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자 7명에 1명 "소득 70% 이상 원금·이자 갚는데 쓴다"

서지원 2023. 3. 2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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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가계대출 차주 7명 중 1명은 원리금 상환에 소득 70% 이상을 쏟아붓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차주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2018년 4분기(40.4%) 이후 4년 만에 40%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23일 공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평균 DSR은 40.6%로 집계됐다.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사람은 평균적으로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다는 뜻이다. 이 수치는 2020년 4분기 37.7%, 2021년 4분기 38.4%로 해마다 올라가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 원금과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저소득층의 DSR(57.5% → 64.7%)은 7.2%포인트 늘어 중소득 가구(34.4% → 37.7%)와 고소득 가구(37.5% → 39.1%)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체 가계대출 차주의 68.1%(대출 비중 34.4%)는 DSR 40% 이하에 분포했다. 그러나 DSR이 70%를 초과하는 고DSR 차주가 7명 중 1명꼴인 전체의 15.3%(대출 비중 41.9%)였다. 100%를 초과해 소득보다 원리금 상환액이 더 많은 차주도 11명 중 1명꼴인 8.9%(대출 비중 29.4%)로 집계됐다. 이른바 영끌ㆍ빚투로 부동산 등에 투자했다가 빚 부담이 한계에 다다른 ‘고위험 차주’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국 가계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DSR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3.7%로 호주(14.9%)에 이어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승 폭(2019년 말 대비 1.5%포인트 상승)은 가장 컸다.

한은은 “2021년 하반기 이후 가계대출 차주의 DSR은 상승하고 있지만 금융권 관리기준(40∼50%) 이내”라며 “당장 가계 전반의 채무 상환부담 급증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향후 채무상환 부담이 과도하고 자산처분 여력이 부족한 고위험가구의 부실이 진행될 가능성은 높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0.66% 수준에서 올해 말에는 1.0%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는 여전히 장기 평균(2009∼2022년 중 1.3%)을 밑돈다.

이와 함께 한은은 최근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미분양주택이 쌓이는 등 건설업 영업환경이 악화하자 일부 건설기업의 부실 위험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한은이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비금융 상장기업 2392개 중 건설업 72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만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 기업 비중은 지난해 9월 기준 36.1%로 2021년 말(28.9%)보다 커졌다.

같은 기간 유동성 우려 기업 비중도 13.3%에서 18.1%로 늘었다. 1년 이내에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부채가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보다 많은, 유동비율 100% 미만 기업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늘렸던 증권사ㆍ여전사ㆍ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위험도 함께 커졌다. 비은행권 전체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규모는 115조5000억원으로, 대출이 91조2000억원, 유동화증권 채무보증이 24조3000억원이다. 2017년 말과 비교하면 익스포저 규모는 여전사가 4.33배, 저축은행 2.5배 늘어났으며 보험은 2.05배, 증권사는 1.67배 증가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부동산 PF대출의 자산건전성이 대부분 업권에서 악화했다. 증권사PF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3.7%에서 지난해 9월 말 8.2%로 4.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여전사는 0.5%에서 1.1%, 저축은행은 1.2%에서 2.4%, 보험은 0.1%에서 0.4%로 올랐다.

한은은 비은행권 부동산 PF 위험 관리에 한층 더 유의하는 한편 민간 중심의 원활한 구조조정 여건을 마련해 부실 우려 PF 사업장의 정리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4분기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25.1%로, 2020년 1분기 200%를 넘어선 이후 12분기 연속 최대치 기록을 고쳐썼다. 가계와 기업의 부채 합계가 전체 경제 규모의 2배를 넘어선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4분기 말 가계와 기업 부채를 합한 규모는 3715조원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는 1867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2% 늘었고, 기업부채는 1848조1000억으로 13.4% 증가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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