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당시 사람 숨겨준 바위... 한때 도난 당하기도
[오문수 기자]
▲ 장군목 인근 용궐산에 오르면 아름다운 섬진강을 한눈에 볼 수있다. 요즈음 공사 중이라 산에 오를 수 없어 지인인 강충현씨가 사진을 제공했다. |
ⓒ 강충현 |
전라북도 최남단 호남정맥의 동쪽 산간 지대에 자리한 순창은 동서북쪽으로 호남 정맥의 지맥이 뻗어나가 산지의 기복이 많고 전반적으로 평지가 적다. 그러나 중앙부에 이르러 섬진강의 풍부한 수량 덕분에 남부에는 비옥한 순창 분지가 발달하여 마한 시대부터 '옥천'으로 불렸을 만큼 풍요로움과 수려함을 자랑한다.
진안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임실을 거쳐 순창 구석을 돌아 '외이리'에 이르러 곡성을 향하는 큰 물줄기에 합류한다. 물은 때때로 마을과 마을의 경계가 되기도 한다. 영화 <아름다운 시절> 촬영지로 유명한 임실 구담마을과 장군목이 자리한 순창의 내룡마을이 그렇다.
요강바위... 섬진강이 빚은 명품바위
임실 구담마을을 떠나 하류인 순창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장군목이 나온다. 용궐산과 무량산 사이에 위치한 장군목은 풍수지리상 이 두 산의 험준한 봉우리가 마주 서 있는 형세, 일명 '장군대좌형' 명당이라 하여 장군목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 섬진강변 바위 중에서 가장 신비한 바위로 소문난 요강바위 모습. 비오는 12일날 촬영했으니 망정이지 사진촬영도 못할 뻔했다. 날씨 좋은 18일 방문했더니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사진찍을 엄두를 낼 수 없었다. |
ⓒ 오문수 |
▲ 장군목 인근에 있는 유일한 밥집. 이 집에서 해주는 묵밥을 못먹었더라면 하루 종일 굶을뻔 했다. 자전거길 출발지인 임실 강진에서 순창 적성까지는 식당이 없다. |
ⓒ 오문수 |
신비한 바위 중에 단연 으뜸은 요강바위다. 장군목 한 가운데 있는 이 요강바위는 내룡 마을 사람들에게는 수호신 같은 존재이다. 요강처럼 가운데가 움푹 패인 이 바위는 높이 2m, 폭 3m에 이르는 큰 바위로 6.25 전쟁 때 이 바위에 몸을 숨겨 화를 모면한 사람이 여럿 있었다고 한다. 아이를 못 낳는 여인이 요강바위 안에 들어가 치성을 들이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이 바위는 수억을 호가한다는 소문이 나돌아 도난당하기도 했으나 마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되찾아와 예전 그대로 보전되고 있다.
장군목 왼쪽에는 용과 관련된 전설이 많은 용궐산이 있다. 화강암으로 이뤄진 용궐산에는 99개의 천연 동굴이 있으며 정상에는 신선 바위가 있고 산중턱에는 삼형제 바위, 그리고 최근까지 승려들이 찾아와 축조했다는 절터, 물맛 좋기로 소문난 용골샘 등이 있다.
2009년 용골산에서 용궐산으로 명칭이 바뀐 산의 4부 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540m의 데크길을 따라 정상에 서면 웅장한 섬진강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데크길 개설로 인해 그동안 산세가 험해 등반이 어려웠던 관광객도 쉽게 하늘길에 올라 섬진강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 섬진강변 구미리에서 지인과 산책나와 당산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던 양규덕씨는 "어릴적 섬진강에서 은어를 마대로 가득 잡았다"고 전해줬다. |
ⓒ 오문수 |
▲ 용궐산을 지나 순창 적성 내월교에 오니 강폭이 넓어지고 강물도 깊어졌다. 장군목 일대 강변에서는 집채만한 바위들이 보였다. |
ⓒ 오문수 |
"내 어릴적 이곳 적성강에서는 은어를 마대로 가득 잡았는데 지금은 옛날만큼 없어요."
환경오염 때문인지 남획 때문인지는 몰라도 은어가 예전처럼 많이 잡히지 않는다는 얘기에 수긍했지만 양씨 어릴적에 '은어를 마대로 가득 잡았었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고향인 곡성에서는 은어가 많이 잡혔지만 섬진강 상류인 이 지역까지 은어가 많이 올라오는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구미교에서 강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조선 초기 정자인 '구암정'을 만날 수 있다. 구암정은 조선 중종 때 학자인 '양배'의 덕망을 흠모한 후학들이 1898년에 세운 정자이다. 구암정을 따라 강변을 걸으면 섬진강변 가까이 넓은 평야와 강천산 자락이 가까이에 '어은정'이 나타난다.
▲ 서울과 부산에서 왔다는 자전거 동호인들이 '어은정'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섬진강변이 잘 정비되고 너무 아름다워 힐링이 된다고 한다. |
ⓒ 오문수 |
"섬진강변에서 자전거를 탄 기분을 말씀해주실래요?"
"순창군민 체육공원에서 출발해 섬진강댐까지 갈 작정입니다. 자전거길이 너무 잘 정비되어 있고 날씨도 좋아서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 순창 3경에 든다는 채계산 모습. 길이 270m, 높이 75~90m의 국내에서 가장 긴 무주탑 산악 현수교가 있다. 오른쪽에는 아름다운 섬진강이 흐르고 있다. |
ⓒ 강충현 |
바위가 책을 쌓아놓은 것처럼 보인다 하여 책여산, 적성강변 임동의 매미터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마치 비녀를 꽂은 여인이 누워서 달을 보며 창을 읊는 월하미인의 형상을 하였다고 하여 채계산(釵笄山)이라 불리고 적성강을 품고 있어 적성산으로도 불린다.
버려졌던 터널과 폐교각을 이용해 만든 향가리 섬진강 자전거길
순창에서 곡성으로 향하는 섬진강변에는 향가터널이 있다. 영화 <피끓는 청춘> 촬영지이기도 한 이곳은 대강과 순창으로 오가는 배들이 드나들던 나루터로 아름다운 경관 덕분에 '항가리(港佳里)'로 불리기도 하였다.
▲ 필자에게 순창을 안내한 순창군문화해설사 신렬호씨가 향가리 터널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임실을 떠난 자전거 동호인들은 뒤에 보이는 향가터널을 통해 광양 배알도까지 갈 수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쌀을 수탈할 목적으로 철도를 부설하다 폐허가 된 터널을 자전거길로 재활용해 소득창출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
ⓒ 오문수 |
▲ 폐교각을 이용해 새롭게 탄생한 섬진강 자전거길은 자전거 동호인들의 사랑을 받는 길이다. |
ⓒ 오문수 |
향가리 인근 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도와주는 한 여성의 말에 의하면 "자전거길이 생기고 나서 마을이 정비되고 소득이 증가돼 마을이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인구소멸로 걱정하는 시골마을이 눈여겨봐야할 정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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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와 곡성투데이, 광양경제신문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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