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 한도 확대 '갑론을박'…저축은행은 '미소' 왜
여야 모두 상향 조정 '한 목소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예금자보호액을 상향해야 한다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융권 안팎으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저축은행들 사이에서는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SVB 파산 충격으로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자 여야를 중심으로 예금보호한도 확대 논의가 본격 수면 위에 올랐다. SVB의 초고속 파산 원인으로 ‘디지털 뱅크런’이 지목되면서 이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야는 예금보호한도를 상향해 불안심리를 잠재우고, 뱅크런을 사전에 차단, 금융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금자보호법은 실리콘밸리은행처럼 은행이 파산하거나 영업이 정지돼 예금자에게 예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태가 되더라도 최대 5000만원까지 보호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예금보호한도는 2001년 5000만원으로 정해진 이후 22년째 동결돼 있고,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25만 달러(약 3억2700만원), 영국 8만5000파운드(약 1억3500만원), 일본 1000만엔(약 1억원) 등이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1년 1만5736달러에서 지난해 3만5003달러로 두 배 정도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예금보호한도는 5000만원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예금 규모는 한도를 초과하는 등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이다. 예금보호한도 5000만원을 넘어서는 예금의 비율은 지난해 6월 기준 65.7%, 1152조7000억원으로, 2017년 724조3000억원보다 크게 늘어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은 10.7%(5조 4000억원)에서 16.4%(16조5000억원)으로 급등했다.
예금보호한도는 매년 제기되는 논쟁이지만 최근엔 금융권 안팎으로 이에 대한 갑론을박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은행과 저축은행 간 의견 차가 존재해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권은 예금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되면 예금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예금이 쏠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면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미국의 사례를 살펴봐도 한도 상향 후 저축은행 자산은 3년간 56% 증가한 반면, 은행은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 입장에선 예금보험료만 늘고 저축은행 배만 불린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가 보증하는 예금 규모가 커질 수록, 소비자들은 이자를 더 받기 위해 다소 간의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예금을 맡기게 된다는 것이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건전성이 취약해도 예금자 보호를 핑계로 예금을 끌어 모으고, 리스크를 감수하며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저축은행들은 예금자 보호 한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낮은 것은 사실이고, 이를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만 강조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업권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한도 상향에 따른 수신고 확대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금융 소비자들에겐 예금 보호에 대해 민감하다”며 “한도 상향으로 여기저기 흩어졌던 예금이 한 곳으로 모이게 되면 저축은행들 입장에선 충성 고객이 늘어나고, 고객 불안도 잠재울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5000만원이 넘는 예금을 보유한 예금주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도를 상향할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히려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하는 예보료가 늘어나 일반 고객의 예금금리 인하 등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예보는 지난해 3월부터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 정도까지 2~3단계로 나눠 인상하는 방안과 일단은 현행 한도를 유지하고 금융 위기 등이 발생했을 때 한도를 높이는 방안 등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 TF는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오는 8월 중 국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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