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존 림 대표 "올해 글로벌 톱20 모두와 계약 맺을 것"
“처음엔 시장에서 ‘과연 쟤네들이 (할 수 있을까)’라며 의문을 가졌지요. 성과를 입증하고 나니 이제는 글로벌 제약사도 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존 림(62)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3 디캣 위크(DCAT Week)’ 행사장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이렇게 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3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등 최근 실적이 수직 상승하면서 그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디캣 위크는 1890년 뉴욕 상공회의소 주관으로 시작한 바이오·제약 전시회로, 올해는 글로벌 제약사 700여 개 참여해 20~23일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열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는 이번 행사에서 인천 송도 5공장 건설 계획을 공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송도 5공장 건설이 갖는 의미는.
A :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부족하다. 빠른 속도로 생산량을 늘리고 글로벌 제약사와 장기 계약하는 게 핵심이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 중에서 삼성바이오만큼 짧은 시간에 많은 공장을 짓고, 운영 경험을 축적한 회사가 없다. 4공장을 계획보다 6개월을 앞당겨 준공한 것처럼 5공장도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건설할 것이다.
Q : 지난해 10월 4공장을 준공했다. 삼성바이오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끼나.
A : 처음에 23개월 만에 공장을 짓겠다고 하니 글로벌 제약사 사이에선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공장을 짓고 나니 ‘23개월 만에 해내네’로 달라졌다. 해외 기업은 절대로 이렇게 못 한다.
이번 디캣 위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의약품 CMO와 위탁개발(CDO)였다. 삼성바이오와 경쟁하는 중국 우시바이오, 미국 피셔 등은 행사 첫날부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Q : CMO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A : 이제는 공장을 지으면서 동시에 수주에 나선다. 이곳에 온 것도 수주 때문이다. 2020년에는 글로벌 톱 20위 제약사 중 3곳과 계약했는데 지난해에는 12곳으로 늘었다. 올해 20개사 모두와 공급 계약을 맺는 게 목표다.
Q : 글로벌 제약 산업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A : 최근에는 암과 알츠하이머, 노화 방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승인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고령화를 피할 수 없기에 의약품 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 CMO 시장은 매년 10%씩 성장할 것으로 본다. 글로벌 제약 시장 규모가 대략 1400조원인데 여기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2020년 매출 1조원을 처음으로 넘어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3조원을 달성했다.〈그래픽 참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27억→9836억원으로 늘었다. 림 대표는 이 같은 급성장 비결에 대해 “직원들의 힘”이라고 짧게 답했다. “직원들의 실행력에 깜짝 놀란다. 송도 4공장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준공을 6개월을 앞당겼다. 그것 자체로 대단한 거다. 그게 한국인의 특별한 유전자(DNA)인지, 삼성의 DNA인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다른 데가 있다.”
Q : 2020년 대표에 취임하면서 ‘원팀(One Team)’을 강조했다.
A : 공장이야 돈만 있으면 지을 수 있는데 인력 양성은 그렇지 않다. 임직원 50명에서 시작한 회사가 지금은 5500명으로 늘었다. 좋은 인력을 빨리 양성하고, 또 이들이 열심히 일해서 이런 성과를 낸 거다.
Q : 국내 경쟁사와 인력 유출 분쟁도 있었다. 법적 분쟁 이후 달라진 게 있나.
A : 공장 설계도와 같은 민감한 정보를 더 특별하게 관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관리 프로세스를 들여오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디캣 위크 직전인 이달 19일 미국 뉴저지에 영업 사무소를 열었다. 2020년 개소한 샌프란시스코 의약품 위탁개발 연구소에 이어 두 번째 북미 오피스다. 림 대표는 북미 시장에 주력하는 이유에 대해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50%를 차지하는 만큼 중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Q : 경쟁사는 북미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어떤가.
A : 아직 한국 (공장) 경쟁력이 더 크니까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할 이유는 없다.
Q :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제약사 간 인수합병이 활발하다. 계획한 게 있나.
A :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분야를 확장하는 건 제약업에서 아주 당연한 거다. 계속 고민은 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진행할 수는 없다.
Q :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해 국내 제약사가 가장 뒤지는 게 신약 개발이다.
A : 그게 중요하다. 우리도 신약 개발을 할 거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가) 라이선스를 들여와서 사업을 했지 신약으로 매출을 올린 게 거의 없다. 앞으로는 그걸 만들어 내야 한다. 근데 한국이 또 그런 걸 잘한다. 반도체도 시작은 미국이었는데 지금은 한국이 더 잘 만든다. 우리가 조금 늦게 시작했을 뿐이다.
뉴욕=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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