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막 기업]향기로 노인 인지능력 높이는 '민트웨이'
민트웨이 이오상 대표
서울 영등포구 소셜캠퍼스 '온 서울'은 다양한 사회적기업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공간이다. 큰 통창의 유리를 통과하는 빛이 이들의 작은 거점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 거기에서 지난 17일 만난 이오상 민트웨이 대표(40)는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가로서의 꿈을 소중하게 품어왔다.
민트웨이는 ‘노년을 더욱 존귀하게, 노년을 더욱 아름답게’라는 캐치프레이즈의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2021년 12일 고용노동부에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가를 받았다. 아름다운 나이듦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 대표는 “저희의 소셜미션은 어르신들이 아름답고 건강한 내외면을 갖도록 돕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트웨이의 핵심 콘텐츠는 ‘향기’다. 아름다운 향을 활용해 노인들의 인지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 자재와 프로그램을 만든다.
이 대표는 창업 전 ‘청년문화예술기업’에서 노인 대상 문화예술향유사업에 참여하면서 노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 사업은 문화 소외지역으로 묶이는 섬마을 곳곳에서 다양한 예술활동을 전개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전라도 권역에 있는 35개 섬들에서 여러 교육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면서, 노인들을 자주 만났다. 자연히 ‘늙음’에 대해, 노년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직접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가져온 그는 사업 아이템과 방향성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후 카이스트에서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을 졸업하면서, 구체적인 사업과 경영에 대해 배우게 됐다. 그는 “엄청나게 원대한 이유로 사회적기업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단지 제가 애정하는 대상 또는 풀고 싶은 사회문제를 영리적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치매를 앓는 많은 노인들을 목격했다. 그는 “치매는 자연스러운 노화로 인해 찾아오는 질병인데 가족이 함께 힘들어진다”며 “치매를 겪더라도 좀더 행복하고 덜 고통스러울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민트웨이, 어떤 기업인가.
▲한마디로 시니어의 건강과 아름다움을 디자인하는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경도인지장애와 초기치매 어르신들의 노년을 위해 후각 기반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쉽게 말하면 부교재와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치매판정 되기 전단계나 초기치매를 겪고 있는 노인들을 위한 교육 부교재와 프로그램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뷰티 테라피 클래스’가 있다. 재가복지시설 중 하나인 데이케어센터(노인 주간 보호센터)에서 진행했다. 데이케어센터는 치매와 같은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노인들이 다니고 있는 유치원 같은 곳이다. 장기 요양 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이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아로마 오일 등을 이용해서 혈전 관리 마사지를 함께 진행한 클래스 프로그램이었다.
-마사지 프로그램이라면, 마사지를 가르쳐주는 것으로 보면 되나.
▲강사의 강의에 따라 혈점을 직접 눌러보는 형태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치매 노인 뿐 아니라 치매 노인과 함께 사는 가족분들도 프로그램을 함께 했다. 경락을 하듯이 다양한 혈점들을 스스로 누르면서 본인을 위한 마사지를 해보는 것이다. 치매 노인을 돌보는 가족분들의 경우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보니까 두통 완화 등을 위해 이같은 프로그램을 구상해 진행했었다.
-또다른 프로그램은.
▲뷰티 테라피 외에도 실버뷰티 테라피, 동그라미 발레, 향기 미술관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해 기준 치매안심센터 네 곳과 데이케어센터 다섯 곳에서 이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뷰티테라피, 실버뷰티테라피 프로그램도 화장품들을 직접 발라볼 수 있도록 하면서 마사지와 율동 체조를 곁들인 프로그램이다. 동그라미 발레는 쉽고 부드러운 발레 동작으로 구성된 율동 같은 프로그램이다. 향기미술관 프로그램은 그림 그리기 수업에 향기를 얹힌 프로그램으로 보면 된다. 물감 같은 재료에 향기를 입혀서 치매 노인들의 후각을 자극해 여러 기억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향기를 활용한 미술관 프로그램이라니. 신선하다.
▲특히 향기 미술관 프로그램들에 대해 복지사 분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았다. 단순히 그림그리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어르신들이 잘 집중을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런데 향기를 이용한 미술프로그램의 경우 많은 노인분들이 끝까지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반적인 물감에 향기를 덧입히는 저희의 재료를 사용해 수업을 하는데, 예를 들어 아이 그리기를 진행하면서 ‘베이비 파우더’ 향기를 덧입히면 본인의 자녀 이름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기억들을 회상하면서 느껴지는 것들을 표현할 때 얼굴이 밝아지신다. 향기가 후각을 자극해 노인들의 인지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프로그램들을 구성해 각종 노인 관련 기관에 제공하는 사업모델로 보면 되나.
▲그렇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직접 교구 제작도 한다. 키트로 구성된 교구재를 만들고 있는데 향기 미술관 프로그램에 쓰인 ‘향기놀이터’가 대표적이다. 향수를 만드는 체험을, 향수 공방에 가지 않고서도 직접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치매노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호불호가 적은 여섯가지 향을 선정해서 배합시키는 일종의 놀이다. 각 향 하나하나가 독자적으로 향수로서 기능을 하는 제품들인데, 배합을 통해 자신만의 특별한 향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 이같은 키트를 수업에 제공하기도 한다. 수업에서는 20~30가지 향이 제공되는데, 저희가 제공하는 영상을 보고 인지 향상 수업을 할 수 있게끔 했다.
-또 다른 부교재가 있다면.
▲향기미술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제작한 향기 미술관 키트가 있다. 색다른 향들이 묻어있는 향료를 소량 집어넣고 붓에서 향기가 묻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고체 물감을 물로 녹여가면서 향기를 맡으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런 교재들은 스마트스토어를 통해서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고도 있다. 향료를 만드는 전문 조향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이같은 키트 등을 생산하고 있다.
-민트웨이의 비전은.
▲교육 프로그램과 콘텐츠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싶다. 직접 고객과 만나는 접점을 확장해 나가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가장 좋은 고객은 치매 어르신들과 가까이에 계신 요양보호사분들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대전에서 요양보호사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을 구축하고 있다. 요양보호사분들의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고충을 나눌 수 있는 공간과 센터다. 노인복지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가 요양보호사분들이다. 이들이 행복해야 치매를 앓는 어르신들도, 가족들도 좀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비즈니스적으로 보면 이분들이 유통의 경로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이들이 편하게 방문해서 교육도 받고 수다도 떨 수 있는 공간의 오픈을 준비 중이다.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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