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ed 금리인상, 한차례 남았나...연말 전망 5.1% 유지(종합)

뉴욕=조슬기나 2023. 3. 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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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이어가면서도 최근 고조된 은행리스크 우려로 인해 예상보다 금리인상 사이클을 빨리 마무리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분명히 했다. 향후 금리 전망을 취합한 ‘점도표(dot plot)’를 상향하지 않은데다, 정책결정문 내 '지속적인 인상(ongoing increases)' 문구를 삭제한 것이 대표적 힌트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한차례 정도 인상이 남아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새 점도표 살펴보니...연말 5.1%로 기존과 동일

Fed가 22일(현지시간) 오후 기준금리 결정 직후 공개한 점도표에는 올 연말 금리 전망치가 5.00~5.25%(중앙값 5.1%)로 제시됐다. 앞서 작년 12월 점도표 상 전망치와 동일한 수준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이날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결정으로 상단 기준 5%대에 진입한 점을 고려할 때, 추가로 0.25%포인트 인상이 남았음을 예고한 셈이다.

이번 FOMC는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은행권 시스템 위기가 고조된 이후 Fed의 첫 금리 결정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작년부터 이어진 급격한 긴축이 SVB를 포함한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직격탄이 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Fed의 긴축 경로에도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앞서 최종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예고와 달리, 점도표가 상향되지 않은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날 제시된 연말 금리 중앙값은 블룸버그가 취합한 시장 예상치(5.375%)보다도 낮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역은행 스트레스로 인한 신용여건 긴축을 인정하고 몇주 전 예상보다 최종금리 수준을 낮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긴축 사이클의 조기 종료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BoA는 5~6월에 각각 0.25%포인트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던 기존 전망도 5월 한 차례 인상으로 수정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5월 0.25%포인트 인상으로 최종금리 5.0~5.25%에서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점도표 상 내년 금리 전망은 기존 4.1%에서 4.3%로 상향됐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Fed가 연내 인상 사이클을 종료한 이후에도 상당기간 높은 금리 수준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Fed는 이날 공개한 경제전망요약(SEP)을 통해 올해 물가상승률(개인소비지출, PCE) 전망치도 기존 3.1%에서 3.3%로 높였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은 0.4%로 0.1%포인트 낮췄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지속적인 인상' 삭제에 월가 "비둘기적"

월가에서는 Fed가 3월 FOMC 직후 공개한 정책결정문 역시 금리 인상 막바지를 시사한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이날 정책결정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속적인 인상이 적절하다'는 문구가 빠진 점이다. 해당 문구는 앞서 Fed가 지난달 속도조절에 나설 당시에도 삭제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았던 부분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경제고문을 역임한 마크 수메르린은 "마지막 금리인상일 가능성에 대한 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대신 ‘추가적인 정책 확인이 적절할 수 있다(some additional policy firming may be appropriate)’는 문구가 추가됐다. 통상 '정책 확인(policy firming)'이라는 단어는 긴축을 시사하는 용어지만, 이번 성명서에서는 필요 시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는 정책 유연성(블룸버그), 향후 1~2회 정도의 0.25%포인트 인상을 뜻한다는 분석(BoA)이 나온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일부(some), 그럴지도 모른다(may) 등의 다른 단어에 주목해달라"며 지속적(ongoing)이라는 단어를 대체함으로써 불확실성을 반영하려 했음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됐다(eased somewhat)',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와 관련한 문구 등이 삭제됐고, '은행시스템은 건전하고 탄력있다(sound and resilient)', '최근 사태로 가계 및 기업의 신용여건이 긴축될 것(tighter credit conditions' 등의 문구가 추가됐다. 투자은행 RBC는 "Fed가 만장일치로 금리를 0.25%포인트 높였으나, 추가 인상에 대한 톤은 약화됐다"며 "비둘기(dovish, 통화완화 선호)적 "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권 시스템 위기 우려는 '인플레이션 안정' 뿐 아니라 '금융시스템 보호' 역시 Fed의 주요 정책과제임을 부각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SVB 사태 여파로 인해 "회담을 앞두고 (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주간 은행시스템에서 일어난 일들은 가계 및 기업의 신용경색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신용경색이 금리 인상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다만 "이러한 여파의 범위를 알기엔 너무 이르다"며 향후 상황에 따라 정책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가 인플레이션과 금융 불안정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있다"며 "금융 시스템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만큼 취약하지 않지만, Fed는 아직 두 과제를 분리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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