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여성 패션플랫폼 1위 에이블리, 500억 투자 유치
여성 패션 플랫폼 1위 브랜드 에이블리가 이커머스 업계 투자 빙하기 속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했다. 넉넉한 실탄을 확보한 에이블리는 연내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 진출을 위한 다음 라운드 진행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에이블리는 지난 17일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인트리자산운용으로부터 ‘벤처 대출(Venture Debt)’ 형식으로 500억원을 유치했다. 본격적인 시리즈 C 라운드에 앞선 이번 펀딩으로 에이블리의 누적 투자금은 2200억 원을 훌쩍 넘어서게 됐다.
벤처대출은 스타트업에 저리로 대출해주는 대신 해당 기업이 후속 투자를 유치할 때 미리 정한 기업가치로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확보하는 방식을 말한다. 스타트업이 후속 지분투자를 받기 이전까지의 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 지분 희석을 방지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선 흔히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우버, 에어비앤비 등 이를 이용해 급성장했다. 특히 에어비앤비의 경우 벤처 대출을 통해 10억 달러(약 1조 2398억 원)의 자금 조달, 약 8개월 만에 기업가치 5배를 성장시켜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에이블리가 벤처 대출로 수백억 원의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기업은행 등 벤처 대출 도입을 하고 있지만 집행된 사례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아직 벤처 대출이 시작단계라 이 정도 규모를 진행한 사례가 드물었다”면서 “스타트업 대부분이 자금 수혈을 위해 몸값 낮추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벤처 대출을 통해 기업가치를 지키면서도 안정적인 운영 자금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한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에이블리가 대규모 벤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최근 월근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등 수익성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에이블리의 가파른 성장세는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업계 최단 시간 사용자 수 1위와 연간 1조 거래액을 달성했다.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순손실이 2019년 약 124억원, 2021년 722억원 등 그 폭이 계속 늘어났다. 플랫폼 업계 특성상 마케팅 등 비용 지출이 많은 탓이었다. 경쟁사인 무신사·지그재그 등도 계속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어 비용을 줄이기도 쉽지만은 않았다.
이번 펀딩으로 안정적인 운영자금을 확보한 에이블리는 유니콘 진출을 목표한 한 다음 시리즈 C 라운드를 진행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에이블리는 지난 10월부터 시리즈 C 투자 유치를 진행중었다. 시중금리 강화 등 유동성이 얼어붙은 데다, 플랫폼 스타트업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투자자들이 보다 신중해지면서 투자 열기도 식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번 투자로 시장성을 입증받은 에이블리는 유니콘 달성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벤처 대출은 상환능력이 검증된 스타트업에게만 진행되는 만큼 성장성과 수익성을 인정받았다”며 "손익분기점 전환한 흑자 플랫폼이라는 점과 글로벌 성과를 내세워 유니콘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전했다.
2018년 3월 시작한 에이블리는 ‘AI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이다. '상품 찜'과 '구매 이력'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다양한 스타일의 상품과 이용자를 취향 기반으로 연결해주는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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