주주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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