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해외 시장 확대 잰걸음...글로벌 경쟁력 ‘업’ 속도
동남아 탈피해 다변화…금융당국 독려 속 행보 가속화 ‘주목’
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 시장 변동성 심화 속에서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기존 주력이었던 동남아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으로 다변화 하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도 해외 진출을 독려하고 있어 이러한 움직임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중국·홍콩·일본·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던 증권사들의 해외 시장 공략이 최근 들어 유럽과 미국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종합금융회사 ‘스티펄 파이낸셜(Stifel Financial Corp.·스티펄)’과 함께 설립한 ‘SF 크레딧파트너스’가 올해 출범해 미국 현지에서 인수금융 및 사모대출(PD·Private Debt) 비즈니스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9월 스티펄과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한데 따른 것으로 합작사에 총 1억5000만달러(약 2200억원)를 투자해 주식 75.1%를 확보했다.
지난 1890년에 설립된 스티펄은 증권사·은행·자산운용사 등 여러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리서치 등에서 역량을 갖추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합작사를 통해 급성장한 글로벌 기업대출 시장을 겨냥하는 한편 세계 금융의 중심지에서 기업금융(IB) 역량과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대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회사는 합작사 설립을 계기로 스티펄과 사업부문별 전략적 제휴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신규 사업을 공동 발굴하고 인력 및 상품 교류를 확대하는 등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양사의 금융 역량과 전문성을 적극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NH투자증권도 지난해 4월 영국 런던 사무소를 법인으로 승격시켰다. 현지 네트워크와 비즈니스를 지속 확대해서 유럽 뿐만 아니라 북미 지역을 포괄하는 ‘글로벌 IB 허브’로 육성해 나간다는 목표다.
최근 금융당국도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고 나서면서 증권사들의 해외 신 시장 개척에 더욱 힘이 실릴지 주목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증권사는 55개 현지법인과 14개 사무소 등 총 69개 해외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데 중국·홍콩·일본 등 아시아가 75%에 달하고 미국은 17%에 불과하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주요 업무 추진 과제 중 하나인 금융산업 육성을 위해 금융사의 해외 진출 지원 강화를 약속하고 금융산업 글로벌화 태스크포스(TF)도 출범시켰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국내 시장의 포화상태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금융산업의 외연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투자협회도 서유석 신임 회장 취임 직후 국제업무부를 대외정책본부로 이관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회원사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 해외 사업 지원을 강화할 채비를 갖췄다.
이어 내달부터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유럽 등지로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출장에 나서는 등 해외 사업 강화를 업권 전반에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증권사들로서도 해외 사업 개척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현재의 위기 국면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보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주요 대형 증권사들은 현지 법인 및 그룹사 협업 네트워크 등을 활용한 해외 사업 영토 확대를 올해 핵심 목표로 삼은 상태다.
기존 주력 시장으로 성장세가 빠른 동남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지속 확대하는 한편 미국과 유럽 등 상대적으로 역량이 낮은 신 시장도 개척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상황이 완화된 것도 해외 시장 확대 노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네트워크 등 현지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데다 실적 등 성과를 내는데도 장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로서는 정체된 시장과 현재 고착화된 사업 구조를 탈피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 역량 강화는 필수 불가결한 일”이라면서도 “해외 법인 및 사무소 설립 등 뿐만 아니라 현지 시장별 맞춤형 비즈니스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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