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자 7명에 1명 "소득 70% 이상 원금·이자 갚는데 쓴다"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가계대출 차주 7명 중 1명은 원리금 상환에 소득 70% 이상을 쏟아붓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차주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2018년 4분기(40.4%) 이후 4년 만에 40%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23일 공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평균 DSR은 40.6%로 집계됐다.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사람은 평균적으로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다는 뜻이다. 이 수치는 2020년 4분기 37.7%, 2021년 4분기 38.4%로 해마다 올라가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 원금과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저소득층의 DSR(57.5% → 64.7%)은 7.2%포인트 늘어 중소득 가구(34.4% → 37.7%)와 고소득 가구(37.5% → 39.1%)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체 가계대출 차주의 68.1%(대출 비중 34.4%)는 DSR 40% 이하에 분포했다. 그러나 DSR이 70%를 초과하는 고DSR 차주가 7명 중 1명꼴인 전체의 15.3%(대출 비중 41.9%)였다. 100%를 초과해 소득보다 원리금 상환액이 더 많은 차주도 11명 중 1명꼴인 8.9%(대출 비중 29.4%)로 집계됐다. 이른바 영끌ㆍ빚투로 부동산 등에 투자했다가 빚 부담이 한계에 다다른 ‘고위험 차주’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한국 가계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DSR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3.7%로 호주(14.9%)에 이어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승 폭(2019년 말 대비 1.5%포인트 상승)은 가장 컸다.
한은은 “2021년 하반기 이후 가계대출 차주의 DSR은 상승하고 있지만 금융권 관리기준(40∼50%) 이내”라며 “당장 가계 전반의 채무 상환부담 급증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향후 채무상환 부담이 과도하고 자산처분 여력이 부족한 고위험가구의 부실이 진행될 가능성은 높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0.66% 수준에서 올해 말에는 1.0%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는 여전히 장기 평균(2009∼2022년 중 1.3%)을 밑돈다.
이와 함께 한은은 최근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미분양주택이 쌓이는 등 건설업 영업환경이 악화하자 일부 건설기업의 부실 위험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한은이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비금융 상장기업 2392개 중 건설업 72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만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 기업 비중은 지난해 9월 기준 36.1%로 2021년 말(28.9%)보다 커졌다.
같은 기간 유동성 우려 기업 비중도 13.3%에서 18.1%로 늘었다. 1년 이내에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부채가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보다 많은, 유동비율 100% 미만 기업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늘렸던 증권사ㆍ여전사ㆍ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위험도 함께 커졌다. 비은행권 전체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규모는 115조5000억원으로, 대출이 91조2000억원, 유동화증권 채무보증이 24조3000억원이다. 2017년 말과 비교하면 익스포저 규모는 여전사가 4.33배, 저축은행 2.5배 늘어났으며 보험은 2.05배, 증권사는 1.67배 증가했다.
부동산 PF대출의 자산건전성이 대부분 업권에서 악화했다. 증권사PF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3.7%에서 지난해 9월 말 8.2%로 4.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여전사는 0.5%에서 1.1%, 저축은행은 1.2%에서 2.4%, 보험은 0.1%에서 0.4%로 올랐다.
한은은 비은행권 부동산 PF 위험 관리에 한층 더 유의하는 한편 민간 중심의 원활한 구조조정 여건을 마련해 부실 우려 PF 사업장의 정리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4분기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25.1%로, 2020년 1분기 200%를 넘어선 이후 12분기 연속 최대치 기록을 고쳐썼다. 가계와 기업의 부채 합계가 전체 경제 규모의 2배를 넘어선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4분기 말 가계와 기업 부채를 합한 규모는 3715조원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는 1867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2% 늘었고, 기업부채는 1848조1000억으로 13.4% 증가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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