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인도 유학 갔던 불교의 성지, 인도 날란다 [가자, 서쪽으로]
[김찬호 기자]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드가야를 들른 뒤에도, 저는 불교 성치를 찾아 여행을 계속했습니다. 일반적이라면 석가모니가 돌아가신 쿠쉬나가르(Kushinagar)로 향하는 게 맞겠지만, 저는 잠시 파트나(Patna)에 들렸습니다.
파트나에서 기차를 타고 외곽으로 나오면 '날란다(Nalanda)'라는 마을에 갈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과거 인도의 불교 대학, 날란다 대승원의 유적이 남아 있죠. 날란다 대승원은 당나라의 현장대사나 의정대사를 비롯해 신라의 유학승도 여럿 수학했던 공간입니다. 인도 불교의 전성기를 만들어냈던 현장이지요.
▲ 날란다 대승원 |
ⓒ Widerstand |
날란다 대승원을 보고는 바로 인근에 있는 도시인 라즈기르(Rajgir)에 잠시 들렀다 파트나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라즈기르는 최초의 불교 사원인 죽림정사가 있었던 땅으로, 불교의 8대 성지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요.
날란다에서는 라즈기르로 향하는 합승 지프가 운행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차 안은 물론 위에까지 사람이 가득 탄 지프를 탈 수는 없겠더군요. 어쩔 수 없이 값은 좀 나가겠지만 오토릭샤를 불러 움직이려는 찰나, 저쪽에서 저처럼 오토릭샤를 찾고 있는 스님 두 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잘 다가가지 않는 저인데도, 순간 말을 붙였습니다. 역시나 라즈기르로 향한다는 스님들은 방글라데시에서 오신 분들이셨습니다. 함께 가시는 게 어떠냐고 물었고, 저와 스님들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곧 지나가던 차 한 대에 함께 올라탔습니다.
▲ 라즈기르의 방글라데시 사원 |
ⓒ Widerstand |
생각해보면 인도에서 버스라는 걸 제대로 타 보는 게 처음이었습니다. 버스 터미널이라는 곳도 처음 들려봤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혼란 그 자체더군요. 정해지지 않은 플랫폼과 알 수 없는 목적지의 버스들, 그리고 곳곳에서 큰 소리로 울리는 경적 소리. 버스 안을 돌아다니는 상인들과, 버스 하나 타는 데 뭐가 그리 복잡한지 싸우고 있는 사람들.
▲ 쿠쉬나가르로 향하는 버스 |
ⓒ Widerstand |
그러고보니 아까 표를 사고도 거스름돈을 받지 못했습니다. 몇 루피 되지 않는 돈이라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덕분에 거스름돈까지 받아 쿠쉬나가르에 무사히 내렸습니다. 가득한 승객에 답답했던 버스 안에서 벗어나니 고요한 마을이 눈에 들어옵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들었다는 쿠쉬나가르. 이곳 역시 여러 나라에서 만든 사원이 곳곳에 들어서 있습니다. 한켠의 넓은 공원 안에는 와불을 모신 열반당도 세워져 있죠. 작은 마을은 걸어서도 쉽게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 쿠쉬나가르 열반당 |
ⓒ Widerstand |
쿠쉬나가르에서 돌아오는 길, 석가모니의 마지막 말씀을 생각했습니다. 이미 자신이 열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한 석가모니는, 쿠쉬나가르에 도착해 숲에 가사를 깔고 누웠습니다. 이곳에서 마지막 가르침을 행한 석가모니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변한다. 게으름 없이 정진하라"라는 말을 남기고 열반에 들었습니다.
"게으름 없이 정진하라." 불교 성지를 돌아보며 만난 여러 스님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게으름 없는 정진이 모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겠죠. 보드가야와 쿠쉬나가르에 있던 각국의 사원들도 그렇게 모여 만들어진 것이겠지요.
▲ 날란다 역 |
ⓒ Widerstand |
그러나 단 한 가지, 그 폐허를 찾아가는 여행자에게 누군가가 베푼 호의만은 제게 남았습니다. 주변의 낯선 사람에게, 아무런 주저함 없이 선뜻 내밀던 도움만은 제게 남았습니다. 적어도 그 기억만큼은 무너지지 않고 제 안에서 살아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변한다. 게으름 없이 정진하라." 무엇을 향해 정진해야, 다른 '존재하는 것'들과는 달리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이 여행을 통해, 저는 제 나름의 답을 조금씩 찾아가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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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개인 블로그, <기록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기억, 채널 비더슈탄트>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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