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그리스도인의 더 슬기로운 챗GPT 사용법

2023. 3. 2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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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오랫동안 인간에게만 언어 능력이 있다고 자부했다. 그런 만큼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의 등장은 충격이었다. 한동안 인공지능의 똑똑함은 언론과 학계,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이 주제를 놓고 많은 이야기도 오갔지만 깊이 있게 나아가진 못했다. 대개 챗GPT 사용 후기나 인공지능이 바꿀 미래에 대한 상상 정도 수준에 머물곤 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챗GPT와 공저로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열두 가지 주제에 대해 인간 전문가가 챗GPT와 실제 나눈 대화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대화의 내용과 언어를 꼼꼼히 검토하며 현시점에서 인공지능이 가진 가능성과 한계를 가늠해 볼 수도 있었다.

국민일보 2월 23일자 시온의 소리 칼럼 ‘그리스도인의 슬기로운 챗GPT 사용법’도 인공지능과 공저로 탄생한 글이다. 일간지에다 챗GPT가 자신을 홍보할 기회를 현직 신학교 교수인 저자가 마련해 준 셈이다. 김대식 교수의 책과 달리 그 칼럼은 어디부터가 인공지능이 쓴 것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인간은 묻고 챗GPT가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둘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글을 함께 만들었기 때문이다.

칼럼을 쓴 인간 저자에 따르면 A4 1장 정도 글을 쓰고자 챗GPT에 다섯 번 이상 관점을 달리하며 질문을 던졌다. 사실 그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 저자가 독자들이 읽을 만한 양질의 글감이 나왔다고 판단될 때까지 계속 물어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챗GPT가 생성한 답변과 문장이 어느 정도 쌓였을 때 그중 괜찮은 것을 선별해 본인이 생각한 구조에 맞게 배치했다. 챗GPT가 내놓은 영어 답변 중 어색한 것은 더 한국적인 것으로 대체했다.

이런 공동 작업은 생각보다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 무엇보다 글 쓰는 시간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좋은 글이란 변비 환자의 대변처럼 느리고 고통스럽게 나온다는 근거 없는 말로 자신을 위로했던 저자이건만 챗GPT 덕분에 칼럼을 집필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단지 글에 사용할 자료를 챗GPT가 단기간에 몰아줘서가 아니다. 오히려 챗GPT와 대화하듯 글을 쓰며 느낀 재미와 박진감이 키보드 위 손가락에 흥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또한 평소보다 간결하고 실용적인 글을 쓰게 되었다. 평소 구름 잡는 듯한 이야기를 선호했던 저자가 정보를 활용도 높게 정리해내는 데 뛰어난 인공지능과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다. 독자에 따라 칼럼 스타일이 변화한 것에 호불호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챗GPT가 익숙지 않은 방식으로 글을 쓰게 유도한 만큼, 저자로서는 타성에서 벗어날 좋은 자극을 얻은 셈이다.

인공지능과 함께 집필하는 경험이 나름 좋았기에, 인간 저자는 챗GPT에 공저로 표시해도 되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러자 챗GPT는 인공지능으로서 자신은 인간 같은 법적 지위가 없고, 출판물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릴 수 없다고 답변했다(대신 각주나 미주에 출처로서 자신을 표시할 수는 있다고는 했다). 덕분에 원고료는 오롯이 인간 통장으로 들어갔다.

인간이 챗GPT와 공동 작업하는 모습을 보다 떠오른 장면이 있다. 2021년 독일에서 제작된 ‘아임 유어 맨’이라는 영화다. 주인공은 인간 언어와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정도의 고성능 인공지능을 탑재한 톰이라는 휴머노이드이다. 영화 중반부에 한 남성이 톰을 보고는 인간과 똑같다며 몹시 놀란다. 이에 장난기 있는 톰은 일부러 로봇 말투로 이야기한다. 너무나 기계 같은 목소리를 듣자 그 사람의 얼굴에 안도의 기운이 감돈다.

이와 유사한 상황이 챗GPT가 등장하며 곳곳에서 연출되는 듯하다. 챗GPT를 앞에 두고 인간과 기계의 차이만 강조하거나 인공지능의 부정적 모습을 부각하는 것은 인공지능과 공존하게 된 현실에 대한 지혜로운 대처법이 아닐지 모른다. 인류가 이전에 경험한 적 없는 기술 발전이 현실화한 만큼, 모호한 불안감이나 지나친 실용주의에 편승하지 않은 더 슬기로운 챗GPT 사용법을 함께 찾을 때이기도 하다.

김진혁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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