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대도약 계기… ‘미래먹거리’ 왕좌 굳히는 바이오산업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글로벌 산업계 지형 또한 바뀌었다. 고령화와 의학발전으로 성장추세에 있던 바이오산업은 팬데믹을 맞으며 도약했다. 북미와 유럽 중심의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도 공격적으로 합류하고 있다. 정부가 국가첨단산업으로 바이오 분야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바이오산업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22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바이오산업 매출 규모는 20조9983억원에 이른다. 2017년 10조1457억원에서 연평균 19.9%씩 성장하면서 5년 동안 시장 규모가 배 이상 뛰었다. 한국바이오협회의 전망치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산업 매출은 22조9956억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엔데믹을 맞아가는 상황에도 9.5%의 연간 성장률을 보였다.
수출 실적도 비슷하다. 2021년 바이오산업 수출 규모는 11조8598억원으로 2017년 5조1684억원보다 2.9배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진단키트 등의 수출 실적이 바이오산업 수출 증가를 이끈 핵심 동력이었다.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5년간 수출 실적은 연평균 23.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엔데믹 분위기가 무르익은 지난해에도 국내 바이오산업 수출 실적은 13조262억원(전망치)으로 전년 대비 9.8% 오르며 성장세를 보였다.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진단키트나 백신뿐 아니라 각종 바이오의약품 전문 위탁생산(CMO), 위탁개발(CDO), 위탁개발생산(CDMO) 등 다양한 부문에서 역량을 끌어올린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향후 5년간 수출 실적 성장률은 연평균 16.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산업 매출은 2017~2019년만 해도 내수와 수출이 각각 절반 정도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팬데믹을 겪으면서 수출이 내수를 앞질렀다. 2020년 총매출액 17조1983억원에서 수출 비중은 58.4%(10조512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는 총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이 56.5%로 다소 떨어졌지만 향후 5년간 전망을 보면 수출 비중은 56~58% 이상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수출은 국내 바이오산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글로벌 바이오산업이 북미와 유럽 시장 중심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시장은 지난해 기준 5837억1400만달러(약 763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북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40.1%(2388억1000만달러), 유럽 시장 비중이 22.3%(1299억6400만달러)였다. 북미와 유럽을 합치면 3분의 2에 육박할 정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주요 바이오기업들이 북미와 유럽 시장을 꾸준히 공략하고 생산 수주 등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체 개발 백신 등의 연구에 힘쓰는 것도 해외시장까지 감안한 전략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임상을 해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뤄진다.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자본도 북미와 유럽에 몰려있다”며 “가장 큰 시장을 보면서 사업을 해야 미래 성장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주요 바이오기업들은 수출 실적 중심으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연결기준 매출 3조13억원, 영업이익 983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만4333억원(91%), 영업이익은 4316억원(83%) 뛰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9월 가동을 목표로 인천 송도에 제5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제5공장 증설을 시작으로 제2 바이오 캠퍼스를 구축하기 위해 총 7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바이오 의약품 CDMO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도 지난해 2조2839억원, 영업이익 6471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4분기에는 진단키트 등 코로나19 관련 제품 매출이 감소했으나 바이오시밀러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성장하며 만회했다. 셀트리온은 본업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신제품 출시, 제형·디바이스 차별화, 바이오신약 개발 등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감, 대상포진, 수두 등의 백신 개발과 생산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 4가 프리필드 시린지는 국내 점유율 1위를 넘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미얀마, 이란, 싱가포르, 파키스탄, 몽골, 브루나이 등에 수출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이 수출경쟁력을 더욱 확보하려면 기업 자체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정부가 지원을 약속한 국가첨단산업에 바이오산업이 포함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러 지원책 가운데 바이오 인재를 키우는 ‘한국판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에 이목이 쏠렸다. 바이오산업이 지식집약산업인 만큼 인재육성은 성장에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 간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 중 하나는 ‘사람 싸움’”이라며 “최근 몇 년 동안 바이오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인력에 대한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을 뽑아 육성하는 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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