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은행 사태도 긴축 못 막았다…Fed 기준금리 0.25%p 인상

하남현 2023. 3. 2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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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에 이어 2회 연속 ‘베이비 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당초 고용 호조 등으로 Fed가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긴축 보폭을 넓힐 거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란 변수가 생기며 금리 동결 가능성까지 제기됐는데, 여전히 높은 물가 등을 고려해 Fed는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갔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이날 FOMC 정례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Fed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4.5~4.75%에서 4.75~5%로 0.25% 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Fed 기준금리는 2007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앞서 Fed는 지난해 3월 0.25%포인트 인상을 시작으로 긴축 사이클에 들어갔다. 이후 같은 해 5월 빅스텝을 밟은 뒤 같은 해 6·7·9·11월 사상 초유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후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가 상승이 둔화하며 지난해 12월 0.5%포인트, 올 2월 0.25%포인트로 인상 폭을 조절했다.

Fed는 이날 성명에서 “최근 지표는 지출과 생산에서 완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일자리는 최근 몇 달간 증가했으며 견조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실업률은 낮게 유지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높은 상태”라고 0.25%포인트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당초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느려지고 고용 호조 등의 지표가 나오면서 Fed가 다시 인상 폭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실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7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경제 지표상 더 빠른 속도의 통화 긴축이 필요하다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을 바꾼 건 미국 은행의 위기다. SVB·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가 발생하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위기설이 나오자 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금융 불안의 이유로 거론됐다. 그러면서 이번 달에 금리 동결은 물론 인하 가능성까지 나왔다.

파월 의장도 은행 시스템 안정을 고려해 금리 동결을 염두에 뒀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 회견에서 “이번에 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고물가는 긴축 기조를 이어가도록 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를 동결하기엔 물가 압력이 너무 높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날 Fed의 결정이 금융 안정과 인플레이션 잡기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를 절충했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전망과도 부합한다. 이날 0.25%포인트 인상을 점치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이와 관련, 연준은 성명에서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탄력적”이라면서도 “최근 상황은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용 조건이 더 엄격해지고 경제 활동, 고용, 인플레이션에 더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영향의 범위는 불확실하다”며 “Fed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상의 올해 말 금리 예상치(중간값)는 5.1%였다. 이는 직전인 지난해 12월 예상치와 같은 수준이다. 베이비스텝 정도의 금리 인상을 올해 한 번 정도 끝내고 금리 인상이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 내에 금리 인상이 멈춰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Fed가 이날 베이비스텝을 하고 점도표가 유지된 건 당면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상황을 계속 관리하고 있다는 정책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SVB와 크레디트스위스 등 은행들의 문제가 시스템 위기로 전이되지는 않을 것이나 Fed의 긴축정책은 상반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긴축 강도가 약해진다면, 올해 중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느냐”는 물음에 “올해 금리 인하는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파월 의장은 특히 앞서 발표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6%로 다소 둔화한 데 대해, “지난달보다 근원물가가 더 낮아지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며 “섣불리 통화 정책을 바꿀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뉴욕 주식 시장에서 제롬 파월의 기자 회견 모습이 비춰지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은행 위기 파장 영향에 연내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실망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30.49포인트(1.63%) 떨어진 32,030.1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65.90포인트(1.65%) 하락한 3936.9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90.15포인트(1.60%) 내린 1만1669.96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이날 0.25%포인트 금리 인상 조치에 다우 지수 등은 상승 출발했으나 ’올해 금리 인하는 없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한국과의 기준금리 차는 기존 1.25%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한미간 금리는 2000년 5~10월(1.5% 포인트)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 역전 폭을 기록하게 됐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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