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움직인 FOMC 다섯 가지 포인트 [신인규의 글로벌마켓 A/S]
[한국경제TV 신인규 기자]
조금 전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시장공개위원회, FOMC가 마무리됐습니다. 기준금리 결정문과 분기마다 내놓는 경제전망요약(SEP)-점도표가 SEP를 통해 나옵니다-공개를 시작으로, 파월 의장의 기조발언과 기자회견까지 1시간 30분 동안 시장은 쉴 새 없이 출렁거렸습니다.
시장의 중론대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p(25bp) 올랐습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나타난 다수 확률대로 금리가 움직인 겁니다. 25bp 인상 가능성은 이미 시장에 반영되었던 부분이고요. 경제전망요약대로라면 연준은 미국의 경기 상황이 기존 예상보다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연준은 올해 연말 최종금리 인상 수준은 지난해 12월에 내놓은 것과 변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이 담긴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 18명 가운데 세 명 정도가 미국의 최종금리 경로를 높인 것으로 보이고요. 미국의 GDP 성장률은 조금 하향(0.5%->0.4%)하고,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기존보다 조금 높여잡았습니다(PCE 3.1%->3.3%).
여기에 이어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질의응답 내용에 따라 시장에 변곡점이 생겼지요. 오늘 나온 주요 발언과 시장에 추가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요소들 살펴보겠습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곧 끝나나 우선 FOMC 금리 결정문과 경제전망요약이 나온 직후 주식 시장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채권 시장 수익률은 급락했고요.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수익률은 하루만에 23bp 넘게 떨어지며 연 3.94%선까지 내려왔습니다.
추가 금리 인상이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성명서 발표 직후에 생긴 겁니다. 오늘 FOMC 성명서에는 지난달과 달리 금리 인상과 관련해 'ongoing increase'라는 부분이 사라졌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하겠다는 말이 없어진 겁니다.
파월 의장은 "최근 일어난 지역은행의 혼란이 신용 여건을 보다 긴축적으로 만든다"며 "이 영향의 정도를 결정하기에는 너무 이른 상황에서,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라는 단어가 적절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를 '추가적인 정책이 적절할 수 있다'는 문장으로 대체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시장에 곧 금리 인상이 끝날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하방 변곡점 만든 한 마디…"연내 금리인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월 의장의 발언이 진행되면서 기자회견 동안에 증시가 다시 내려가는 흐름을 맞았는데, 제일 중요한 부분은 연준의 '피벗', 그러니까 시장에 있었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을 지웠다는 점이겠습니다.
성명문 발표 직후 주식 시장 투자자들은 연준이 곧 통화정책을 전환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감을 키웠는데요. 이런 기대감을 가졌던 투자자분들께는 AP통신의 기자인 크리스 루가버의 질문이 나오지 않기를 바랐을 겁니다. 이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파월 의장은 또다시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는 점을 시장에 확인시켰습니다. 이 부분이 오늘 장의 변곡점을 하나 만들어냈고요.
▲'디스인플레' 언급 안한 파월 또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는, 2월 FOMC에서 했던 '디스인플레이션' 관련 언급을 일절 하지 않은 것도 주목할 점입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하고 있다는 2월의 발언이 금융여건을 완화시켰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를 의식한 듯 파월 의장은 이번 FOMC에서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하고, 연준은 인플레이션 통제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금융 시스템 안전…통화정책 문제없다"지만 오늘 기자회견에서 또 살펴볼 부분은 최근 불거진 미국의 지역은행 위기에 대해서 연준이 어떻게 보고있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많은 질문들이 나왔지요. 연준의 입장은 명확했습니다. 시스템 위기가 아니고, 지역은행들을 돕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는 겁니다.
파월 의장은 이번에 폐쇄 결정이 내려진 실리콘밸리은행을 직접 언급하며 "채권 포트폴리오 등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경영 잘못으로 인한 문제이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기자회견 중 이코노미스트 기자의 질문에 머뭇거린 점은 간과하기 어려웠습니다. 현재 미국의 모든 예금자 보호가 가능하냐는 질문이었는데요. 파월 의장의 답변 말미에야 '예금자는 안전하다'는 말이 나왔지만 그 말이 나오기까지 '확언을 하기보다는 연준은 모든 도구를 쓸 수 있다고 답하고 싶다'는 내용의 발언이 좀 길게 이어졌습니다.
최근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기조에 변화가 없음도 재확인했습니다. 연준이 은행 시스템 위기에 대응하는 유동성 공급장치를 만들면서 통계산 자산 매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의 자산 매입이 그동안의 긴축정책의 대안은 아니라고 파월 의장은 언급했습니다.
또 은행 시스템 관련해 증시에 부담을 지운 요인을 하나 더 살펴보자면,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의회 은행 소위원회에서 남긴 발언 하나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옐런 장관은 어제까지만 해도 은행들의 위기가 전반적으로 커질 경우 예금자들을 위한 한시적 조치는 가능하다고 했지만, 오늘 소위원회에서 미국 예금자 보호액 상한인 25만 달러를 높이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이 장중에 알려지며 금융과 부동산 부문 관련주들이 급락한 것도 살펴보실 부분입니다.
▲이번엔 파월 믿을까…돈은 다르게 움직였다 요약하면, 오늘 시장엔 몇 가지 새로운 점들이 나왔거나 확인됐습니다. 최종금리 경로가 연준의 당초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는 점은 '굿 뉴스'일 수 있겠지만 투자자들은 그동안 시장 가격에 반영됐던 '피벗',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옅어지고 있다는 점에 더 크게 반응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것은 파월 의장의 호언장담대로, 정말로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 없이 인플레이션 통제에 성공할까 하는 점일 겁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을 보면 아직까지도 불신이 남아있는 듯 합니다. 이번 FOMC 이후 시장이 가장 가능성 있게 보는 시나리오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5월 FOMC에서 25bp 인상되고, 이후 연말까지 최소 두 차례 25bp가 내려가는 겁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신인규 기자 iksh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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