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서로 함께 울고 웃는 게 인문학"/'순천과 함께 10년' 석연경 시인
오래전부터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순천의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를 꼽고 있었다.
그곳은 인문학의 씨앗을 심고 퍼트리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손수 그것을 운영하는 석연경 시인 또한 자못 궁금한 터였다.
석삼년 만에 순천을 찾은 터에 석 시인에게 연구소를 만든 이유를 물었다.
“순천 문화의 거리라고 있어요.
10여 년 전에 가서 보니 공연하는 사람은 있는데 인문 문화가 없더라고요.
여기서 인문 문화의 싹을 틔워야겠다 생각한 게 계기예요.”
당시 그는 도서관에서 인문학 일을, 학교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는 터였다.
그러니 문화의 거리에 인문학의 씨앗을 뿌리고자 하는 마음이 움튼 게다.
그는 연구소를 만든 후 우선 시집 읽기부터 시작했다.
“처음에 연구소를 만드니 시집 읽기를 요청하는 사람이 생기더라고요.
예서 비롯되어 그룹이 생겼고 책 읽고 토론까지 하게 되었죠.
그다음에 시 창작반도 생겼어요.
나아가 인문학자 초청 강연까지 계속하게 되었죠.”
이렇듯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를 꾸려온 게 꼬박 10년을 넘겼다.
사실 이 일은 자본주의 잣대로 보면 무모한 일이다.
그러니 안 되는 일을 왜 하고 있느냐는 묻는 사람도 더러 있다.
“아무 힘없는 시인이 계속 인문학을 하고 있으니 저더러 미쳤다고도 합니다.
물론 세상의 잣대로 재자면 많이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무 대가 없이 강연해 주겠다며 먼저 연락하시는 분도 숱합니다.
포항공대 박상준 교수, 최진석 철학자 같은 분들이 그렇습니다.
또 한편 시를 읽고, 시를 얘기한 후 우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문학의 치유 효과입니다.
사람의 마음속에 잠겨 있던, 고여 있던 고통이나 아픔이 이렇듯 풀어지게 되죠.
제가 저명한 시인도 아니고, 이름난 인문학자도 아닙니다만,
사회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바로 이것이니 물 흐르듯 10년을 흘러온 겁니다.
이 또한 소통이자 나눔이 아니겠어요.
앞으로도 단 한 명이라도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면 나눌 겁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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