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쇼트 2위 이해인 "세계선수권 너무 오고 싶었다"
[박장식 기자]
▲ "인생 연기" 22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해인 선수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
ⓒ 박장식 |
김연아 이후 10년 만의 피겨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가 한 걸음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메달까지의 남은 거리를 한 걸음 앞으로 만든 주인공은 열 아홉 살 이해인이다.
22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이해인(수리고등학교)이 2위를 기록했다. 이해인은 쇼트 프로그램을 73.62점으로 마쳐, 지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동메달리스트인 사카모토 카오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한국이 쇼트와 프리를 통틀어 스몰 메달을 따낸 것도 김연아 이후 이해인이 처음이다. 이날 혼신의 연기로 개인 최고점을 기록한 이해인은 "세계선수권이 너무 오고 싶었는데, 이곳에 와서 준비 잘 한 덕분에 인생에서 가장 큰 쇼트 프로그램 점수를 기록했다"며 프리 프로그램에서의 '클린 연기'를 약속했다.
완벽 연기에... 사이타마 기립박수 터졌다
지난 사대륙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땄던 이해인 선수. 이해인은 그 기세를 몰아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메달 도전을 위한 첫 걸음에 나섰다. 강력한 메달 후보인 김예림, 사카모토 카오리, 미히라 마이 등과 함께 마지막 조에 출전한 이해인은 자신의 장기를 이날 경기에서 모두 펼쳐보였다.
에릭 레드퍼드의 'Storm'에 맞추어 연기를 시작한 이해인. 이해인은 가장 먼저 더블 악셀을 클린으로 처리하며 시작을 알렸다. 첫 점프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이해인은 트리플 토룹 컴비네이션 점프 역시 깔끔하게 성공, 자신의 연기 초반의 점프를 완벽하게 해냈다.
▲ 22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해인 선수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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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을 모두 마치고 손을 앞으로 뻗어 연기를 마무리한 이해인. 그 순간 좌중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한국 팬들은 물론, 현장의 관중들 역시 기립박수를 보낸 것. 특히 한국 팬들은 미리 준비한 태극기를 이해인 선수를 향해 들어보이기도 했다. 이해인도 자신의 연기가 만족스러운 듯 밝은 표정으로 관중들에게 인사를 보냈다.
키스 앤 크라이 존에 앉은 이해인. 유독 길게 느껴진 찰나를 지나 기록한 점수는 기술점수 39.51점과 예술점수 34.11점을 합쳐 73.62점. 잠시 긴장했던 이해인은 시즌 베스트를 넘어 개인 최고 기록이 나오자 놀란 듯하면서도 기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이 쇼트 최고 기록을 만든 것에 기뻐했다.
"TV에서 보고 사이타마 오고 싶었는데... 인생 최고점 놀라워요"
연기가 끝난 뒤 믹스드 존에서 만난 이해인 선수는 "일본에 방문한 것이 처음"이라면서, "2019년에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했던 세계선수권을 TV에서 보고 꼭 이 곳에서 경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게 되어서 너무 행복하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세계선수권은 너무나도 오고 싶었던 대회"라던 이해인은 "여기 와서 준비를 잘 한 덕분에 오늘 좋은 점수가 나왔다. 오늘 연기도 만족스러웠다"고 쇼트 연기를 자평했다. 이해인은 "메달권 진입은 상상조차 못했고, 점수도 그저 '몇 점 받을 수 있을까' 정도만 생각했다"며, "클린하게 하는 것만 집중했다"고 경기 당시 마음가짐을 밝혔다.
▲ 22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쇼트 프로그램 2위에 오른 이해인 선수가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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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기다렸던 이해인 선수는 정말 메달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일본의 사카모토 카오리가 79.24점으로 금메달을 따냈고, 이해인에 앞서 연기한 미하라 마이는 73.46점을 기록해 '간발 차'로 이해인이 은메달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김연아 이후 10년 동안 '스몰 메달리스트'조차 없었던 대한민국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해인은 이어진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도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이해인은 "종합선수권 때 세계선수권까지 바라보고 열심히 했는데, 세계선수권 메달까지 따내 기쁘다"며, "카오리 언니, 마이 언니와 함께 경기하고 싶었는데, 좋은 모습으로 준비한 것을 보인 덕분에 이렇게 같은 자리까지 앉을 수 있어 행복했다"고 기뻐했다.
이어 이해인 선수는 세계선수권 준비 비결에 대해서도 "사대륙선수권에서 우승한 이후 부담이 조금 느껴졌는데, 그것이 내가 잘 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며, "월드 챔피언십 준비를 사대륙선수권과 상관없이 해왔다"고 웃었다.
특히 시즌 초반에는 건강이 나빠 아쉬움이 많았다고. 이해인은 "독감에 걸리는 등 시즌 초반이 좋지 못해 그랑프리 등에서 좋은 모습 못 보여준 것이 속상했다"며, "그래서 더욱 세계선수권 나오고 싶기 때문에 그것을 중점으로 연습했고, 그 덕분에 여기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웃었다.
한편 함께 이번 대회에 출전한 김채연은 64.06점으로 12위에, 김예림은 초반 점프 실수 탓에 60.02점으로 17위에 올랐다. 이해인 선수를 비롯한 세 선수는 24일 펼쳐지는 세계선수권 프리 스케이팅 종목에 참여한다. 여자 피겨 3인방, 특히 이해인의 선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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