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수익, 관건은 ‘회전율’…경제불황 속 카공족에 쏠린 시선

임유정 2023. 3. 23.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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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스, 카공족 공략해 성공한 1세대 카페
최근 물가상승 등으로 상황 크게 반전돼
자영업자 “회전률 떨어져 매출 손해 극심”
소비자 교육도 필요…“서로 타협점 찾아야”
서울 한 카페에서 고객이 좌석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다.ⓒ뉴시스

토종 커피 브랜드 1세대 ‘할리스커피’는 과거 진상 고객으로 꼽히던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모시면서 성공한 대표 프랜차이즈다. 회전율을 높이기 보다는 장시간 체류하며 카페를 다양하게 이용 할 수 있도록 해 손님을 끌었다.


기존 카페들과는 달리 매장 내 노트북 사용을 위한 콘센트를 대폭 늘리는가 하면, 1인 테이블을 대거 확보하는 등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여기에 공부하며 허기를 채울수 있는 다양한 사이드 메뉴를 하나 둘 늘리면서 카공족들의 환심을 샀다.


그 당시 라이벌이었던 커피빈 등 일부 경쟁사 카페들은 ‘無콘센트·無와이파이’ 전략을 고수했다가 뒤처졌다. 20~30대 카공족을 중심으로 “할리스가 공부하거나 일하기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쏠림 효과가 나타났다.


이 덕에 할리스는 한 때 스타벅스를 제치고 소비자 만족도가 종합적으로 가장 높은 커피전문점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할리스를 밴치마킹하는 커피숍 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언론은 일제히 할리스 전략에 집중했고, 성공기를 앞다퉈 다루는 등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공공요금이 치솟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체류시간을 늘려 충성 고객을 확보해야 매출이 오른다는 할리스의 ‘성공 공식’은 순식간에 남 이야기가 됐다. 우후죽순 생겨난 브랜드로 과다경쟁까지 겹치면서 더는 회전율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게 됐다.


당연히 카페 역시 고객이 자주 바뀌면서 자리가 차야만 매출이 오르는 구조다. 각종 물가와 전기세 등 공공요금 상승으로 카페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회전율은 화두일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 요인 속 카공족들의 등장으로 업주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125만여명이 가입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카페를 운영하는 업주들을 중심으로 “카공족 때문에 골치 아프다”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카공족때문에 매장 회전율이 떨어져 매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요금에 원재료 가격 인상까지 겹치다 보니 카공족들을 바라보는 카페 업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카공족이 있으면 회전율도 낮아지고 전자기기 충전으로 공공요금 걱정도 클 수밖에 없어서다.


급기야 일부 카페 업주들 사이에서는 무선인터넷 연결을 끊거나 콘센트를 막아두는 등 ‘카공족 돌려보내기’ 대책을 공유하고 있었다. 업종 특성상 냉난방비 절감에 한계가 있고 냉장고, 커피머신 운영 등 영업을 위한 전기 사용 비용이 고정적으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강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윤모(30대)씨는 “1년 중 냉난방비가 가장 많이 나올 때가 한여름 120만~130만원 정도였지만, 지난 1월엔 전기세만 150만원 이상이 나왔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손님이 올 때만 잠깐 켜는 식으로 가게를 운영했는데도 이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침에 4000원짜리 모닝 커피 한 잔 주문하고 하루 종일 노트북을 하는 손님이 있는데 중간에 엎드려 잠도 잔다”며 “콘센트 사용 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항상 혼자서 4인석에 앉아 다른 손님을 받을수가 없다. 음악이라고 크게 켜놓고 싶은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할리스 신촌역점 내부ⓒ할리스

카공족은 연령대가 다양하다. 이들은 “공부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가 카페 뿐”이라고 주장한다. 도서관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치솟는 물가에 스터디카페 가격은 2배 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에 운영되던 독서실도 1000개 이상 사라졌다.


실제로 독서실 이용률이 높은 10대 역시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설문 결과도 발표됐다. 교복 브랜드 엘리트학생복이 지난해 9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카공’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카페 입장에서 적절한 체류시간은 얼마나 될까. 2019년 8월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41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구매한 손님 1명당 좌석에 머무는 시간이 1시간 42분 내외여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점포마다 임차료나 방문 손님 숫자, 회전율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 수치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긴 어렵다. 하지만 카공족 대부분이 1시간 30분 이상 매장에 체류하고 있기 때문에 매출에 도움이 되기보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여러 간접 증거들이 많다.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샌드위치나 샐러드 같은 음식뿐 아니라 텀블러, 머그컵, 다이어리 등 각종 ‘굿즈’ 판매 종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커피만 팔아서는 이익을 낼 수 없으니 한자리에 오래 머무는 손님들이 더 많은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공시설 부족이 카공족 논란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도서관 등 공공시설을 늘려 카페에 모이는 인원을 분산시키는 한편, 소비자 교육을 통해 시민들이 자영업자 입장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캐나다만 하더라도 공공도서관이 카페처럼 많고 다양하게 꾸며져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돈이 있는 사람은 카페로 가고 돈이없으면서 장시간 머물 사람은 도서관으로 갈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공립도서관을 지금 시대에 맞게 카페처럼 많이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장님 입장에서는 고객을 존중하고 이해를 해줘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고객입장에서도 자영업자가 자선 사업을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지불한 지불한 요금만큼 이용을 하고 있는 것인지 혹은 과도한 혜택을 얻고 있는게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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