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한은도 베이비스텝?…금리 조정 타이밍 '고차방정식’

김효숙 2023. 3. 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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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동결' 우세하지만…
역대 최대 금리차 '부담감'
서울 중구 한국은행 ⓒ한국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으면서 한국은행도 다음 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인상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다만 연준이 한차례 추가 인상을 시사한 데다가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지면서 한은도 올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단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그 타이밍을 두고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연준은 22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4.50∼4.75%에서 4.75∼5.00%로 0.25%p 올렸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알려주는 점도표의 올해 금리 전망치도 5.00~5.25%(중간값 5.1%) 수준으로, 지난해 12월 점도표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다. 현재 기준금리를 고려할 때 연내 한 차례 정도 베이비스텝만 남아 있다는 뜻이다.


앞서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이달 초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시장에서는 빅스텝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실리콘밸리은행·시그니처은행 등의 잇따른 파산 여파로 결국 보폭이 줄었다.


내달 금통위를 여는 한은도 통화정책 운영에 여유가 생겼다는 평이다.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기준금리를 지금 현재 3.5%에서 한번 더 동결하고 물가나 경기 상황을 지켜볼 수 있게 돼서다.


한은 금통위원들은 지난달 열린 금통위에서 조윤제 위원을 제외한 5명이 모두 기준금리 동결을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1년 반 동안 이어진 금리 인상 효과를 지켜보고, 대내외 경제 상황도 점검하는 숨 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었다.


최근 경제 지표들만 보자면 당장은 숨을 고르며 금리인상의 파급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시장의 의견이 나온다. 수출 감소로 올해 1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45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경기 하강 신호가 뚜렷하고, 지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개월 만에 4%대(4.8%)로 떨어져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미국 연준의 통화 긴축 기조가 끝난 것은 아닌 만큼, 벌어지는 한미 금리 차에 대비해 한은도 올해 한 차례 추가 인상을 염두에 두어야하는 상황이다. 동시에 취약 금융기관의 유동성·신용경색 위험과 차주들의 이자 상화 부담, 경기침체 가능성 등 부작용도 고려해야하는 만큼, 금리 인상 타이밍을 두고는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회의 직후 "올해 중 금리 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며 "우리가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정책결정문이 지난해 12월 '지속적인 인상이 적절하다'는 기조에서 '추가 정책 기축이 적절할 수 있다'로 비둘기적 전환이 이뤄지긴 했지만, 언제든지 추가 인상을 시사한 대목이다.


특히 이날 연준의 베이비스텝으로 한미 기준금리 역전차는 2000년 10월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올해 연준의 한 차례 추가 베이비스텝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미국과 한국의 금리차는 1.75%p까지 벌어지게 된다. 한미 금리 역전 폭으로서는 새 최대 기록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여러 차례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지만 커지는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을 무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1300원대에서 등락하는 환율이 금리 격차 등의 영향으로 더 뛸 경우 한은도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원화가 절하될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은 높아지는 만큼, 겨우 꺾인 물가 오름세가 다시 치솟을 수 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오전 열린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미국 통화정책 관련 기대변화 등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수 있다"며 "대외 여건 변화와 국내 가격변수, 자본 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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