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리서 시작된 연준의 ‘조르기’ [3분 미국주식]
연준 ‘베이비스텝’… 기준금리 4.75~5.00%
파월 “올해 중 금리 인하 시나리오 없다”
“올해 중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은 은행권의 유동성 위기보다 인플레이션을 우선 억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중소형 은행의 줄파산보다 심각한 위협은 1년을 넘게 시달려온 인플레이션이라는 역설이다. 연준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3월 정례회의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베이비 스텝’(0.25% 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고 기준금리의 상단을 5%로 끌어올렸다.
연준은 이틀간의 FOMC 3월 정례회의를 마친 이날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4.75~5.00%로 상향됐다. 이제 금리의 상단이 5%대에 진입했다. 앞으로 한 번의 ‘베이비 스텝’만으로 하단까지 5%대에 진입하게 된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3.50%로, 미국과 차이는 1.25~1.5% 포인트로 벌어졌다.
연준은 금리를 올린 배경으로 “최근 경제 지표는 소비와 생산에서 완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일자리는 최근 수개월 간 증가했고, 견조하게 움직였다. 실업률은 낮게 유지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높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연준은 2021년 하반기부터 선명하게 나타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그해 11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로 긴축을 시작했다. 지난해 3월 ‘베이비 스텝’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45일 간격으로 열린 FOMC 정례회의마다 금리를 높여왔다. 이 과정에서 사상 초유의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 포인트 금리 인상)이 단행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월간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로 정점을 찍고 하락했다. 하지만 상승률의 둔화세가 최근 느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6.5%, 지난 1월 6.4%에 이어 지난 14일 발표된 지난달 상승률은 6.0%였다. 상승률은 3개월 연속으로 6%대에 머물렀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2%대다. 둔화세는 확인됐지만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고강도 긴축 기조를 지탱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7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물가상승률을 2% 수준으로 내리기 위한 과정은 멀고 험난할 것”이라며 “경제 지표는 최종 금리 수준이 기존 전망치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당시 발언은 FOMC 3월 정례회의에서 ‘빅스텝’을 밟고, 기준금리의 최종 수준을 6%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지난 9일부터 실버게이트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같은 미국 중소형 은행이 연달아 파산하거나 폐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연준의 이날 ‘베이비 스텝’은 은행권의 유동성 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준의 ‘베이비 스텝’은 시장의 전망을 벗어나지 않은 결과다. 이날 FOMC 3월 정례회의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은 건 연준의 성명 발표 직후 시작된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다. 당초 은행권의 유동성 위기와 타협해 고강도 긴축 기조를 완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세계 금융가 안팎에서 나왔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은 그 기대에 부합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은행권의 위기 확산을 저지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탄탄한 자본과 유동성을 보유한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강력하다”며 “우리는 은행 시스템 여건을 긴밀하게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전성과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연준 위원들이 중소형 은행들의 줄파산을 목격하며 한때 금리 동결을 검토했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대형은행들의 유동성 지원으로 연준은 긴축 기조를 유지할 힘을 얻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물가 복원에 전념하고 있다. 행동과 발언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FOMC) 구성원들이 올해 중으로 금리 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며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은행권의 신용 경색 규모에 대해서는 “파악되지 않았다”며 “통화정책으로 대응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FOMC 구성원들의 구상을 나타내는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의 중간값은 5.1%로 지난해 12월 정례회의와 같았다. FOMC 구성원 18명 중 10명이 올해 말 기준금리를 5.00~5.25%로 예상했다. 이제 한 번의 ‘베이비 스텝’ 여지만 남긴 최종 금리 전망이 나온 셈이다. FOMC 구성원들은 내년 말 기준금리를 4.3%, 2025년 말에는 3.1%로 각각 전망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률과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은 고금리 국면의 마지막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미국 경제가 5%대 기준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할 연준의 ‘조르기’를 얼마나 버틸지가 과제로 남았다. 이날 FOMC 회의 결과보다 뉴욕증시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친 것은 재닛 옐런 미국 제무부 장관의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 발언이었다.
옐런 장관은 “모든 은행 예금을 보호하는 포괄적 보험과 관련해 어떤 것도 논의하거나 고려하지 않았다. 이는 우리가 추구하는 바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중소형 은행의 파산 과정에서 무보험 예금에 대해서도 보호하고, 새로운 유동성을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옐런 장관의 이날 발언은 ‘모든 은행이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로 해석된다.
옐런 장관은 “연쇄적인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에 따라 시스템 위기로 간주된 뒤에야 연방예금보험공사(FIDC)가 모든 예금을 보호하도록 허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은행 시스템이 매우 건전한 상황에서 연쇄적인 뱅크런을 목격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FOMC 회의 결과를 주시하며 등락하던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는 옐런 장관의 발언을 확인한 뒤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63%(530.49포인트) 하락한 3만2030.1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65%(65.90포인트) 밀린 3936.97. 나스닥지수는 1.60%(190.15포인트) 떨어진 1만1669.96에 장을 닫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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