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히 내려다보는 뷰보다 이것" 코로나가 바꾼 럭셔리 호텔
■ Editor's Note
「 팬데믹 이후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비즈니스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호텔페어2023’에서 발표된 ‘호텔&스테이:쉼을 설계하다’와 관련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엔데믹 시대, 사람들은 쉬기 위해 어디로 갈까요? 럭셔리 호텔 공간의 미래를 키워드로 만나보세요. 이효상 간삼건축 상무의 강연을 정리했습니다.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호텔&스테이 : 쉼을 설계하다']의 1화 중 일부입니다.
고층 호텔이 사라진다
‘럭셔리 호텔’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높고 화려하고, 웅장한 스카이라인이 그려질 겁니다. 그동안 호텔 건축에서는 높은 층의 전경을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했거든요. 객실당 면적 넓이보다 ‘전망’에 초점이 맞춰 있었어요.
하지만 팬데믹을 기점으로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제 고객은 독채, 넓은 테라스, 프라이빗 수영장이 있는 호텔을 원합니다. 짧은 기간 머물 때도 ‘내 공간’이 확보되는 경험이 중요해졌거든요.
호텔 건축에서는 이를 ‘휴먼 스케일’이라 부릅니다. 건물 외관에 집중하는 대신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는 거죠. 호텔이 사람을 위해, 사람에 맞게 존재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요. 그래서 앞으로의 호텔 모습은 팬데믹 이전과 달라질 겁니다. 객실과 부대시설을 수직으로 높게 쌓지 않을 거예요.
층수를 낮추고 옆으로 늘어선 수평의 모습으로 바뀌는 거죠.
사람들의 안전 욕구가 건축을 바꿔 놓은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어요. 결핵이 유럽을 휩쓸었던 19세기가 그랬죠. 이 팬데믹은 오래 지속됐어요. 치료제가 발명된 20세기까지요. 약으로 치유할 수 있기까지 유럽 사람들은 어떻게 전염을 최소화했을까요?
원래 19세기 건물에는 창문이 많지 않았고, 크기도 작았어요. 햇빛이 안 들고, 공간은 어두웠겠죠. 환기가 안 돼서 공기가 쌓였고요. 말 그대로 전염의 온상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 날 소식이 들려옵니다. 한 결핵 환자가 히말라야에 다녀오더니 병이 다 나았다고요. 뭐하다 왔냐고 물었더니 그냥 쉬다 왔대요. 탁 트인 설산에서 맑은 공기 마시고, 햇볕 쬐면서요.
의사들은 여기서 힌트를 얻어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신선한 공기와 햇빛이 드는 여유로운 공간이었음을요. 그때부터 병원 건축 설계가 바뀝니다. 창문을 크게 만들고 테라스를 뚫어요. 테라스로 옮긴 침대에서 환자는 햇볕도 쬐고, 신선한 공기도 마실 수 있게 됐죠.
건축에서 답을 찾은 겁니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입니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건축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요. 사람들이 원하는 게 달라졌으니까요. 그렇다면 휴먼 스케일에 맞춘 호텔 건축은 어떻게 진화할까요? 3가지 키워드로 설명해볼게요.
'웰니스' 호텔의 조건 3가지
① 호텔에도 ‘거실’이 필요하다
건축적으로도 집은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는데요. 거실의 역할 때문입니다. 가족 중 감염자가 생기면 각자 방으로 들어가요. 이때 거실은 완충지대가 되죠. 다른 방으로 이동할 때 꼭 거쳐야 하는 곳이 돼요. 거실 창문을 열어 놓고 환기도 할 수 있고요. 답답하면 베란다로도 나갈 수 있습니다.
이제는 호텔에도 거실이 필요해졌어요. 집처럼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요. 로비나 라운지가 호텔의 거실 역할을 합니다. 객실에선 발코니가 그 역할을 해주고요. 이 공간이 트일수록 각자의 공간이 보호받는 느낌, 동시에 바깥 공간과 연결되는 느낌을 줄 수 있죠.
일본의 로쿠 호텔이 좋은 사례예요. 호텔의 외부 공간을 거실처럼 활용했거든요.
호텔 입구에서 리셉션까지를 오솔길로 만들었습니다. 마치 집 안 복도처럼요. 길을 걸으면 옆에 시냇물이 보이고, 한쪽엔 전면이 통유리인 레스토랑이 있어요. 레스토랑 옆으로는 정원과 연못이 있는데요. 이 모든 게 넓은 거실 역할을 하는 겁니다.
