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억지력' 강조한 김정은, 순항미사일 도발엔 침묵 이유는?

정영교 2023. 3. 2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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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 매체들이 23일 전날 함경남도 함흥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순항미사일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 북한 주민들이 읽는 노동신문은 물론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오전까지 관련 소식에 일제히 침묵했다.

북한이 지난해 1월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당시 노동신문은 장거리 순항미사일로 "동해상의 설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9137초를 비행해 1800㎞계선의 목표섬을 명중했다"고 전했다. 뉴스1

지난 13일 시작한 전반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프리덤실드'(FS·자유의 방패)에 반발해 2~3일에 한 번꼴로 무력시위를 이어가던 북한이 미사일 발사 사실을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선 한·미의 최신예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하는 상황에서 마땅한 대안이 없는 북한 당국이 군부를 비롯한 주민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던 만큼 이번 침묵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선 순항미사일 발사가 예상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있다. 북한군이 최근 미사일의 종류와 발사방법, 발사장소 등 다변화하면서 자신들의 전쟁억제력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다.

북한이 지난 16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발사하는 모습. 뉴스1

실제 북한은 최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발사했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전술핵 공중 폭발시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에서 새로운 기술이나 운용술, 개발을 마친 장비의 실전 배치·숙달과 같이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한·미의 전략자산에 대응하는 측면에서 자신들의 전술핵 능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전략을 보여왔다"며 "전날 순항미사일 발사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건 전쟁억지력 과시를 위해 목표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동계훈련 막바지에 이른 북한군의 통상적 훈련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모두 나오지 않았다면 동계훈련의 일환으로 보인다"며 "한·미 연합 상륙훈련을 위해 한반도에 전개한 미국의 상륙강습함을 목표로 애초 계획에 없던 것을 긴급 편성해 실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김정은은 이날 '전쟁억제력'의 공세적 활용을 위한 조치들을 논의 결정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1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이런 침묵 행보가 '전략적 모호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정황을 드러내면서 의도적으로 제원이나 결과에 대해 함구했을 가능성 있다"며 "한·미의 대응태세 살피는 동시에 정보판단에 혼선을 주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나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등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전쟁억지력 차원에서 '압도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천명했으나, 핵실험과 국지도발 같은 고강도 도발 없이 미사일만 쏘면서 상황을 관리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2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이 최근 전술핵무기 시뮬레이션을 진행했고 김정은은 언제든 핵 공격에 대한 준비하라고 지시했는데, 북한의 핵 공격이 임박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썬 실제로 그런 종류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믿을만한 정보나 징후가 없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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