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고독사' 의문 풀리자 울컥했다…장롱 밑에서 발견된 건
홀로 숨진 80대가 남긴 쪽지 “미안합니다”
2015년 여름 부산 시내 한 임대아파트. 폴리스라인을 걷어내고 권종호(56) 영도경찰서 경위가 집 안으로 들어섰다. 홀로 살던 80대 노인이 숨진 현장이다. 3일 이상 지나 발견돼 ‘고독사’에 해당한다. 권 경위는 100곳 넘는 고독사 현장을 겪는 동안 이토록 ‘깨끗한’ 현장을 본 건 처음이었다고 한다. 악취가 심했지만, 집 안은 잘 정돈돼있었다.

유품을 확인하던 중 장롱 밑에서 발견한 쪽지를 보고 의문이 풀렸다. 쪽지엔 ‘먼저 떠난 아내에게 갑니다. 미안한 마음에 집을 치워주실 분께 밥값을 남깁니다. 아내 옷을 준비했는데 수고스럽지만 태워주세요’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동봉된 돈은 10만원. 이웃에 따르면 금실 좋고 친절한 노부부였다는 이들에겐 자식이 없었다. 망자는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됐다. 권 경위는 “임종을 앞둔 어르신이 손수 집 안을 깨끗하게 정리했던 것 같다. 쓸쓸한 죽음 자체도 두렵지만, 사망한 뒤 다른 이들에게 끼칠 민폐까지 걱정하는 노인이 많다”고 했다.
현직 경찰, 왜 ‘고독사 작가’ 됐나
구더기에 뒤덮인 채 ‘이대로 죽고 싶지 않다’는 낙서를 남기고 발견된 국가유공자, 사망 15일이 넘어 형체도 알아보기 어렵게 부패한 화랑무공훈장 수여자 시신을 볼 때면 권 경위 마음은 요동쳤다. 노인뿐 아니다. 밤낮없이 일하며 치매 모친을 모셨던 30대 ‘고시원 막둥이’. 숱한 ‘서류 탈락’ 이력서를 남긴 채 삶을 등진 20대 취업준비생. 모두 권 경위에겐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보건복지부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를 보면 부산 고독사는 2017년 219건에서 2021년 329건으로 50.2% 늘었다.

![고독사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보건복지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3/23/joongang/20230323170341861axky.jpg)
구청장과 복지담당자를 만나 "고독사 현장에 가보자"고 읍소했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권 경위는 “고독사 예방 대책을 생각해 전국 지자체 주민참여예산 공모사업에 제안한 적도 있지만, 답신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민 끝에 책을 쓰기로 했다. 휴일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집필에 걸린 시간은 불과 3개월이다. 그는 “익숙한 사건보고서 형태로 투박하지만 담담하게 쓰려 했다. 책을 써본 건 처음인데,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인지 수월하게 써졌다”고 했다. 권 경위는 "고독사는 정부 제도가 바뀐 사회 구조를 따라가지 못해 일어나는 ‘사회적 타살’"이라며 "책 제목도 고민 없이 곧장 정했다”고 설명했다.
“끊긴 인연, 계약으로 메울 수 있습니다”
권 경위는 우리 사회 고독사가 일본 종교학자 시마다 히로미가 말한 ‘무연(無緣)사회’(인간관계가 희박해져 이웃 죽음조차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사회)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그는 “고독사 현장에서 발견한 공통점은 ‘단절’이었다. 경제적 어려움 등 피치 못할 사정 속에 고립돼 죽은 이들 중 보름, 한 달, 1년이 가도록 발견되지 못한 사람도 많다”고 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현직 형사가 낸 제안에 보건복지부도 화답했다. 권 경위는 “보건복지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고독사 담당 부서에서 연락을 받았다. 오는 30일 그들을 만나 설명하고 토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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