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지속적 인상' 문구 빼자 달러 약세…한은, 동결 가능성 커졌다
금융불안 큰 만큼 고강도 긴축 어려워
한미금리차 역대 최대지만
환율·자금유출 안정되면 동결 유지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긴축 행보를 이어갔지만 원·달러 환율은 급락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로 미국의 긴축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평가가 많아지며 달러 강세가 한풀 꺾인 영향으로 해석된다. 한미 기준금리 차이가 역대 최대 수준인 1.5%포인트로 벌어지긴 했지만, 환율이 안정되면서 오는 4월 1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은 환율과 자금유출, 물가 흐름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美 금리 인상에도 원·달러 환율 급락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7원 내린 1298원에 개장하며 1300원선 아래로 떨어졌다. 장중 저가 기준으로 지난 20일(1299원) 이후 최저치다. 환율은 장 초반 1297.1원까지 떨어진 뒤 1300원선 아래에서 등락을 이어가는 중이다. Fed의 9차례 연속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이젠 미국의 긴축 통화정책이 마무리 국면이라는 전망이 많아진 게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으로 분석된다.
Fed는 이날 "인플레이션은 높은 상태"라면서도 정책결정문에 기준금리의 '지속적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문구를 빼 앞으로 인상 행진을 멈출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는 최근 실리콘밸리(SVB) 은행 파산 등 금융불안이 커진 만큼 더는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힘들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시장에선 Fed가 앞으로 한차례 정도 0.25%포인트 더 올린 뒤 최종 5.00~5.25%에서 인상을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긴축 행보가 멈추면 원·달러 환율도 안정세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현재 102.41을 기록하며 하락세다. 이달 초만 해도 '킹달러' 여파로 105 이상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금융불안으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지고, 원화 매도세도 커지면 원·달러 환율 하락폭이 제한될 수도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은행 시스템 리스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금리동결 역시 가능하다고 발언해 환율 하락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위험회피 심리에 따른 원화약세와 수입업체의 결제수요, 외인들의 국내증시 이탈, 원화 매도세 확대는 환율 하락 압력을 상쇄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금리차 역대 최대…한은 기준금리 촉각
Fed의 금리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2000년 5~10월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인 1.5%포인트로 벌어졌다. 이달 들어 외국인 자금 유출이 둔화되고 환율도 1300원 안팎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한미 금리차 확대로 인해 추후 금융불안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 입장에서 한미 금리차 확대는 기준금리 인상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나, 우리나라 역시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금융 불안 때문에 환율이나 자금유출 우려가 크지 않다면 현재 3.5% 수준에서 동결을 유지할 여지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금리) 격차가 너무 벌어지면 변동성 확대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저희가 고려하는 것"이라며 "(한미) 통화정책 차이가 벌어지면 환율을 어느 정도 용인할지, 외환보유액으로 쏠림현상을 막을지, 금리를 인상하는 게 좋을지, 모든 선택지를 놓고 정교하게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게 저희 임무"라고 설명했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국발 금융불안의 여파가 어디까지 확산할 지가 다음달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은은 이날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국제 금융시장과 국내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미국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결정은 예상에 부합했고, 미 달러화도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추후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한은 판단이다.
이 부총재는 이날 "SVB, 크레디스위스(CS) 사태 이후 금융불안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금융안정 상황 전개와 그에 따른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변화 등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수 있다"며 "대외여건의 변화와 국내 가격변수 및 자본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적극적인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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