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이 모객하고 지방銀과 공동대출'…당국 '은행과점 깨기' 카드

인뱅 ‘모객력’-지방銀 ‘재원’ 결합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 완화도 건의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방은행과의 ‘공동대출 모델’을 추진한다. 인뱅과 지방은행이 각기 가진 강점을 결합, 대형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완화할 수 있단 취지에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서 열린 ’제4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인뱅에서 건의한 공동대출 모델에 대해 법적·제도적 제약 여부, 출시 가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인뱅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로 구성된 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협의회)는 인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건의 사항을 발표했다. 협의회가 건의한 공동대출 모델은 인뱅의 우수한 모객력과 신용평가모형을 바탕으로 대출 대상자를 선정하고, 자금은 인뱅과 지방은행이 분담하는 구조다.

예컨대 고객이 인뱅 애플리케이션에서 대출을 신청하면 인뱅과 지방은행이 각기 심사를 진행하고, 양 기관은 양자 모두에서 승인된 고객에게 사전 합의된 비율에 따라 대출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대고객업무는 인뱅이 지방은행으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며, 사후관리는 일관성을 위해 동일한 사후관리업체에 위탁한다.

협의회는 이런 공동대출 모델의 효과에 대해 “인뱅은 적정 자본 비율 내에서 대출을 지속 공급해 성장 기반을 확대하고, 지방은행은 영업 채널을 다각화하고 양질의 대출 폴리오를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서 "대형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구조를 완화하고 인뱅과 지방은행의 상생과 동반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 “대출 재원을 확보한 지방은행, 소비자와의 넓은 접점을 가진 인뱅 간 협업을 통한 경쟁 촉진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금융위·금융감독원 담당자들에게 해당 모델과 관련한 적극 검토를 당부했다.

한편 인뱅들은 이날 공동대출 외에도 경쟁력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를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고금리 국면이 지속되면서 이들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증가, 인뱅들이 금융권의 '메기'역할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단 이유에서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김 부위원장은 "당초 인뱅의 목적은 금융혁신과 은행권 내 건전한 경쟁 촉진이었으나, 지금까지 인뱅의 성장 과정을 보면 급격한 외형성장에 치중한 측면이 있다"면서 "꾸준한 자금확충을 통한 건전성 제고와 대안신용평가의 고도·혁신화, 중·저신용자대출 활성화, 철저한 부실 관리로 내실을 다지는 것이 국민이 기대하는 바"라고 선을 그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