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본립도생
2023. 3. 23. 00:51
지난번에 살폈듯이 공자의 제자 유자(有子)는 ‘효(孝)’와 ‘제(弟=悌=공경)’가 인(仁)을 행하는 근본이라고 하면서 근본이 서면 방법은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했다.
아무리 이익사회라지만 이익에만 매몰되지 않고 직장이나 사회의 어른을 내 부모 대하듯이 정성으로 대하고, 내 형제자매와 지내듯이 정답게 지내면 아마 풀리지 않는 일이 없고 날마다 행복할 것이다. 누가 해도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나서서 하는 것이 곧 부모를 대하고 형제와 어울려 사는 자세일 것이다. 그런 삶은 결코 손해가 아니라, 오히려 이익으로 되돌아올 텐데 요즈음 사람들은 대개 “왜 내가 그 일까지 해야 해?”라는 생각이 앞서는 것 같다. 작은 편안함을 얻으려다가 큰 보람을 잃는 경우가 많다. 결국 남에겐 각박하고 자신에겐 팍팍한 삶을 살게 된다.
내 발밑부터 잘 살피는 하나와 둘을 소홀히 한 채 허황한 명성과 관심을 얻기 위해 서둘러 아홉이나 열을 하려 한다면 그게 다 근본을 세우지 못한 삶의 행태이다. 삶이 잘 풀릴 리 없다. 근본을 세울 일이다. 청소년 선도 활동을 한다며 어깨띠 두르고 거리로 나서기 전에 내 자식부터 잘 살피는 게 근본을 세우는 삶일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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