객실 건물이 5층 정도로 낮은 대신, 옆으로 길어요. 각 객실에는 발코니가 있는데요. 발코니로 나오면 호텔 전경이 눈에 들어와요. 베란다에서 집 앞이나 거실을 보는 듯한 안락함을 줍니다.
② 눈높이를 자연에 맞추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죠. 집이 아무리 안전하고 편해도 실내에만 있으면 무기력해져요. 집에 너른 마당이 있어서 뛰어놀면 좋겠지만, 요즘 대부분 아파트에 살잖아요.
그래서 자연을 찾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2020년 국민여행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이 산이나 바다로 쉬러 간다고 했어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호텔들도 ‘웰니스(wellness)’를 강조하기 시작해요.
사실 그동안의 호텔은 항상 럭셔리함에 집중했죠. 화려한 샹들리에나 조경, 비싼 와인 장식으로 공간을 꾸미기 바빴어요. 고객이 비싼 돈을 내고 머물 만한 가치가 거기에 있다고 본 거죠.
하지만 자연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호텔도 바뀌기 시작합니다. 고객의 시야에 자연을 직접 가져다주는 방향으로요. 단순히 요가나 수영 같은 체험만 웰니스가 아니에요.
공간 경험 자체가 휴식이 돼야 합니다.
방콕 포시즌스 호텔은 차오프라야 강과 주변 수목에 둘러싸여 있어요. 천연 조경을 그대로 살렸죠. 그래서 로비와 라운지가 심플해요. 라운지 밖으로는 커다란 조약돌이 놓인 수공간(물을 활용한 공간)만 보여요. 화려한 스크린도, 비싼 조형물도 없습니다.
객실도 낮은 층으로 구성했어요. 제일 높은 층이 6층입니다. 객실 밖 가든에 나무와 꽃이 심겨 있는데요. 이 조경을 고객 눈높이에 놓고 직접 볼 수 있게 했죠.
국내에서도 저희가 비슷하게 설계 중인 호텔이 있어요. 춘천 의암호에 중도라는 섬이 있는데요. 섬 전체 부지에 객실 동을 옆으로 쭉 펼쳤어요. 위로 높게 쌓은 게 아니라 모든 각도의 객실에서 강물과 자연을 볼 수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③ 전망을 취향껏 선택할 수 있다면
기성세대는 매머드 사이즈의 리조트에서 노는 데 익숙해요. 건물 안에 스키장, 워터파크가 있어서 여행 간 김에 다 할 수 있잖아요(웃음). 그런데 요즘 소비층인 MZ세대는 달라요. 그들은 나만의 특별한 공간을 원하거든요. 내가 원하는 분위기인지, 개별 수영장이 있는지, 주변에 뭐가 있는지 꼼꼼히 따지는 거죠.
사실 호텔은 이 지점에서 불리합니다. 방이나 수영장 위치 등 획일화된 공간을 제공하잖아요.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경험에 한계가 있는 거죠.
그래서 새로 지어질 호텔은 이런 한계를 깨기 위해 건축 스케일을 줄이고 있어요. 고객의 취향이 100개라고 해보죠. 하지만 호텔 객실 100개를 전부 다른 콘셉트로 만들 수 있을까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자원이 너무 많이 투입돼야 해요.
하지만 외부 공간은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묵는 객실에 따라 다른 전망을 볼 수 있도록 설계하는 거죠. 강이 잘 보이는 객실, 숲을 볼 수 있는 객실을 만들어서 고객 취향에 맞는 선택지를 주려 해요.
호텔의 넥스트 키워드, ‘휴먼 스케일’
사실 모든 호텔이 수평적으로 바뀌거나 자연환경을 다양하게 쓰긴 어렵습니다. 고객 타깃도 다르고 부지의 한계도 있으니까요. 다만 엔데믹 시대, 고객 니즈는 분명해요. 휴먼 스케일에 맞추는 거죠.
앞서 유럽의 결핵을 사례로 들었지만 메르스, 사스도 있었죠. 앞으로는 팬데믹이 몇 년 주기로 반복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패턴에 익숙한 사람들은 어떤 호텔을 찾을까요?
(후략)
■ 더 많은 콘텐트를 보고 싶다면
「
사람들의 욕구가 건축을 바꾸고 있습니다. 높은 층의 전망에 집중하던 호텔은 층수를 낮추고, 자연을 내부공간으로 끌어들이고 있죠. 공간이 사람을 위해, 사람에 맞게 변하는 겁니다. 엔데믹 시대, 호텔 건축의 변화를 짚어드립니다.
전문은 지금 ‘폴인’에서 확인해 보세요.
」
임소연 폴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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