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모 벤스케 “서울시향서 윤이상 음반 녹음 자랑스러워”

장지영 2023. 3. 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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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음악감독 임기 종료… 올해 서울시향과 시벨리우스 사이클 마무리
지난해 말 3년감의 임기를 마친 오스모 벤스케 전 서울시향 음악감독. 서울시향

“서울시향은 우수한 단원들을 가진 한국 최고의 교향악단입니다. 앞으로 연습과 공연을 함께 할 수 있는 전용 콘서트홀을 가지면 세계적인 교향악단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임기 3년을 마친 오스모 벤스케(70)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이 객원 지휘자로 돌아왔다. 오는 24~25일, 30~31일 서울시향 정기공연 지휘를 앞두고 국내 언론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벤스케 전 음악감독은 “오케스트라뿐만 아니라 공연장도 하나의 악기라는 점에서 좋은 소리에 영향을 미친다. 뉴욕 필, 시카고 심포니, LA 필 등 세계 유수 교향악단들이 전용 콘서트홀을 가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서울시는 세종문화회관을 대대적으로 개축해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을 2028년까지 새롭게 조성한다는 계획을 지난해 10월 공개한 바 있다.

핀란드 출신 명장으로 꼽히는 벤스케는 정명훈 이후 공석이던 서울시향 음악감독에 발탁돼 2020년 1월부터 3년간 재직했다. 취임 직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돼 많은 공연과 사업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불의의 낙상 사고를 당해 연말 레퍼토리인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연주를 못 한 채 임기를 마무리했다. 당시 골반과 어깨가 부서지는 중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빨리 회복돼 예정대로 이번에 서울시향과 공연할 수 있었다.

오스모 벤스케 전 음악감독이 오는 24~25일, 30~31일 서울시향 정기공연을 위해 리허설을 지휘하고 있다. 서울시향

“지난 3년은 코로나19로 매우 어려웠지만, 서울시향은 점점 제가 원하는 소리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향은 지난해 유럽 순회공연에서 좋은 연주를 보여주었고, 환경이 각기 다른 여러 공연장에서 최선의 연주를 들려주려는 경험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했습니다. 앞으로도 서울시향 단원들을 그리워 할 것 같아요.”

벤스케 감독은 임기 중 가장 자랑스러운 성과로는 유럽 3개국 순회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과 함께 윤이상 음반 발매를 꼽았다. 그는 “녹음을 주저하는 사람이 많아 한국의 교향악단이 왜 한국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고 녹음해야 하는가에 대해 설득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그 음반에 대한 리뷰를 보면 훌륭한 녹음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면서 “독창적인 윤이상의 음악을 조국인 한국이 자랑스러워하지 않고 연주하지 않는다면 누가 연주하겠는가?”라고 강조했다.

벤스케 전 감독은 핀란드 작곡가인 시벨리우스 전문가로 유명하다. 서울시향에 부임한 이후 시벨리우스 작품을 전부 연주하는 ‘시벨리우스 사이클’에 나섰다. 그는 24∼2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시벨리우스 ‘카렐리아’ 모음곡, 리사 바티아슈빌리가 협연하는 바이올린 협주곡(개정판), 교향곡 제6번을 들려준다. 이어 30∼3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엘리나 베헬레가 협연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원전판)과 교향곡 제2번을 연주하며 시벨리우스 사이클을 마무리한다. 그는 “시벨리우스는 나에게 가장 가까운 작곡가 중 한 명이다. 비록 7번 교향곡은 못했지만 서울시향과 시벨리우스 사이클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벤스케는 2019년 서울시향에서 객원지휘자로 시벨리우스 7번 교향곡을 연주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시향이 지난해 오스모 벤스케 지휘로 녹음해 발매한 윤이상 음반 표지.

이번 연주 일정 중 국내 초연인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의 원전판 연주가 눈에 띈다. 이 작품은 시벨리우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초연 당시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후 시벨리우스는 개정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조금 더 부드럽게 바꾸는 한편 독주자의 존재감을 키웠다. 그런데, 시벨리우스 가문은 원전판에 대해 몇 명의 연주자에게만 연주를 허락하고 있어서 평소 듣기가 쉽지 않다. 바로 핀란드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엘리나 베헬레가 시벨리우스 가문이 허락한 몇 몇 안 되는 연주자다. 벤스케 전 감독은 “원전판과 개정판을 모두 감상함으로써 훌륭한 작곡가가 어떻게 작업했는지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며 “협연 바이올리니스트 엘리나 베헬레는 개정판보다 연주하기 더 어려운 원전판 연주에도 능한 연주자”라고 칭찬했다.

벤스케 전 감독은 지난해 서울시향 음악감독과 함께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임기도 마쳤다. “음악감독일 때처럼 매주 사무국으로부터 100통의 이메일을 받고 답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며 홀가분함을 드러낸 그는 앞으로 계획을 묻자 그는 ‘자상한 지휘자’가 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일흔이 됐는데 인생의 마지막 장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고 했다면 다음 30년은 지휘자로서 음악에 대한 사랑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습니다. 연주자들을 밀어붙이는 대신 이전보다 좀 더 자상한 지휘자가 되려고 해요. 더 좋은 연주를 하도록 강요하는 대신 그렇게 하도록 ‘초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습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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