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은 피했다”… 삼성·하이닉스 中 공장 일단 한숨 돌려

김준엽,전웅빈 2023. 3. 23.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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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무부 ‘가드레일’ 공개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지난해 5월 20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생산공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재 수준으로 중국 공장을 가동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 공장에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5%까지 늘릴 수 있다는 반도체 지원금 세부조건을 제시했다. 산업계는 5%라는 숫자에 의미를 두고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고 진단한다. 새로 공장을 짓지 않는 한 첨단공정 전환으로 생산능력을 올리는 건 5% 수준으로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반도체 장비 반입 금지라는 또 다른 변수는 남아 있다.

마이클 슈미트 미 상무부 반도체법 프로그램사무국장은 21일(현지시간) 언론 간담회에서 가드레일 내용을 설명하면서 “규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국 등 동맹국과 조율했다. 악의적 주체들이 미국과 동맹, 파트너를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첨단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고위당국자는 “가드레일은 한·미 양국의 공통된 경제·국가안보 이익에 부응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반도체법은 기업이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 확장(material expansion)’하는 중대거래를 하면 보조금 전액을 반환토록 한다. 가드레일은 중대거래 규모를 10만 달러로 정의했다. 이 금액을 넘어서면 생산능력을 첨단 반도체의 경우 5% 이상, 이전 세대의 범용(legacy) 반도체의 경우 10% 이상 늘리지 못하게 한다.

상무부는 투자 제한을 받는 첨단 반도체 기준을 제시하면서 로직 반도체 기준의 경우 28나노(1㎚=10억분의 1m), 낸드플래시는 128단 미만, D램은 18나노 이상으로 정의했다. 지난해 10월 수출통제 조치와 비교하면 로직 반도체 기준만 14~16나노에서 28나노로 확대했고, 한국 기업과 관련한 낸드플래시와 D램의 기준은 동일하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안도한다. 중국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시설을 철수하는 극단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용을 면밀히 파악해서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산업계는 ‘생산능력 5% 제한’에 의미를 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은 5% 제한을 적용받는다. 반도체 업계에선 신규로 공장을 짓지 않는 이상 첨단공정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발생하는 생산능력 향상은 5%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중국 투자계획이 많았지만 요즘은 중국에 투자할 상황이 아니다. 가드레일 수준이라면 어느 정도 경영을 유지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단 공정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 반입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가드레일에도 이 부분은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취하면서 한국 기업의 중국 내 생산시설에 수출통제를 1년 유예했다. 올해 10월 이후 미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새 장비를 들일 수 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200단 이상도 상용화하는 단계다. 미국이 제한하는 128단을 계속 생산하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때문에 지속적으로 장비를 업그레이드해야만 한다.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가드레일이 만들어지는 데 한국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안다. 장비 반입 문제도 한·미 정부가 협의해서 긍정적 결과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22일 브리핑에서 “중국 내 보유 중인 제조설비 운영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기술 업그레이드는 집적도 증가를 통해 웨이퍼당 칩 생산량을 증가시킬 수 있어 추가 생산 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지원금 세부조건이 명확해지면서 한국 기업의 지원금 신청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당초 170억 달러를 투자키로 했던 텍사스주 테일러시 신규 파운드리 공장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요비용이 최대 250억 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원금이 없으면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다 지원금을 받지 않을 명분도 부족하다. 반도체지원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를 위해 만들어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 정부 입장에선 삼성전자, TSMC, 인텔, 마이크론 등 기존에 미국 공장을 두고 있는 대형 반도체 기업의 생산시설을 더 늘려야 지원법 효과를 제대로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준엽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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