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아이 셋 두면 軍 면제”?…與 저출생 대책 ‘싸늘’
지난 21일 밤부터 포털과 SNS 등을 휩쓸고 있는 키워드, 단연 여당발(發) '저출산 대책'입니다.
① 아동 수당을 18세까지 매달 100만 원씩, 1인당 2억 천여 만 원을 지급한다 ② 30세 전에 자녀를 셋 이상 둔 남성의 병역을 면제한다는 방안 등입니다.
포털 이용자 반응은 사뭇 달랐습니다.
'아동 수당 지급' 건에 대해선 일단 우호적이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출생률을 고려할 때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된다"는 위기감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정도는 되어야 꼴찌는 탈출하지 (rlaq****)
그래 뭐라도 해라 진짜 나라 사라지는 거 체감돼서 겁난다 (qjae****)
뭐든 빨리해봐라. 말만 하지 말고 (ms16****)
반면 '병역 면제' 혜택에 대해선 "황당하다"는 비난 목소리가 상당했습니다.
' 초혼 연령은 알고 말하느냐'는 비판부터 '부잣집 병역 면제 루트'라는 지적에, 일각에선 '병역 문제'를 '출산'과 연계시키는 부분을 두고 성별 혐오 댓글로까지 번졌습니다.
'자녀 셋이면 원래 부양가족 면제 혜택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는데, 병역법상 아이를 셋 이상 낳아도 보유 재산과 소득이 일정 기준에 부합해야 군 면제가 가능합니다.
30세전에 아이셋? ㅋㅋ 그냥 안준다고 해라(ppyo****)
돈 있는 집 자식들은 결혼 빨리해서 애 낳고 잘 살면 군대도 면제(dkle****)
군대는 건드리지 마라. 왜 남자한테 혜택인 것처럼 보이게 하냐 (eden****)
■ 국민의힘 "아이디어 차원 검토한 건 사실"
정책 현실성, 특히 '병역 혜택'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국민의힘 관계자들을 취재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들은 KBS와의 통화에서 하나같이 "처음 듣는 얘기"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한 관계자는 "언론 보도가 도대체 누구 발(發)로 나가는지 모르겠다"면서 "너무 공감이 안 가는데다, 맥락이 없어 욕만 먹고 안 받아줄 정책"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여론 수렴 과정에서 병역 혜택 아이디어를 검토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대통령실에 보고되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결국, 유상범 수석대변인이 어제(22일) 오후 늦게 직접 나서 "아이 셋을 낳으면 아버지 군 면제를 해준다는 보도와 관련, 국민의힘에서 공식 제안한 바 없으며 추진할 계획도 없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에 이어 '주 최대 69시간 근로'까지 '설익은 정책', '당정 엇박자' 논란이 잇따르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 나경원과 허경영의 그림자
이번 '저출산 대책' 논란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건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입니다.
나 전 부위원장은 지난 1월 신년간담회에서 출산에 따라 대출 원금을 탕감해주는 이른바 '헝가리 모델'을 언급했다가 "어떤 논의도 이뤄진 바가 없다"는 대통령실 직격에 결국, 여당 대표 경선 출마를 포기했습니다.
당시 이를 두고 헝가리를 무작정 따라 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말도 못 꺼낼 얘기 역시 아니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2007년 대선에서 "출산수당 3천만 원에 결혼 수당 1억 원"을 제시했던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 역시 당시에는 '황당 공약'으로 취급받았지만, 현재 시점에선 일부 현실화한 것도 사실입니다.
■ 마지막 퍼즐 조각은 '저출산위 손'에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8명,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았습니다. 1월 출생아 수 역시 전년에 대비해 6% 줄어, '전년 동월 대비'로는 86개월 연속으로 감소했습니다.
저출산 대책을 두고서도 15년간 280조 원이 투입됐다며, '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지출하는 '직접 금액'은 올해 관련 전체 예산 50조 원 중 2조 8천억 원에 불과합니다. OECD 국가와 비교해서도 낮은 수준입니다. 나머지 예산은 '아동학대 예방사업', '국방부 군인력 구조 개편 사업' 등 저출생 사회 대응 예산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김범주 기자 (categor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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